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서 Oct 08. 2018

디자이너 취업하기
취업준비가 유난히 더 힘든 이유


사회 경기의 불안 요소들이 늘어나면서 대학에서는 우리가 상상했던 낭만과 꿈이라는 단어보다는 취업에 대한 공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 내가 상상한 대학생활은 중고등학교 때의 억눌린 것들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꿈이 있고, 아름다운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라 생각했다. 성인이 되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막상 대학에 가고 보니,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대학을 입학하던 때는 IMF가 1년 지난 시점이었다. 암울한 시대의 그림자가 대학 내에도 어둡게 자리를 잡았다. 불행하게도 그 시기에 취업시즌을 맞이하던 선배들은 갈 곳이 없었고, 그들은 모두 학교 도서관에 남아 취업준비를 하는 취업재수생이 되었다.


각자가 사회 환경 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경험치가 다르니, 예전에는 취업이 더 쉬웠고 지금은 더 어렵다고 비교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첫 진출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는 것이다. 


취업준비가 유난히 힘든 이유, 사회경제적인 이슈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적인 문제를 논하는 것은 제외하고 개인의 문제만으로 취업준비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법적으로는 만 19세가 되면 성인이라고 규정을 짓지만, 실제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성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성인은 경제적인 독립이 이루어졌을 때, 정말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학교를 다니는 동안 성인이지만, 실제 성인으로써의 역할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4학년이 되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조금 빠른 학생들은 4학년 내에 취업을 하기도 하고 늦은 경우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처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준비하는 기간이 된다.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성장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동안은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안전장치 안에서 학교생활만 성실히 하면 웬만한 것들은 내가 계획한 대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취업은 성실함만으로 혹은 내가 그동안 쌓아 온 스펙만으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능력 있는 부모님께서 취업까지도 안전하게 자리를 마련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평범한 우리에게 낙하산은 그렇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좋은 학교만 나오면 꽃길을 걸을 줄 알았는데, 1차 서류합격조차도 쉽지 않은 벽에 부딪히게 되니, 마음의 상처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거절을 반복적으로 당하게 되면 학생들은 흔히 "자존감이 낮아져서 힘들다."라고 내게 이야기를 한다. 거절의 이유를 제대로 듣지 못한 채, 탈락 소식을 접하게 되면 내가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세상 속에서 내가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 자신의 존재감마저 의심하게 되니,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거절을 당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경험이다. 첫사랑의 대상이든, 대학입시든 내가 거절이 되어 선택받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란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기에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은 나도 대학입시에 모두 탈락했을 때, 지원한 회사에서 떨어졌을 때.. 등 매우 다양한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었다. 처음 실패를 맛 본, 재수를 하던 스무 살의 나는 처절한 패배주의로 큰 몸살을 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어렸고, 나약했다. 시간이 꽤 흘러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대입 실패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할 무렵 취업시장 앞에서 나도 역시 무력했다. 몇 번의 공채에서 고배를 마시며 세상 끝에 내가 매달린 느낌을 받았다. 이러다가 취업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가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여러 곳의 면접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대입에서의 실패도, 대학 졸업 무렵 입사지원회사의 탈락도 나에겐 그저 작은 삶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다. 상처는 아물었고, 나는 몇 번의 거절을 경험하면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어느 지점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몇 번의 실패와 상처를 통해 공부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도 많다. 세상 일이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상처를 안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살면서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상처받는 것이 두렵다면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 상처를 받고 세상에 나만큼 불쌍하다는 자기애에 빠져서는 안된다. 세상에 나만큼 불쌍한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에 남들만큼 상처를 받고 아물기를 반복할 뿐이다. 나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 자기 연민에 빠져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하면 다시 하면 된다. 세상에 딱 한 번뿐인 기회라는 것은 없다. 그 회사에 떨어지면 다른 회사로 가면 된다. 몇 번의 거절로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패배주의에 사로잡힌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가르친 학생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 학생은 대학을 졸업 후, 꽤 긴 시간 방황으로 취업을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나를 만나게 되었고 꽤 성실한 학생은 수업에도 즐겁게 참여를 했다. 그러니 당연히 작품의 완성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작품 수가 좀 채워진 학생에게 서류 지원을 권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대기업에 덜컥 서류합격을 했고 오랜 시간 방황의 시간을 보낸 학생은 매우 흥분 상태였다. 실기시험을 보고, 1차 면저블 보고 2차 면접을 보면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회사이지만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 학생이 얼마나 성실하고 괜찮은지 나도 잘 알기에 한껏 응웡을 했다. 마치 합격이라도 할 것처럼, 나도... 학생도 함께 흥분해 있었다. 


결과는 최종면접에서 탈락이었다. 탈락이라는 말과 함께 학생이 받게 될 상처가 먼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탈락을 하게 되면 내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뽑은 게 전부이다. 최종까지 가서 탈락을 하게 된 경우는 그냥 상대방이 더 매력적이고 적합하기 때문이다.


거절의 기억을 금방 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상처는 너무 컸고, 큰 좌절을 경험한 것 같았다. 그 뒤로 수업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지만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당연히 그때의 상처를 잘 극복하고 좋은 곳에서 디자이너로 잘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실했고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이런 상처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을 뿐이다.




취업이 힘든 것은 아무 이유를 모른 채 탈락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라도 알면 좋겠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만 가지 상상을 다 동원하게 된다. 탈락 사유를 피드백 달라는 지원자의 요청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무수히 많은 지원자에게 탈락 이유를 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성장시키고 개선시킬 의지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탈락 이유를 일일이 지원자에게 알려야 한다면 채용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고, 공개채용을 더욱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A를 채용하고 B를 떨어뜨리는 이유는 1등 능력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일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하찮은 사람은 아니란 것이다.


최종면접까지 갔는데, 탈락을 했다면 그냥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러나 경험이라는 것을 얻었다. 면접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보다 면접 경험이 한번 더 있는 사람이 다음 면접에서 더 유리하다. 그렇게 유리한 경험을 쌓게 되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결과는 나의 것이 된다.


이것은 비단 취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모두 그렇다.

학교에서 학점을 받는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기에 학교생활을 사회생활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학교생활은 사회보다 너무 작고, 노력한 것에 비해 대가를 후하게 주는 편이다. 


내가 조금만 성실해도 대학에서는 학점을 잘 주는 편이다. 다수의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과 한 해에 1명 혹은 2명 정도만을 채용하는 기업의 채용 시스템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점 받는 만큼만 준비를 하면 사회생활에서는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


그동안 살면서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세계를 깨고 나와야지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다.

내가 가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는 알을 깨고 나와야지 만날 수 있다.

늘 하던 대로 습관대로 해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면 그것보다 더 노력을 해야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타전공이라면 정말 새로운 세계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빨리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면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서 알에서 깨어 나오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새로운 세계에 이전처럼 내가 하던 방식 그대로 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취업이 힘든 이유는 그 동안 내가 만들어 놓은 안정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 속에 적응을 하게 되면 처음 받은 상처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보면 알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 내가 열심히 해야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D



+

일대일 디자인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디자인 공부를 원하는 분들은 아래 게시물을 확인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inmayde/223114659115



+

진로상담, 디자인컨펌 등 모든 상담은 무료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아래 링크를 확인하고 정식 상담 요청을 해주셔야 상담이 진행됩니다.

무료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카톡을 통해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inmayde/222373053299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