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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Aug 27. 2018

디자이너 커리어 관리 | 디자인 이직하기


디자이너 커리어 관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예전의 나는 첫 직장을 들어가고 나서 이후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막연하게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줄 곧 공부를 해왔고, 대학을 마치기 전에 첫 직장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먼 미래보다 당장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취업 후,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을 잠깐 했지만, 첫 직장을 퇴사하고 나서 커리어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만약 커리어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리 회사가 힘들어도 준비시간을 좀 더 갖고 계획적으로 이직을 했을 것이다.


예전의 나와 같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디자이너들도 커리어 관리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람들이 생각하는 스펙에는 내가 나온 학교, 공모전, 영어점수, 해외연수, 인턴 등만 해당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내가 다닌 전 직장의 경력이 내 스펙이 된다. 그리고 전 직장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연봉을 얼마를 받았는지의 레퍼런스가 다음 직장의 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첫 직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신입 지원자의 대부분은 첫 직장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고 생각을 한다. 이 말이 맞을 수도 혹은 틀릴 수도 있다. 

고등학교 때는 어른들이 어떤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은 이 말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하겠지만, 대학을 졸업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내 생각은 다르다. 인생은 수능점수 따위로 결정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첫 직장의 중요성은 대기업에서 시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블로그 상에 여러 번 언급했지만, 디자이너의 회사 선택은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한다. 

큰 회사를 들어간다고 안정적이지 않다. 연봉이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대기업에서 시작했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탄탄대로를 걷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대기업에서 디자인에 집중된 업무보다는 사무직 업무를 주로 하는 내 지인의 경우, 회사 구조조정에서 30대 후반의 나이에 조기 퇴직을 하게 되었다. 디자이너로 입사를 했지만 15년의 경력은 사무직에 가까웠기에 다시 그녀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면, 어떤 디자인을 누구와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후,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로 당당히 합격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을 할 생각이라면 차선책으로 디자인을 잘하는 에이전시를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 에이전시에 직원이 없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오너의 의식만 올바르다면 직원의 수가 적을수록 사람을 쉽게 뽑지 않고, 쉽게 사람을 내보내지도 않는다. 사람을 쉽게 채용하는 곳이 오히려 더 쉽게 사람을 내보낸다.


첫 직장에 힘들게 들어간 학생들은 대부분 얼마 못 가서 나오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힘들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인데, 내 마음에 드는 직장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1년, 2년을 일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활만큼의 시간을 보낼 것을 권한다. 혹은 그 이상이어도 좋다. 그렇게 주니어급에서 잘 성장된 디자이너는 질 좋은 일자리로 이직이 쉬워진다. 

이직이 한 번도 없고,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한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는 채용시장에서 환영받는 대상이 된다. 최근 몇몇 대기업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경력직 추천 요청을 받았다. 커리어 관리가 잘되어 있는 관련 프로젝트 경력자를 찾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경력직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나 역시 추천할 만한 적합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대기업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밖에 이렇게 많은데, 회사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니, 참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고, 나 역시 자격이 안될 것 같은 사람을 무턱대고 추천을 할 수도 없었다.


첫 직장은 디자인을 잘 배울 수 있는 곳을 가도록 노력을 하되, 내가 선택한 회사를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지는 말자. 충분히 일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스스로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이 회사를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바로 옮겨 가는 것이 좋다. 퇴사 시점과 입사시점의 적절한 조율이 중요한데, 퇴사 시점은 법적으로 2주 전에 알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입사할 회사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퇴사할 회사와의 마무리는 더 중요하니, 협의를 통해서 적절하게 조율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입사할 회사는 2주 정도 내에 입사일자를 정하는 것이 좋다. 혹시나 휴식을 조금 취하고 싶다고, 퇴사를 먼저 하고 입사를 뒤로 미루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하다. 예전에 내 친구는 이직이 결정되어 직장을 퇴사하고 한 달 뒤 입사를 약속한 적이 있다. 한 달간 해외여행을 다녀오려고 한 선택이었는데, 한 달이라는 텀이 너무 길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입사를 약속한 회사에서 채용 취소 통보를 한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간이다. 채용 취소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안일하게 여행 따위로 자신의 기회를 그만 날려버린 것이다. 채용이 결정되었다면 가급적 입사는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첫 직장을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오랫동안 했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 늘 그렇지만 결심보다는 실천과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첫 직장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입사를 했는데, 회사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 빨리 나오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 4대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을 시점이라면 더욱더 좋다. 4대 보험에 가입하는 순간, 내가 근무한 회사 리스트에 잡히기 때문에 옮겨다닌 회사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리스트는 지저분해질 수 있다.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달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 달치 월급보다 중요한 것은 내 커리어이다. 한 달을 근무한 것과 이틀을 근무한 것은 어차피 마찬가지이다. 굳이 한 달을 애매하게 채울 필요는 없다.


그럼 한 달 이상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내 생각과는 다르거나 분위기가 좋지 못하거나.. 혹은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말아야 할 중대한 사유가 보이기 시작해도 회사에는 일단 머물러야 한다. 다른 곳으로 이직을 바로 할 때까지는 그냥 유지를 해야 한다. 이럴 때 퇴사 후, 취업준비는 더 위험해진다. 많은 학생들이 회사를 무턱대고 나와서 시간이 흘러 초조해니, 또 전 직장과 비슷한 회사로 들어가는 실수를 범한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어차피 내가 갈 수 있는 회사의 범위는 그대로이다. 대입을 준비할 때,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수능 커트라인 같은 것이 존재했다. 아무리 내가 A급 대학을 가고 싶어도, 내 성적이 그에 미치지 않으면 선생님은 원서를 써주지 않으신다. 수능만큼 정해진 커트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커트라인 같은 것이 존재한다. 지원을 스스로 하는 것이니, 내 실력을 잘 모르고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계속 지원하는 것이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어차피 내가 갈 수 있는 곳의 수준은 정해져 있다. 경력직부터는 대학 이름이나 기타 등등의 스펙보다는 내가 다닌 직장, 그리고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수준으로 입사는 결정된다.


아무리 현 직장이 이상하고 나오고 싶어도 대의를 위해서는 참을 수 있어야 한다. 동아리 모임처럼 모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탈퇴를 쉽게 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회사를 다니면서 미래를 위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작품도 새롭게 만들고 공부도 하고, 내가 이전과 변하고 나서  전 직장보다 더 괜찮은 조건의 회사로 지원을 해야 한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냉정히 바라볼 줄 모르고, 이력서만 계속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지원할 시간에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




대학원 가서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면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원을 가겠다고 퇴사를 하고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 좋지 못한 선택이다.

대학원 입학은 대학입시만큼 힘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학교도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학위까지 모두 마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부만 하겠다는 학생이 있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한다면 성공하기 힘든 세상이다. 대학원을 가려는 목적이 단순 학문연구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에는 남들보다 잘 살고 싶어서 선택한 것일 텐데, 두 가지 일을 못한다니, 남들보다 잘 살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학원과 직장,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직장을 택해야 한다.


우리나라 석사과정은 일반대학원과 산업대학원으로 선택이 가능한다. 일반대학원을 가야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더 집중해서 연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디자인 분야는 일반대학원 프리미엄이 없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학원 경력 인정이 되는 곳도 있지만, 안 되는 곳이 더 많다. 일반대학원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 같지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비용만 날리는 것이 되고, 석사를 마친 뒤에 나이까지 많으면 취업시장에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굳이 학문을 연구한다는 이유로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


대학원을 다닐 계획이 있는데, 회사가 야근이 너무 많아서 병행이 어렵다면 대학원 진학 전에 야근이 많지 않은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것이 좋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저녁시간을 오롯이 학교에 투자를 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며 나중에는 논문까지 써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업무강도가 좀 약한 곳을 다니면서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게 유리하다.


내가 석사과정을 할 때, 회사 업무가 너무 많은 동기들은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회사로 그냥 돌아가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당연히 학교보다는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공부를 이내 마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나만의 시스템을 잘 만들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첫 직장 입사보다 이직이 더 어렵다.


다른 업종에 비해서 여성의 성비가 비교적 높은 디자인 분야이지만, 경력이 점차 쌓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직장여성에게 커리어가 짤 리 수 있는 마의 구간이라는 것이 있다. 싱글 생활을 줄 곧 유지했던 나에게도 이 기간은 꽤 힘든 시간이었다. 서른 초반을 지나 서른 중반 정도는 이직이 힘들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가임기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대할 수 있는 기간이다.


세대가 살짝 바뀌긴 했지만, 사회적 인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이 기간에 잠시 쉬고 싶다는 이유로 회사를 쉽게 그만두었다가 영원히 쉬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20대 때에는 잠깐 쉬고 싶다고 여행도 다녀오고 다른 도전도 잠깐 했다가 다시 컴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른 초를 지나서 중반을 향한 나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아예 다른 일을 할 생각이라면 모든 것을 걸고 그것에 몰입을 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도전은 실패를 쉽게 허용하지만, 나이를 먹은 도전은 더 신중해야 하고 그것을 꼭 성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알게 된 사실은 연봉은 연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디자이너 5년 차와 10년 차의 실력 차이 거의 없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실력 없는 10년 차는 5년 차보다 선택받을 확률이 낮다. 연차가 많다고 무조건 연봉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체크를 해야 한다.


연봉만 높은 연차가 많은 디자이너보다 연봉과 실력이 합리적인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차가 높아질수록 이직은 더 힘들다. 회사 내에서도 사원, 대리, 과장까지의 숫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 이후의 직급은 숫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경력이 쌓이면서 내가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연차와 함께 실력을 잘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백기를 이 기간만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커리어 유지에 좋다.




어떤 학생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디자이너의 수명이 너무 짧은 것 같은데,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수명이 언제까지인 것 같냐고 물었다. 대답은 놀랍게도 서른 후반 정도인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도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 현업에서 떠나게 되는 사람들을 다수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디자이너의 수명이 짧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직에서 50이 넘어서도 디자인을 여전히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디자이너의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고, 트렌드를 따라오지 못한 디자이너가 현직에서 빠르게 물러나는 것일 뿐이다.


디자인은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업종이다. 아주 예전에 했던 디자인을 지금도 동일하게 한다면 시장은 그 디자이너를 외면할 것이다.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의 은퇴가 빠른 것일 뿐이다. 빠른 미디어의 변화, 트렌드와 사고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서른 후반이 아니라 서른 초반에도 현직을 떠날 수 있다.


첫 직장을 들어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커리어를 잘 유지하고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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