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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Sep 12. 2018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습관

나는 왜 아이디어 발상이 되지 않을까?

디자인을 잘 하려면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할까?

이런 고민은 전공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학생들을 만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디자인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나요?

어떤 것부터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디자이너가 되려면 그림을 얼마만큼 잘 그려야 하나요?

디자이너가 되려면 뭘 준비해야 하나요? 등등의 질문이 메일이나 댓글을 통해 남겨지는 것을 보면 예전의 나와 같이 많은 학생들이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 많이 궁금해하고 답답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나는 이런 질문에 어떤 책을 보고, 프로그램은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 어떤 디자인을 해보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열하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내 생각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수업시간에도 이야기를 하고, 또 블로그에도 몇 번 글을 작성한 적이 있지만,

나는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한 스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디자인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유명 기업이나 디자인을 꽤 잘한다는 회사를 입사한 학생들을 살펴보면 

그 학생들의 특징은 꽤 신선한 아이디어와 작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그들은 매우 성실했고, 의욕이 넘쳤으며 또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신감도 갖췄다.


유사한 디자인이 넘쳐나는 시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비주얼로까지 완성도 있게 정리된 포트폴리오는 어디에서든 환영을 받게 된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양상을 보면서 이런 특징이 더욱 두드러짐을 볼 수 있기에 나는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좀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많이 요구하는 편이다. 물론 비주얼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연습도 병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내가 이렇게 불필요한 과정을 계속 강요하는지, 불편해하는 학생들이 다수이고,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방법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아이디어 발상이 안 되는 이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이디어 발상의 시작은 관찰력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디자이너에게 그림 그리는 능력보다 관찰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은 다수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림을 잘 그리면 디자인을 잘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사람이 걷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하지 않으면 사람이 정말 걸어가는 모습을 그리기가 어렵다. 토끼의 특징적인 형태를 오랫동안 관찰하지 않으면 토끼의 모양새를 아주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형태를 따라서 잘 그린다고 해서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특징적으로 잘 그려낸다고 해서 디자인을 잘 하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음을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관찰력을 통한 아이디어 수집과 동시에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림 그리기 훈련만 오랫동안 이루어진 사람들의 경우,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더 많다.


관찰력은 비단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다 보면 참 섬세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 봄에 감탄을 할 때가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기획자의 습관에서 작가 역시, 기획자에게 중요한 습관을 관찰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관찰에 대해서 세심하게 작성된 글을 읽어보니,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된다. 책은 매우 쉽게 써져 있고 세심하다. 그래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화장품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나를 찾은 학생이라면 나보다 더 많이 화장품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그것을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해서 자신은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학생을 가끔 수업시간에 만나기도 한다. 아주 잘 짜인 아이디어를 듣고 있으면 작품의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음이 내게는 행운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해준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는 말만큼 행동은 그렇게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하고 싶다..라고 말을 한다면, 그만큼 행동은 책임을 져야 한다. 화장품을 정말 좋아하지 않아도 최근에 주목받은 디자인부터 다양한 출시 제품의 종류, SNS에 자주 언급되는 제품까지...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화장품 디자인을 예로 들자면, 화장품 디자인의 브랜드가 완성되는 과정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스킬은 없지만 매우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 타이포 그라피만 이루어지는 브랜드일수록 특징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에 더 깊이 있게 브랜드를 설계해야 하고, 타입 페이스를 찾아야 하며, 브랜드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특징 없는 그냥 서체들의 나열뿐인 디자인을 확인하고 온 학생 중에는 왜 그냥 이런 제품처럼 디자인하게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학생이 쉽게 작업을 하지 못하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특징이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그 작업물이 담겨도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것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말하는 그냥 깨끗하고 심플한 디자인일수록, 브랜드에 담긴 의미는 더욱 깊이가 있어야 하며 완성도가 높은 타입 페이스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관찰은 단어 그대로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화장품을 디자인한다면 내가 하려는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사람들부터 관찰해야 한다. 결국은 소비자가 주머니를 열 수 있는 디자인, 혹은 제품으로 만들어져야 하니, 그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 그런 종류들을 수집하고 나서, 특징들을 정리해 보자. 그리고 내가 새롭게 만드는 제품에 필요한 부분들만 정리를 해본다. 그리고 제품의 특징이 정리가 되었다면 네이밍을 진행하고 그리고 디자인 무드를 정리할 수 있다. 디자인 무드는 제품의 특징을 대변하거나 메타포가 사용될 수 있다. 그렇게 하고 나서, 관계된 디자인된 것들을 끊임없이 수집을 해야 한다. 몇 가지 이미지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면 자신의 편협함을 나를 채용할지 고민하는 회사에 모두 공개적으로 알리는 꼴이 되니, 제발 몇 가지 이미지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다시 수집된 구체적인 디자인을 보면서 내가 작업할 방향성을 다시 정리하고 스케치를 진행한다. 아이디어가 정리된 스케치를 토대로 비로소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이 왜 좋은 디자인인지 모른다면 그 사람은 절대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셰프는 맛있는 요리를 소비자에게 팔 수 없는 것처럼, 좋은 디자인을 모르는데 어찌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해낼 수 있을까?


디자인 공부를 한다면 다른 사람의 수많은 작품을 찾아보면서 왜 좋아 보이는지, 어떻게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아주 세심하게 그것을 살펴보는 관찰력이 매우 중요하다.


관찰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데, 좋은 디자인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에, 그리고 내 작업의 완성도를 꼼꼼하게 올리는 작업을 할 때 모두 필수적으로 작용을 한다.




관찰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내 것처럼 생각을 정리하고 설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획자의 습관을 쓴 최장순 작가는 이를 정리력이라는 단어로 설명을 했다. 정리력이라는 단어가 참 적절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 정리력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위해 무작위로 수집된 자료가 정말 아이디어에 필요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구분해 내려면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습관은 필수적이다.


종이에 펜으로 쓰던 아니면 컴퓨터 메모장에 메모를 하던, 그것은 자유다. 하지만 자료를 그냥 방치해 두고 나에게 컨펌받는 용으로만 사용한다면 스스로 사고를 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레퍼런스를 찾으라고 하면 나에게 이미지를 열어서 보여주기만 할 뿐, 그것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추출되었는지, 설명을 잘 하지 못한다.


자료는 자료일 뿐, 내가 보고 느끼고, 어떻게 나의 디자인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들이 글, 혹은 메모, 도표 등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 혹은 간단한 섬네일 스케치도 좋다. 수집된 자료들을 폴더별로 정리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남는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상관이 없다.


나는 리서치 자료를 찾을 때, 하나의 폴더를 사용하지 말고 폴더를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이미지를 재배치를 하거나 수집을 할 것을 이야기한다. 아무렇게나 모여 있는 이미지들은 자료로만 남을 뿐, 내게 필요한 정보로써 역할을 하도록 다시 정리를 하는 것이다. 폴더의 이름은 어떻게 써도 좋다. 자료를 수집하는데 중요한 것은 폴더 명을 어떻게 적을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자료를 카테고리 별로 구분을 하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오늘 글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는 관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관찰을 통해서 수집된 자료를 정리하고 다시 메모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설계해야 한다. 내가 아이디어 발상이 안된다면 세상 일에 눈과 귀를 닫고 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아니다. 생산자의 시각으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지, 현재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지, 혹은 유행하는 브랜드나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트렌드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눈과 귀를 열고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아주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보자. 어떤 것이 왜 화두가 되었는지, 이유를 생각하면 내가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져 나오게 되지 않을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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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inmayde/22311465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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