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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Nov 27. 2018

인쇄 공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인쇄는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익히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그래픽 툴을 이용해서 시안용 이미지를 멋지게 만드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디자인한 시안이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업무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사무실 내에서 디자인을 하는 시간보다 어쩔 때는 공장이나 자재를 구하러 외부를 다니는 일들이 더 많을 때가 있다. 

디자인 시안으로는 무엇인들 못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이너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는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 양산이 어떻게 될지, 양산 가능성에 대해서 예측하고 리스크를 줄여 내가 제안한 디자인 안이 계획대로 제품으로 잘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마다 업무의 비중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 회사 내의 업무 중에서 양산 프로세스까지 진행하지 않고, 디자인 데이터까지만 진행해서 제공하는 일만 주로 하는 곳이 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데이터를 만들고 실제로 제작의 전 과정까지를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런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를 하는 것은 커리어 관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자인만 완성해서 제공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인쇄물이나 제작물에 대한 핸들링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디자인 데이터만 제공하는 일만 하는 회사들도 꽤 많이 있다. 디자인 에이전시에만 근무를 하게 되면 디자인 데이터 만드는 일만 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하우스 디자인팀에서도 근무하는 경력이 함께 있는 것이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커리어 관리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작성하도록 하기로 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디자인 업무를 하다 보면 내가 데이터상으로 만들어 둔 디자인이 실제 인쇄물로 나왔을 때, 생각보다 별로인 것을 자주 경험한다. 특히 마트 진열대 위에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목격하게 되면 옆에 있는 다른 제품보다도 부족한 부분만 눈에 띄던지.. 부끄러운 마음에 자꾸만 움츠러들기만 했다.


소비자는 결국 최종 제품으로 디자인을 만나게 되니, 아무리 렌더링 상에서 드라마틱하게 표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가 양산 과정에서 핸들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소재를 선택해서 실제 제품에서는 원하는 완성도가 나오지 않는 것을 많은 디자이너가 경험했을 것이다. 이것을 인쇄소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때, 소재나 컬러의 선택, 혹은 후가공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결과물들이 종종 나오기 마련이다.


첫 직장,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인쇄를 해본 적 있나요?"


나는 이때 인쇄라는 것이 출력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인쇄를 해봤다고 당당히 말했었다.

나의 대답에 면접관인 실장님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줬다. 


"그건 인쇄가 아니라 출력이에요. 출력이랑 인쇄를 구분하지 못하는군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를 들킨듯한 느낌에 얼굴이 화끈거렸었다. 그때 나의 초보시절과 비슷한 일을 최근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많이 이야기한다. 그건 인쇄가 아니라.. 출력이야.. 출력과 인쇄를 구분하지 못하는구나... :D


그럼 많은 학생들은 예전의 나처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학교에서는 교수님이 분명 인쇄를 하라고 해서 만든 것인데.. 왜 여기서는 인쇄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꽤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종이로 결과물이 나오면 모두 인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학교 다닐 때 만드는 것은 출력이다. 대량생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인쇄인데, 학교 과제물을 직접 인쇄를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사에 처음 입사를 해서, 디자인을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인쇄소에 인쇄 데이터를 넘기고, 감리를 보면서 인쇄의 전 과정을 핸들링해야 하는 것이 사실 더 힘들었다. 데이터를 인쇄소에 내보내고 나면 혹시 데이터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혹은 오타라도 발견되면 어쩔까.. 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고 나면, 무슨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은 여전하다.


처음 회사를 들어가서 학교에서는 왜 이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들을 익혀야 했고, 책으로 제본이 되는 과정, 패키지 디자인에서 어느 영역까지 컬러를 넣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조금만이라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수업에서 미리 알려준다고 한들, 실제 인쇄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제가 인쇄를 모르는 게 너무 부끄러워요.


"수업시간을 통해서 패키지 디자인 인쇄도 배울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인쇄사고가 나서 선배들한테 매일 혼나다 보니, 인쇄 공부가 절실합니다. 저는 패키지 디자인보다 인쇄를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주실 수 없을까요?"


아주 가끔 잊을만하면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왜 인쇄를 하필 나에게 배우려고 하는 것일까.. 디자인은 자신이 있고, 그럼 인쇄만 알면 된다는 뜻일까?라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나는 디자인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인쇄에 대한 몇 가지 알려주기는 하지만, 인쇄 수업을 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만약 내가 인쇄를 가르쳐 준다고 하면, 톡으로 회사 업무들을 끊임없이 나에게 문의를 할 것이고, 내가 진행할 수많은 나의 업무들이 마비될 지경일 수도 있으니, 인쇄 수업에 대한 요청은 거절했다.


아마도 인쇄 수업을 듣고 싶다고 한 사람은 회사에서 인쇄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 편하게 문의를 할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일은 회사 안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그것을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 문의를 한다고 한들 내부의 시스템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올바르지 못한 답을 알려줄 가능성이 있기에 회사 업무를 나와 상의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부담이다.


이후, 취업한 학생들에게 종종 이런 연락이 자주 온다.


"선생님, 그라비아 인쇄를 넘겨야 하는데, 데이터를 이렇게 해서 보내면 되나요?"


답답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선배나 인쇄업체에 크로스체크를 요청하면 되는 것을 왜 나한테 물어보는지가 먼저 궁금했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것을 물어보면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흠잡힐까봐 질문을 못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이나 인쇄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경력직이 모르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은 솔직히 밝히고 잘 아는 사람에게 잘 물어보면서 배우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그동안 모든 것을 학원이나 학교에서만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잘 물어보지 않으면 나중에 커리어가 쌓여서 실무를 할 때, 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나중에 경력이 쌓이고 나서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 더 창피한 일이 되니, 경험이 없는 초기에는 뭐든 질문해야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답을 주었고, 회사 내부의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하고 회사 내부에서 컨펌 시스템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선배에게 데이터 체크를 받고, 인쇄소 담당자에게 다시 체크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문제가 없으면 양산에 들어가도록 사인을 줘야 한다. 선배와 크로스체크를 하고, 또 인쇄소 담당자가 데이터 체크를 했는데, 문제가 없다는 사인을 받고 인쇄를 들어갔을 경우 책임 소재를 나눌 수 있지만, 혼자 데이터를 용감하게 내보냈다가는 인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일이 생긴다. 데이터 상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은 모두 이메일이나 톡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유선상으로 컨펌을 받지 말고, 최종 데이터는 이멜을 통해 발송 후 인쇄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승인을 메일로 받아서 기록물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


회사 내부에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서, 크로스체크를 하고 데이터상의 문제가 없음을 입증해두어야 한다. 인쇄 데이터에 문제가 없다면 이후 양산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책임을 질 일은 거의 없다. 그러기에 일을 잘하는 인쇄담당자라면 데이터 체크는 매우 꼼꼼히 할 것이다. 


인쇄제작에 대한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은 꼭 선배에게 모든 인쇄과정을 보고하고, 컨펌을 받은 뒤에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거나, 어떠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프로세스를 회사 선배에게 컨펌받지도 않고 외부에 있는 나에게 질문을 하니, 내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만약 나에게 데이터 체크를 받고 내가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인쇄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나에게 질문한 학생이 모두 져야 한다. 나는 내부 관계자가 아니니, 그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인쇄사고나 나서 비용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디자이너에게 떠넘길 수도 있으니, 회사 내부에서 컨펌을 꼭 받고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사고가 나는 상황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잘 안다고 착각을 하고 오만한 결정을 내린 것, 둘째는 잘 모르는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진행해버린 것이다. 대부분 이 두 가지의 상황에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두 번째 상황은 경험이 많이 없는 주니어 이하의 디자이너에게, 첫 번째 상황은 경험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시니어 이상의 디자이너가 경험을 하게 된다. 


오랜 기간 취업준비를 한 학생들이 하나둘씩 입사를 하게 되면서 고민을 털어놓는 것 중에 하나가 "인쇄를 하나도 모르는데, 회사 가서 어떡하죠?"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입사를 하면 좋지만, 신입사원이 인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도 인쇄를 실습하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양산과정을 경험한 신입사원은 없으니, 회사에 입사 후 실무를 익히는 것은 이런 것을 배우는 것을 뜻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영원히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다.





인쇄는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무를 통해 익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나도 학교에서는 인쇄물을 경험한 적이 없다. 학교 과제에서는 출력을 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전시를 하거나 기말 과제를 컨펌받는 방식이었기에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는 없었다. 학교교육의 이런 시스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은 없다. 학교에서는 디자인하는 것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았다. 실제 인쇄물을 넘기는 과정이라던가, 제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설명해주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나는 디자인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했던 회사는 온오프라인의 관련 패션 광고를 제작하거나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 등을 했었다. 그때 입사하고 나서 내가 디자인한 데이터를 인쇄물로 제작하는 전 과정을 배우게 되었다. 많은 요즘 학생들은 배운다는 것을 강의를 듣거나, 자신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회사에서 업무를 배우는 전 과정은 그렇게 배울 수는 없다.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돈을 받고 교육을 시키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작업한 데이터가 최종 컨펌이 나고, 인쇄 데이터를 내보내는 과정을 사수가 옆에서 붙어서 함께 체크를 하고 주의할 사항과 업체에 어떻게 전화를 하는지까지 알려주었다. 회사 내부에는 양산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슈들을 정리한 책자가 있었는데, 그동안 선배들이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던 내용들을 모두 정리해둔 책이었다. 회사차원에서 제작 중에 사고가 난 것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를 기록으로 모두 남겨두었다. 이 내용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선배에게 질문을 했다. 귀찮을 정도로 질문하는 나에게 그래도 실수하지 말라면서 설명해주는 선배를 통해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 뭔가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에서 공부하듯이 공식화되어서 달달 외운다는 것만이 배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처음 젓가락질을 배울 때, 두부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젓가락질할 때와 콩자반의 콩을 젓가락으로 드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혹은 경험을 통해서 깨우친다. 이런 것도 역시 우리는 배운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인쇄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혹은 다른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만약 학문적으로 배우고 이것의 모든 경우의 수를 데이터화해서 공식으로 만들고 이것을 외워서 모두가가 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면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있어야 한다. 혹시 실습이 가능하다면 실습도 할 수 있겠지만, 대량생산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무슨 수로 실습을 한다는 말인가?


간혹 내 수업을 통해 인쇄 실습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인쇄에 대해서 1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출력물을 제작하고 싶다는 뜻인데, 이건 개인적으로 출력하는 곳에 맡겨서 제작을 하면 된다. 아주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설명할 내용도 없을뿐더러 실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샘플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인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혹은 실제 제품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싶어서?


샘플을 만드는 과정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회사는 디자인을 모두 진행하고 나서 프린트를 하고 디자인 초기부터 모두 샘플 제작을 통해 컨펌을 한다. 나도 회사에 처음 다닐 때는 그렇게 했었다. 그랬더니, 시안을 10개를 잡으면 10개의 박스를 모두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정말 지겹고 힘든 과정이었다. 


이후 회사에서는 외형을 그려 렌더링을 하고 렌더링 상태로 출력을 해서 디자인 안을 확인한다. 그리고 디자인이 선택된 것만 샘플로 제작을 했다. 그렇게 확인된 디자인 시안 중에서 최종 선택된 디자인은 인쇄소에 의뢰를 해서 샘플을 제작한다. 이 샘플은 이후 인쇄를 진행하는 기준이 되며 예전에는 교정을 통해서 진행을 했었지만 지금은 인쇄소에서 알아서 제작을 잘해준다. 이 샘플이 문제없이 잘 나왔다면 데이터상의 문제나 재질을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니니, 데이터를 최종 체크를 해서 양산을 시작하면 된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출력물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렌더링으로 컨펌을 받고 디자인을 결정했다. 선택된 디자인을 인쇄나 샘플을 위한 원고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이런 과정에서 나는 작은 요소들의 발란스를 체크하기 위해서 프린트를 통해서 원고 작업을 진행하고 최종 데이터로 인쇄소에 샘플을 의뢰했다. 인쇄소에서 제작한 샘플은 이후 양산되는 인쇄물과 동일하다는 증거품이 되기 때문에 샘플이 제대로 나오는지 체크를 하는 것은 양산 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내가 다닌 회사들마다 프로세스는 조금씩 달랐다. 출력물로 제작물을 만들어보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회사 프로세스에 대해서 설명을 한 것이다. 실제 인쇄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 인쇄를 하고 싶다면 그 인쇄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경우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쇄는 혼자서 공부할 수도 없고, 실습을 통해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쇄는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


잠깐 언급된 내용이지만, 회사에는 가장 훌륭한 스승이 있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가 있고, 만약 나 홀로 디자이너라면 경험 많은 외주업체가 있다. 인쇄를 의뢰하는 디자이너는 인쇄소 담당자와 친해져야 한다. 내가 패키지 디자인을 했는데, 이것을 제작해주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지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해서 한 스텝 한 스텝 체크를 하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들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더 좋은 방향이 있는지 함께 논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정확하게 원하는 바에 대해서 잘 설명을 하고 업무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이렇게 양산 핸들링을 하는 것을 회사 업무에서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창피해서 남들이 알까 봐 부끄러워서 질문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상태로 커리어를 쌓게 되면 나중에 업무를 하는데 큰 지장이 생긴다. 겸손하고 늘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질문을 하고 익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갑인데, 질문을 해도 되나...라는 교만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시만 내리고 업체에서 해오도록 하는 경우는 결국 업무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원하는 제작물을 얻기 힘들다.


경력이 조금이라도 덜 있을 때 모르는 것들을 익혀두어야 한다. 나중에 팀장이 되어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면, 팀의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두어야 할 시기에 질문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회사 선배들도 인쇄에 대해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인쇄 담당자와 친하게 지내서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고 인쇄 감리를 나가서 그들이 일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들을 질문하고 테스트해보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


아는 척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들도 역시 나에게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싹싹하게 인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씩 나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사람들은 없다. 인쇄를 배우고 싶으면 실제 양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과정들을 하나씩 꼼꼼히 체크를 하면서 경험이 쌓이고 공부도 되는 것이다.


인쇄 감리를 나가서도 그냥 멀뚱멀뚱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장님께 먼저 인사도 드리고, 질문을 하면 가장 쉽게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컬러까지 제작이 될 수 있도록 이야기도 해주시고 적절한 컬러의 인쇄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는 것도 인쇄를 직접 하는 기장님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고, 이것을 어디 학원이나 기관에서 배우려고만 하니 제대로 배울 곳은 없고, 또 배운 것은 현장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인쇄 기술은 매년 바뀌고, 어떤 회사와 일하는지 어떤 품목을 디자인하는지, 당시에 유행하는 소재는 어떤 것을 쓰는지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바뀐다. 그때그때 작업을 하면서 양산 경험을 쌓으면 그것이 내 나름대로 데이터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한 번에 수학처럼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 인쇄 감리를 나갔던 기억이 있다. 큰 제작물은 아니지만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에서 나를 감리를 내보냈다. 어리바리하게 서있다가 인쇄소 사장님께 혼쭐이 났었다. 인쇄 감리를 보러 와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으니 담당자분께서 꽤나 답답했었던 것 같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서러움이 복받쳐서 눈물을 흘렸었다. 경험이 너무 없다 보니 감리 가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사회생활 경험이 별로 없으니 사람을 대할 줄도 몰랐다.


먼저 싹싹하게 다가가서 인사도 하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을 하면 담당자들은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준다. 그러면서 나와 잘 맞는 인쇄소와 여러 가지 업무를 진행하게 되고, 그렇게 파트너십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관계를 잘 맺어둔 인쇄소는 내가 이후 회사를 옮기게 되더라도 다시 연락을 해서 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사회생활에서 나와 함께 일을 하는 회사나 사람들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친한 인쇄소를 통해서 새로운 인쇄기술을 소개받기도 하고, 가격을 절감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한다. 회사 한 곳과 잘 관계를 맺어두면 디자이너에게 가장 좋은 인프라가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회사의 규모가 적을 때에는 인쇄 프로세스가 잘 갖춰지지 않는 곳이 많다. 이럴 때는 회사 내부의 인쇄 프로세스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크로스체크를 할 선배나 후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PM이 있어야 한다. 내가 혼자 작업한 것은 아무리 꼼꼼히 봐도 실수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크로스체크를 해 줄 경우, 오타나 컬러가 잘못 들어간 것, 수치가 잘못된 것들.. 기타 사소한 실수를 찾아낼 수 있다.


체크를 받고 문제가 없다면, 문제가 없으니 인쇄를 시작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서로 간에 체크가 끝난 데이터는 인쇄 직전에 인쇄소를 통해 샘플을 제작해두는 것이 좋다. 이것은 인쇄소와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경우, 인쇄소와 계약을 하기 전에 인쇄 샘플을 제작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의뢰를 드린다. 프로젝트 규모가 너무 작은 경우는 샘플 제작비용을 별도로 항목에 넣기도 하지만, 프로젝트의 규모가 큰 경우는 대부분 무료로 해준다. 옛날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서 따로 교정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인쇄소에서 내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수용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인쇄소에서 만든 샘플을 꼼꼼히 모두 체크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상의해서 고쳐서 데이터를 보내면 되고, 만약 문제가 없다면 바로 진행해도 좋다. 샘플은 내가 양산 제품을 만드는 기준이 되고, 샘플과 동일하게 인쇄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인쇄소에 컴플레인을 해서 샘플과 동일하게 나오도록 유도하면 된다.


인쇄 초보라면 매번 감리를 나가서 현장에서 어떻게 인쇄가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인쇄소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


학원에서 인쇄를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대화를 통해 노하우를 하나씩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계획한 디자인이 실제 제품으로 잘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인쇄는 학원에서 배우기는 어렵다. 현장 안에 모든 답이 있고 관계를 잘 맺어서 사람을 통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길 바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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