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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Nov 14. 2018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리얼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컨설팅의 불편함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일이 많다. 또한 회사에서 신규채용을 진행하면서 서류를 검토하는 일을 하다 보니 최근 더 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게 된다.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글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글을 반복적으로 읽게 되면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사람의 비전이나 목표에 대해서 서면으로 먼저 알리는 글이다. 이렇게 글을 대략적으로 읽어 본 담당자는 그 사람의 행적과 사고, 생각이 잘 맞아서 공감이 될 경우에 지원자에게 연락을 취해서 면접을 보게 된다.


자기소개서는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이 잘 나타나야 하며 내가 살아온 것을 중심으로 회사에서 함께 일할 수 있음을 설득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정답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그동안 학교에서 평가를 받게 될 때, 정답이나 오답이냐의 여부에 따라서 성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평가방식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취업준비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소개서도 공부를 하고, 분석해서 글을 작성한다. 


학교에서는 정답을 잘 외워서 작성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지만, 사회생활은 정답이 없다.

자기소개서는 가장 좋은 말들을 골라서 정답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리얼한 스토리를 쓰고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거나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야 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까지 글을 써야 하는지 조차 감을 잡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인공지능이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문장들을 골라내어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수업시간에 농담으로 AI가 쓴 자기소개서 같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글은 좋은 문장들로만 나열이 되어 있어 문맥이 맞지 않다. 또한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글의 문맥도 맞지 않고 짜깁기 하듯이 작성된 글을 읽고 나면 작성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휴지통에 버려지는 자소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 내가 읽은 글들은  대부분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자기소개서에 문제가 없다면 서류통과에 큰 어려움이 없으니 나에게 체크를 받고 싶다고 요청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서류 통과에 번번이 낙방을 하게 된다면 자기소개서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를 꼭 해봐야 한다. 

스펙의 문제가 아니라, 자소서 상의 문제점이 더 크게 부각이 되어 서류통과조차도 어려운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의 글은 어디서 본듯한 좋은 글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쓴 글이 정말 자신의 이야기가 맞는지,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자.





자기소개서는 좋은 글을 분석하고 연구해서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다.


합격자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고, 왜 이글이 좋은지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은 좋다.

디자인 공부를 할 때도 좋은 디자인을 많이 보고, 연구를 해야지 자신의 디자인도 잘할 수 있으니 나쁜 공부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자소서를 읽어보라는 것은 그들의 것을 따라서 쓰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누군가의 글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따라서, 혹은 비슷하게 작성을 하고 있다. 

어디서 본듯한 글은 나만 본 것이 아니라, 나 외에 다수의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글이다. 그렇게 표본처럼 보이는 자소서가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이 되고, 비슷한 글들이 여러 지원자를 통해서 다시 재생산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비슷한 글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는 자소서 컨설팅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방식으로 정확하게 컨설팅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컨설팅하는 사람들의 표본에 맞춰서 수정이 이루어지게 되면 기타 다수의 사람들과 유사한 글로 완성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된다.

자소서 컨설팅을 받는다면 컨설팅하는 사람은 어느 부분까지 그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재가 좋지 못한 부분들까지도 수정해준 다하면 의뢰자의 모든 히스토리를 이해해야 할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지에 의문이 있다. 또한 디자인이라는 특수한 상황까지도 개인의 개성에 맞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글쓰기가 완성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 맞춤형의 컨설팅이라는 명목 하에 운영되고 있지만 오히려 정답에 맞춰서 일반화를 시켜버릴 경우, 누군가의 이전 글과 유사한 문제점을 안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글쓰기는 회사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사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업무를 담당한다면 서면작성은 필수이다. 자신의 생각조차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지원자가 이런 회사의 업무를 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글쓰기는 스스로 해야 한다. 글쓰기를 혼자서 하기에 너무 힘들다면 자료를 보거나 강의를 듣는 것은 좋지만 누가 대신 수정해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금방 드러날 수 밖에는 없다. 나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엄청난 경험이 없어도 마음을 움직이는 자소서는 쓸 수 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려고 보니, 자신은 해외 경험도 없고, 동아리 경험도 없다 보니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해외에 1년만 나가서 경험을 쌓고 오겠다는 학생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학생은 해외에 나가서 스펙터클한 경험을 쌓고 돌아와 멋지게 자소서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못하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20여 년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람이 해외를 1년 다녀온다고 엄청난 감동의 스토리를 쓰기는 어렵다. 자신의 인생이 평범해서 소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관찰력이 없어서 글쓰기가 힘든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각자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관점에서 보면 주인공의 하루는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물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면 무료하거나 평범한 일상은 없다. 그 평범함 속에서 사유하고 관찰을 해서 자신의 인생관을 녹여낼 수도 있고 미래의 비전에 대한 설계도 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이룩한 업적을 나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 글을 읽는 사람은 어떤 느낌이 들까? 해외여행을 다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왔으며 해외봉사를 다녀온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인생관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 더 강력한 메시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꼭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해야지 인생을 멋지게 설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매일 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사람들을 대하면서 인생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나의 일상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글쓰기의 어떤 소재도 찾기가 어렵다.


소중한 하루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녹여내어야 한다. 자신의 업적을 나열한다고 좋은 자소서가 아니다. 경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한 것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이 중요한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이룬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성장과정이나 학교생활 등에 자신이 뛰어나게 잘한 것들을 나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학교생활에서 동아리 회장부터 시작해서 과대표까지 다양한 보직을 맡은 것에 대한 자랑들이 엄청나게 작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내용을 쓰는 공간에서는 회장이나 과대표를 역임했던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회장직을 맡으면서 어떤 갈등을 해결했거나 리더십을 발휘했거나 등의 수행한 일을 통해 조직생활에 어떤 장점을 발휘해서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의 가능성을 쓰는 것이다. 단순히 회장이나 과대표, 기타 등등의 보직을 맡거나 외부활동을 많이 한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과대표를 맡았지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서 동기들을 난감한 게 만드는 과대표들도 많이 있다. 그러기에 단순히 과대표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수행했거나 내가 대표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 혹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 것들을 작성하고 그로 인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함께 작성하는 것이 좋다. 팩트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직원 면접을 봤었다. 면접자의 이력서를 보니 회사를 몇 년 다니다가 1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 그래서 1년의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서 가볍게 질문을 했다.  그러니, 잠시 쉬고 싶었다는 대답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녔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1년간의 휴식기 동안 그에게 해외여행은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금의 휴식기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다시 나는 질문을 했다. 

나의 궁금증과는 다르게 대답은 아주 뻔했다. "해외 경험을 쌓고 싶어서 친구와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이런 대답을 들은 나는 이내 실망을 했다. 1년의 휴식기간이 그의 인생에 큰 의미를 주고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면 1년을 쉬든, 2년을 쉬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뻔한 대답과 그저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으로만 마무리된 답변에 그저 시간을 소비했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해외 경험을 쌓은 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비행기 티켓 하나만 끊으면 쉽게 떠날 수 있는 시대에 해외 경험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새로운 공간에서 어떤 생각을 했고 휴식기에 어떻게 삶에 대한 계획을 세웠는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고를 깊이 있게 하는 사람은 행동을 쉽게 하는 법이 없다. 평범한 일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사유하자. 아무것도 아닌 하루하루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내가 그저 그런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한다면 현재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엄청난 스펙과 화려한 경험을 열거하는 것보다는 지원자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더 궁금한 것이 채용하는 회사의 입장이다. 멋지게 보이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 설득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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