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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Jan 18. 2019

디자이너의 영어공부

토익점수가 높으면 취업이 정말 잘 될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자신만의 브랜드로 처음부터 사회에 발을 내딛는 용감한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디자인과 학생들은 어떤 조직에 고용이 됨으로써 디자이너로 처음 실무를 접하게 된다. 디자인과는 예체능계열에 속하긴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 디자인과 학생들의 스펙 쌓기는 다른 학과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에도 많은 학생들이 집중하게 된다. 

일명 스펙의 필수 요소로 토익 점수는 아주 당연하게 포함되는데, 디자이너의 영어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디자이너에게도 외국어 능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전문직종인 디자이너야 말로 언어적 장벽만 해소가 된다면 전 세계 어디든 일을 할 수 있고,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SNS나 웹을 통해서 전 세계 어느 곳의 소식이나 자료들을 접하고 있고 특별한 장벽 없이 해외의 기업들과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언어 때문에 그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스스로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교육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사실 영어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부류는 몇 안된다. 해외에서 공부를 했거나,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나.. 이렇게 세 가지 경우의 수에 속하지 않고는 외국어에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타고나길 언어 습득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있으니, 이 경우도 제외해보자.


위의 부류에 속하지 않는 평범하게 국내에서만 공부한 이들에게 영어는 참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다가 서류에 통과가 잘 되지 않거나, 면접에서 낙방을 해도 많은 학생들은 영어성적이 없어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운 의견들을 내놓기도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취업을 한 그 순간까지 우리는 그 원수 같은 토익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효기간이 2년 만기라는 사실도 부담스럽다. 그리고 800점 후반 정도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토익 성적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이 만나지 못했다.


취업에 영어가 필수적인지 아닌지, 나 역시 잘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 퍼져있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것들을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거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 정도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어는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은 한다. 





토익점수는 취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까?


각 기업에서 제시하는 디자이너의 토익 점수 기준은 대략 600점에서 700점 사이가 된다. 물론 다수의 취업준비생들은 이보다도 훨씬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다. 지원자 이력서를 검토해보면 700점에서 800점 사이의 지원자가 가장 많았다. 대학 졸업 요건으로 토익점수를 제출해야 하는 학교들도 있기 때문에 고득점 토익 성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성적을 높이다 보니, 900점대의 지원자들도 꽤 만날 수 있다. 경험상 토익점수가 더 높다고 해서, 지원자를 선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는다. 토익 성적이 필수인 기업에서는 그냥 서류에서 걸러질 수는 있다. 하지만, 토익 성적이 더 높다고 해서 채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다. 


회사에 근무하던 때를 회상해보면, 지원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900점대를 향해가는 토익 성적에 비해서 포트폴리오가 너무 형편이 없었다. 참 다양한 스펙은 다 쌓았지만, 눈에 띄는 작품 하나 없으니.. 그 사람을 면접에도 부르기가 어려웠다. 


토익 성적이 취업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뜻하지 않게 해외 사이트를 들어가거나 영어 텍스트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순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장벽 없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회사 업무와 연결되는 것이 많다. 외국어를 아주 잘하기는 쉽지 않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영어성적이라도 있다면 지원자가 아주 기초적인 언어를 해석하는 수준 정도는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토익 성적이 취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취업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나치게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학을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을 위해서 1년간 토익 공부에만 매진했다는 취업준비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자신이 목표한 대로 토익 고득점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지원서류를 넣어도 불러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토익 성적과 스펙 3종 세트를 채운다고 해서 취업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토익 성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토익 성적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낭비가 된다. 





토익공부는 영어공부가 아니다.


내가 토익공부를 하던 시절에 유명 토익강사가 이야기한 말이다. 토익 성적은 2-3개월 내에 만들고 토익 성적에 질질 끌려다니면 취업준비가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취업준비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토익 책부터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스펙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토익공부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늘 내가 하는 조언은 한 가지이다. 토익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취업준비를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 하고, 이력서, 자기소개서 및 디자인실기시험을 위해 디자인 역량까지 쌓으려면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토익 고득점을 위해서 토익공부에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되면 정말 필요한 것들은 준비를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뭐든 발동이 늦게 걸려서 천천히 하는 학생들이 있다. 영어에 기초가 없으니.. 처음부터 기초를 쌓아야지 하면서 정말 기초부터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면 만족할 수준의 토익 성적을 만드는데 시간이 꽤 소요가 된다. 유명 토익강사의 말처럼 토익 성적은 2-3개월 내에 끝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 영어공부를 기초부터 탄탄히 쌓고 영어의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한다면 취업을 한 뒤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성적 만들기가 우선이다. 영어공부를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 했다면 취업준비기간 전에 했어야 했다. 어차피 직장을 들어가도 다수의 직장인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서 다시 어떤 공부를 시작한다. 영어공부를 정말 깊이 있게 하고 싶다면 취업을 한 뒤에 회화도 하고, 영어의 깊이 있는 공부도 시도하는 것을 권한다. 


영어의 기초가 정말 없는데, 2-3개월 안에 가능할까요?라고 묻는 학생들도 있다. 당연히 먹을 거 다 먹고, 놀 거 다 놀면서, 학교 다니고, 과제하면서는 못한다. 그 순간만큼은 그냥 성적을 빨리 만드는데 올인해서 그냥 적어도 그 걱정거리 하나는 덜고, 다른 준비를 효율적인 면에서 더 낫다. 기초가 없는 사람일수록 그냥 유명 강사의 족집게 수업이 더 유용하다. 스터디 시스템도 잘 되어있는 곳을 찾아서 강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빠른 시간 내에 목표 점수를 만들고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다. 너무 기초가 부족해서 시간이 물론 더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태한 자신 때문에, 스케줄 관리에 실패해서 성적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다. 




영어를 잘하면 취업이 잘될까?


어느 기사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의 연봉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라는 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통계는 어디까지나 통계이지만,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의 초반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언어장벽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너도 나도 영어에만 매달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어는 그저 플러스알파의 역할을 할 뿐 영어만 잘하는 디자이너는 필요하지 않다. 디자인이 기본이 된 뒤에 언어 장벽의 요소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는 그저 추가적인 요인이 될 뿐이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토익 성적만 있으면 스펙이 해결되고, 그렇게 되면 서류통과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다.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 단순히 스펙 3종 세트나 스펙 5종 세트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시험과 같이 특정 시험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일반 기업의 채용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디자이너의 첫 번째 요건은 디자인적 사고와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일은 외면한 채 스펙 3종 세트를 완수하기 위해서 힘을 빼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인 취업준비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어 사용이 정말 많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해외에서 공부한 디자이너를  채용 대상자로 우선 고려하게 된다. 취업준비를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원어민만큼 영어를 하기는 무리가 있다. 국내에서만 공부를 한다면 꽤 공을 들여서 꾸준히 공부를 해야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가능해진다. 단순히 토익스피킹 성적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파 디자이너들이 많다. 해외 업무가 많은 기업에서는 해외 문화에 익숙하거나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어설프게 취업을 위해 토익스피킹을 따면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해봐도 주의 깊게 지원자를 보게 되지는 않는다. 




디자이너의 영어공부


예전에는 국내에서만 공부한 디자이너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다수의 디자이너들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유학길에 많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꼭 해외에서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해외 진출이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만 언어 장벽에서 자유롭다면 언제 어디서든 해외 기업과 컨택을 할 수 있고, 상호 간의 조건만 잘 맞는다면 해외기업으로 취업 역시 가능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국내 기업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해외에 많이 나가게 되면서 국내에서 커리어만 잘 쌓아도 해외 진출이 많이 어렵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토익 점수가 기본적인 요건이라면 취업을 위해 토익점수를 우선 받아두는 것은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토익점수가 기준만큼 나왔다고 해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기준으로 볼 정도의 성적을 받아 두었다면 그 뒤에는 정말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토익 기준 점수를 받아두었다면 어느 정도 기초 다지기는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이후에는 정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회사도 그만두거나 부모님에게 떼를 써서 학교도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학연수를 떠난 사람들 중에서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패한 사람들도 많다. 무턱대고 떠나는 어학연수는 시간만 잡아먹고,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혹은 직장을 다니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정말 영어공부를 시작하자. 그리고 전 세계 곳곳의 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SNS를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해보기도 하자. 내 작품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 기회가 시작이 되어 국내에서만 공부를 했지만 월드와이드를 대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성적을 받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을 하지 말고 이후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혹은 더 큰 꿈을 위해서 공부를 꾸준히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디자인의 기본기가 잘 잡혀 있는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권하는 것이 꾸준히 영어공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영어는 토익스피킹을 고득점 받는다고 해서,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보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눈앞의 취업이 중요하지만, 인생은 길다. 디자이너 생활 일 년 이년 하려고 고생을 해서 공부를 한 것이 아닌데, 다들 첫 직장을 잡는데만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로써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설계는 뒷전으로 넘기게 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의 장벽이 무너지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 다양한 국가에서 호감을 갖고 있으니,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국내에서만 공부했다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좀 더 크게 미래를 설계하고 꾸준함으로 준비를 하면 좁은 국내 시장을 떠나 더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영어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성적 만들기를 위해서 당장 눈앞에 있는 회사에 지원을 위해서 제출하는 이력서에 빈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디자인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꾸준히 한다면 그 준비 과정이 더 즐겁지 않을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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