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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Dec 10. 2018

국내디자인대학원 진학에서 주의할 점

나는 국내 디자인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다. 디자인 회사에서 실무를 4년 정도 경험을 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었는데,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면서 실제 공부를 한 사람들을 만나, 어떤 것들을 공부하는지 알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를 얻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학원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아 학교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아야만 했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원에서 가장 당황했던 부분들은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고 이런 것이 석사과정 공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


힘들게 석사과정 진학을 했지만 생각과는 많이 달라서 실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막상 힘들게 학교를 졸업해도 원하는 스펙이 되지 못한 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나 역시 처음 석사과정을 마치고 남는 것은 "학자금 대출"뿐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 대학교육과는 너무나도 다른 대학원 과정에 대한 실망은 오랫동안 동기들과 나눈 주제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석사과정에 실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박사과정을 입학했다. 어설프게 작성한 석사 논문에 대한 아쉬움도 컸었고, 박사학위가 있어야지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었다. 물론 나는 석박사 과정을 모두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진행했기에 다른 사람들만큼 리스크를 크게 안고 있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무슨 공부를 제대로 하겠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내 대학원 과정이 전업으로 공부할 만큼의 수업이 많지도 않았고, 사회에서 디자인 분야는 실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박사과정까지 국내의 디자인대학에 대한 교육을 마치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대학원의 교육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어느 부분 인가까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대학원을 다니면서 만나 동기와 선배, 후배들을 통해 어떻게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을 디자인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디자인 대학원에 대한 글을 작성해 왔다. 나를 찾은 학생들 중에는 디자인대학원 입학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고 반면에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취업준비를 하려고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런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디자인대학원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알려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그동안 작성한 글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정리된 내용으로 글을 작성하니,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시각디자인학과 학부를 막 졸업한 사람은 실무부터 쌓고 대학원에 입학하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후, 이런저런 이유로 취업을 준비하다가 취업이 여의치 않자 대학원을 입학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는 졸업 후, 취업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업무는 힘들고 급여는 적어서, 좀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원을 입학하게 되면 스펙이 조금 나아져서 취업이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입학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석사학위가 있으면 대기업 취업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 석사학위 기간 동안 커리어를 쌓지 못하고 학교만 다니면 말 그대로 나이만 먹어서 취업에 더 불리하게 된다. 

또한 석사과정 중에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어려워 말 그대로 나이만 많고 디자인 경험이 없으니 더욱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원에 바로 진학해서 졸업할 때가 되어 보니, 포트폴리오의 작품은 학부 때 그대로, 실력도 대학생 실력, 그대로이면 매우 곤란하다. 석사학위를 받았다면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실제 그렇지 못하고... 아무도 관심 없는 알량한 논문 한편 남았을 뿐이다.


이공계열의 석사학위는 랩실에서 실무를 쌓기도 하고, 학위 논문을 작성하는데 집중이 많이 되어 있지만, 디자인대학원은 시스템을 잘 갖춰둔 곳이 많지가 않다. 디자인 대학원 내에 랩실을 운영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이공계만큼 활발히 운영이 되지 않고, 실제 디자인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비해 완성도가 매우 떨어져 취업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다.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석사학위를 마친 입사자에게 2년 경력을 부여하는 곳은 대부분 이공계에 국한되어 있어서 디자인대학원을 마친 사람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이다. 애초에 석사과정을 마쳤다고 경력 2년을 인정해주겠지..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전공을 마치고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고 대학원으로 입학하는 것은 현실도피로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취업을 뒤로 미루고 대학원으로 간다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대학원에서 주로 하는 공부는 취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공부이기에 취업을 위해 대학원을 입학한다면 원하는 바를 이루기가 어렵게 된다.


취준생 입장에서 ㅇㅇ대학 석사과정이라는 꽤 매력 있는 간판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이해한다. 그 기간 동안 엘리트 교육을 받는 사람 정도로 외부에 알려지지만, 실제 졸업 후, 그들의 진로를 보장해주는 학교는 없다. 지도교수 역시, 학생들의 진로나 취업에 대한 것은 관심이 없다. 대부분 학위를 받도록 하기 위해 논문을 지도하고 심사하는 역할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시각디자인과 학부를 마쳤다면 실무를 조금 쌓고,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이 좋다. 현재 시점에서 취업이 안된다면 대학원을 마치는 시점에도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여전할 것이다. 오히려 나이만 많기에 취업시장에서 더 불리할 것이다. 대학원에 가면 취업이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재 시점에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석사학위는 additional 한 요소일 뿐이다. 석사학위를 통해 더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잘 쌓은 사람의 석사학위가 빛을 발하는 것이지, 디자인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 석사학위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연구실 조교가 된다고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내에는 교수님 연구실, 혹은 과사무실 등에서 일을 하는 조교가 많이 있다. 이들 중의 일부는 전업으로 이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부는 대학원 진학과 동시에 등록금을 보조받는다는 명목으로 혹은 용돈을 벌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수 연구실에 몸을 담는다고 내가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후에 교수가 되기 위해 연구실 조교로 몸을 담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실에 몸을 담는다고 교수가 될 확률은 0.000001%도 되기 어렵다. 대다수의 교수들은 외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자신의 훌륭한 제자를 다른 학교 교수로 추천을 한다. 이미 잘 나가는 제자를 중심으로 대학에 강의도 소개를 시켜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들을 통해 기회를 열어준다. 자신의 밑에서 일을 도와주는 조교는 조교일 뿐이다. 자신이 교수가 될 거라 기대하며 교수의 온갖 잡일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도맡지 말자. 


또한 연구실 조교의 역할은 커리어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이력서 란에 연구실 조교 역할을 작성해 두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디자이너를 뽑는 회사에서는 그 사람의 디자인 커리어가 궁금하고 어떤 디자인을 수행했는지 알고 싶지, 누군가의 밑에서 비서 정도의 역할을 한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로 현업에서 일을 할 생각이라면 이런 역할에 투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교에서 조교를 하면 등록금을 지원해 준다. 대학원 등록금은 학부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등록금이라도 보조받기 위해 조교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나도 석사과정을 입학하고, 등록금을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착각을 했었다. 등록금도 지원받고 교수님 옆에 있으면 뭔가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모두 지나고 돌아보니, 다수의 교수들은 자신의 조교를 키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교수 옆에 있다고 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내가 잘나고 외부 퍼포먼스가 좋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일을 도와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취준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사과정을 진학하고 싶다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전공 학생이라서 기회를 얻기가 힘들다면 디자인대학원 석사과정 진학을 생각하는 것은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교를 진학했다고 해서 학교만을 다니거나 연구실 조교 생활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학위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로써 회사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학교만을 다니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고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학교를 다니면서 디자인 공부를 병행해야 하고, 가급적 재학 중에 회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위를 받고 취업을 하면 되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취업이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지도교수가 취업을 시켜주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석사과정 중에 이렇다 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학부생보다 포트폴리오는 더 좋지 못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학위를 마치고 나서 나이만 많고 졸업장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만으로 디자인 공부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학기 중에 개설되는 수업의 양이 적기 때문에 석사과정만으로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석사과정은 학부와 달라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만약 디자인에 대해서 기초부터 공부하고 싶다면 학부 수업을 청강하는 방법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석사과정인데 어떻게 학부 수업을 듣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늘 이야기하지만, 쪽팔린 것은 한순간이다. 자신의 중요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쪽팔림이 무슨 큰 대수이겠는가..


학교를 다니는 중에는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 아무도 내 미래를 설계해주지 않고,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전공한 학생들 만큼의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도록 많은 수업을 듣도록 하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봐야 한다. 학교 내에 학부 수업 중에는 꽤 괜찮은 수업이 많은데,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등록금을 내고 일주일에 고작 3번 정도 수업을 듣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러니 가급적 전업으로 학생 신분을 유지할 생각이라면 다른 디자인 관련 과목을 다수 청강하고 스스로 디자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석사과정 중에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가 더 많다. 학교 선택에 주의하자.


우리나라에 참 많은 대학에 시각디자인학과가 있다. 그중의 대다수의 학교들은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과정은 많은 학생들이 있기에 운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석사과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기 때문에 시각디자인학과 석사과정 다수의 학교들은 정원 미달사태를 겪고 있다. 


물론 석사과정을 학부처럼 수많은 학생을 모집하는 시스템인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석사과정 인원이 제대로 충원이 되지 않기에 강의를 할 교수 초빙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러다 보니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논문을 처음 작성하는 학생들이 다수인데도 불구하고 논문 작성법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가 너무 많다.


나는 미달이 발생하는 학교의 진학을 말리고 있다. 학교에 정원 미달이 이루어지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러다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업이 진행이 안되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조차도 모르는 학생들은 등록금만 내고 논문도 작성하지 못한 채 학교 주위만을 떠돌게 된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석사과정이 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은 너무 쉽다. 하지만 쉽게 갈 수 있는 학교는 나중에 독이 되어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쉽게 갈 수 있는 학교는 가서는 안된다. 적어도 학교 수업이 커리큘럼대로 제대로 움직이는지, 학교 학생들이 학위 논문은 잘 써서 졸업은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지도교수를 잘못 만나서, 석사학위 논문 하나 써내지 못하고 학위도 없이 수료생으로 학교 주변을 맴도는 학생들이 너무 많으니,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디자이너에게 학위가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위를 받고 안 받는 것은 개인 만족일 뿐이다. 다만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에 학위가 자신의 실력과 비례하는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지금 답답하니까..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재 내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지, 학력이 부족하거나 스펙이 없어서는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잘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뿐인데, 다른 곳에서 문제를 찾다 보니, 불필요한 공부를 너무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 진학을 도피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디자인 실무를 하다가 정말 이론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진학을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석박사 과정은 학부와는 다르다.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찾아야 하며 수업시간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끌어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떻게 해주겠지..라는 마음가짐보다는 스스로 연구할 마음으로 진학을 해야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논문 한편도 못쓰고 학교에 등록금만 쏟아붓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다. 적어도 내가 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진학하려고 하는지 목적은 분명히 하고 입학을 할 것을 권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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