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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Feb 18. 2019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는 것일까?

창의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뭘 해야 하나?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디자인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디자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에 진출했거나 비전공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학생들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영감을 얻거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없이 작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는 숨쉬기만큼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전공학생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디자이너에게는 이런 자연스러운 행위 자체가 힘들다 보니,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아이데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 무엇이 문제일까?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방법은 대부분 대학 1, 2학년 과정에서 학습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각디자인학과 1, 2학년의 커리큘럼은 실무에서 진행하는 디자인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이는 작업들을 주로 하는데... 이때 이런 작업에 더 흥미를 갖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시하게 여기거나 이걸 왜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각 과목에 참여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도 학교를 다닐 때, 1학년 2학년 때 과목들을 수학하면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고, 왜 이런 작업 물들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몰랐다. 차라리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등 컴퓨터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알려주거나, 실제 브랜드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미리 공부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 지금에서 돌아보니.. 그 지루한 기초과목은 자연스럽게 디자인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시각디자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조금씩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 중에서 저학년 때 기초수업에 충실했던 학생들의 경우는 어떤 대상을 통해 영감을 얻는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방법적인 부분들을 익히게 된다.

문제는 1, 2학년 수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학생이거나.. 전과 학생 혹은 복수전공... 혹은 타전공으로 디자인 업계에 진출한 사람들이다.


기초 공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래픽 툴을 이용해서 그림을 만들기에만 집중하거나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가지 않는 작업등을 주로 하는 업무에 배치된 경우는 영감을 굳이 얻을 필요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필요조차도 없을 때가 많다.


아이데이션이 되지 않는 이유는 디자인 기초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는 그래픽은 요소의 기본단위인 점, 선, 면을 통해서 완성이 되고 이 기초원리들을 통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디자인에 대한 원리나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좋은 작품들의 겉모습만을 따라서 그려내기만을 하다 보니 창의적인 작업은커녕 누군가의 작업물을 그대로 베끼는 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영감을 얻기는 힘들다.


현상이나 비주얼 요소, 트렌드를 똑같이 보고도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그리고 동일한 것을 바라봐도 사고하는 것들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나는 디자이너는 만물박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베이커리 브랜드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라면 베이커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빵이 구워지는 과정, 빵의 특징, 재료 등등 대상에 대한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만들어야지 소비자에게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다. 


창의력이라는 것의 기반은 학습이다.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일화, 아이작 뉴턴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일화이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본 뉴턴은 사과가 아래로 왜 떨어지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는 결국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힘은 행성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만물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만약 뉴턴이 물리학이나 천문학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떤 현상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안된다면 이미지이든, 브랜드이든 그것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그렇다. 디자이너는 세상의 모든 현상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고하고 비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나 트렌드, 내가 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지 사고의 폭이 풍부해진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여기에서 있는 것이다. 유명 카피라이터나 기획자, 그리고 디자이너의 대부분은 엄청난 다독가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비주얼뿐만 아니라, 글로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작업을 하는데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기보다는 내가 비주얼 요소를 만드는데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작업을 하기 전에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좋은 작업 볼 줄 아는 눈이 생겨야지, 대상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만약에 누군가 나에게 자동차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나는 평상시에 자동차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자동차 브랜드의 종류도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각각의 브랜드의 특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물론 그 전문적인 분야를 짧은 시간 동안 혼자 공부를 해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정해본다면 평소 관심이 없었거나, 관심이 있었어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입장이었다면 시각을 바꿔서 생산자의 입장에서 자동차의 특징, 각각의 브랜드의 특징, 브랜드별 디자인, 그리고 현재의 트렌드, 앞으로의 전망, 자동차의 기술적인 특징 등... 공부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 많은 요소들이 학습이 되어야지, 그다음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라는 것이 생긴다.


요소에 대한 학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과연 자신이 디자인하려는 대상에 대해서 공부를 얼마만큼 하고 이런 불평을 터뜨려 놓는 것일까? 그래서 대상에 대한 질문을 여러 번에 거쳐서 하게 되면 자신 스스로 대상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만들려고 시도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창의력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서 나오게 된다. 내가 디자인하려고 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있게 생각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인가? 유사 브랜드에서부터 현재 브랜드가 안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하고자 하는지.. 그 문제점을 어떻게 제대로 해결할지에 대해서 학습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속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창의력은 커녕 그 어디에서도 영감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앞서 가정해서 이야기한 자동차 디자인을 한다고 했을 때, 자동차 디자이너라면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부분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각이 달라야 한다.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의 시각에서 대상을 대해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을 하려고 하는데 자동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왜 시각디자인에서만큼은 그냥 포토샵과 일러스트 조금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디자인을 할 줄 안다고 이 분야에 쉽게 뛰어드는 것일까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접근이 쉽고, 뭔가를 완성해내기가 다른 3D 툴을 이용하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아무리 그러하다고 하더라도 포스터를 디자인하는데, 포스터 디자인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 한번 하지 않고 포스터 디자인을 하려고 하니.. 아무 아이디어도 그리고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포스터 디자인을 찾아보자. 좋은 포스터 디자인이 어떤 것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못한 지 분석해서 볼 수 있는 눈이 있는가? 만약 어떤 것이 좋은지 나쁜지 조차 모른다면 학습이 덜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학습이 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창의력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래픽 툴로 기교를 아무리 부린다고 한들 영혼 없는 그림 한 장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그림 한 장의 완성도는 당연히 좋을 수가 없다.




작업의 속성에 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대상의 속성을 정리하고 학습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라는 이야기를 하면 디자이너의 시각이 아닌 마케터나 영업 담당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결국에 우리가 하려고 하는것은 디자인이니 그 목적성에 맞는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디자인을 할 것을 예상하고 대상에 대한 학습과 자료조사가 진행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고의 흐름도 물론 시각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속성이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 정리가 되었다면 이것을 시각화하기 위한 디자인 무드나 look&feel로 정리를 해야 한다. 이것은 디자인 언어이자, 우리가 이야기하는 디자인적인 느낌을 말한다. 디자인을 언어로 정의를 내리고, 관련 레퍼런스를 폭넓게 찾고 정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넘겨서 할 줄 알아야지 사고의 정리가 잘 이루어지는데, 잘 교육받은 학생들을 제외하고 이 과정이 너무 어려워 한다.


결국 디자인은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그것을 비주얼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나는 수업시간에 대상에 대한 속성 정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에 대해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디자인 언어로 정리된 무드는 다시 이미지 리서치를 통해서 아이디어가 정리되고 다시 한번 이미지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카테고리가 잘 분류된 상태에서 정리된 무드 보드를 통해 디자이너는 영감을 얻고, 자신의 작업으로 아이디어 스케치까지 진행을 하게 된다.


영감은 신의 계시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감을 얻기 어렵다고 푸념을 하기보다는 내가 사고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알고, 아이디어를 추출하는 과정을 하나씩 잘 밟아나가서 창의적인 사고를 하길 바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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