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님! 영어만을 목적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도 될까요?

이런들 엇더하리 저런들 엇더하리

by 어디에나 있는 리
11.jpg 그냥 글만 쓰긴 그래서 올리는 호비튼에서의 사진 한 장


워킹홀리데이라는 대단한 출사표를 찍으려고 하는 와중에 커다란 동기나 목표가 없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대단한 의미를 두고 한 발을 띄어야 할 시기/20대/에 무의미한 1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분들일 거예요.


어학연수를 선택할 수도, 기숙사형 스파르타 해외 어학원 등을 다닐 수도 있었는데 구지 영어를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하는 분들이라면 제가 아는 한 두가지인 것 같아요: 도전정신이 있는 분들이거나,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실속있는 방법을 찾는 분들.


어학연수를 가서 어학원을 다니며 학교를 마치고는 여기저기 놀러다녀도 됩니다. 돈만 있으면 말이죠... 그런데 뭐 비행기값에 어학원값에 렌트비에 생활비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모아둔 돈을 써야 하던가 아니면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죠(...) 그리고 보통 그 모아둔 돈이 본인의(..)돈이라면, 돈 아까운 줄 알고 짬나는 시간에 파트타임 일이라도 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워킹홀리데이라는 이 제도는 말부터가 일하고 놀러다니자(...)고 주장하는 만큼, 정말 다양한 목적으로 비자를 소모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홍대 자율전공(..)처럼, 뭔가 들어가면 일단 뭔가 될 것 같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가는 곳이 영어권 나라라면, 뭐 영어야 실생활에 널린 게 영어인데 그까짓 것 좀 안 되겠냐며? 어떻게든 부딧혀 보면 느는 것이 언어능력이 아니겠냐며. 맞습니다 맞고요. 전 개인적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대단히 찬성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역시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둘러쌓여 있을 때 조금씩 늘어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 언어를 사용해 가며 돈을 벌 때가 가장 스파르타로 실력이 쑥쑥 향상되는 것도 맞아요(...)


영어공부를 하러 어학원을 다니면 좋긴 해요. 선생님들은 천천히, 또박또박, 친절하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말해주는 인내심 있는 분들이고, 그걸 하면서 돈을 받는 분들이예요. 학생들은 그걸 위해서 돈을 내는 거고요...

소비자로써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뭔가를 사려고 할 때 애달픈 건 소비자가 아니예요. 그 돈을 받기 위해 고곤분투하는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비싼 브랜드에서 중국인을 많이 고용하는 거예요. 중국분들이 돈을 잘 쓰는데 소통이 안 되니까. 아무튼 돈을 쓰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어요.


반면에 돈이 필요해서 일을 구하는 사람들은, 이력서를 낼 때부터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연습하고 또 하고, 전화오면 긴장하고 말할 문장 한번 더 외워보고, 실전에 가서도 손님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걱정해요. 근데 걱정해야 해요. 돈을 벌어야죠(...) 손님들이 하는 말은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죠. 안 그러면 눈칫밥만 머겅. 트라이얼 하고 나서 연락줄게 하고 연락없을 때. 경험해본 사람만 압니다. 성질 급한 손님 앞에서 우물쭈물거렸을 때, 한숨 팍 쉬면서 또박 또박 말해도 못 알아들으니 매니저 불러서 컴플레인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럼 집에 가서 울어요 막 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화장실 가서 닭똥뚝뚝 흘리고 나올 수도 있죠. 아 싫다 집에 가고싶어. 다 때려치고 싶어 어어헝헝ㅎ헝....근데 계속 일해야지... 하고 나가서 또 일하고. 다시 그 창피를 본 영어를 써야 해요. 어쩔수 없엉 한국말은 못 알아들을 거 아니야...


그런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어학능력이 향상되어요. 비단 어학능력뿐만 아니라 눈치 또한 생기게 되고요- 말을 제대로 못하니 하여간 실수를 안 해야 욕이라도 안 먹을 거 아녜요(...)


그러다 보면 1주가 지나고 2주가 지나고, 일해서 번 돈을 받고 뿌듯하게 먹고싶었던 것도 한번 먹고. $1짜리 식빵 사던 거 $2짜리도 한번 사 보고. 아껴서 여행도 한번 가 보고, 처음 보는 것도 궁금해서 사먹어 보고, 문화가 달라서 몰랐던 것들도 배우고, 운이 좋으면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겠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1년의 워킹홀리데이. 외국에 땋 나가기만 하면 부딧치기만 하면 아 쏴리~ 반사적으로 나오고 꿈도 영어로 꿀 줄 알았는데 아니여서 실망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예요! 외국얘들이 한국 와서 일년 지낸다고 한국어가 얼마나 늘겠어요(....) 웬지 막 이태원에서 그냥 아는 얘들끼리 쉐어하는 데 들어가서 영어쓰고 영어 프로그램 보면서 지내면 아는 거라고는 이모 여기요 소주하나 밖에 모를걸... 한국사람들만 있는 데로 가서 정말 열심히 열심히 해야 그래도 뭐가 맛있어요? 안맵게 해주세요 정도는 말할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비정상 회담에 나오는 분들 다들 막 7~8~13년씩 한국에서 산 분들인 거 아시됴?


아무튼 그렇게 1년을 워킹홀리데이로,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시간인데 영어를 정작 제대로 공부하고 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하신다면,


어차피 당신의 진짜 목적은 영어만이 아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시면 됩니다(...) 해외에도 한번 나가보고 싶고, 여행도 해 보고 싶고, 외국인 친구들도 좀 사귀어보고 싶고, 인생사진 찍어서 인스타에도 올려보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되요. 당신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이에 한번 받아서 나가보고 싶었고, 한국 밖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했고, 사람들이 말하는 게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평생 배운 이 영어가 진짜 통하는 건지 궁금했다고. 이대로 정착해서 쭉 한길인생을 살기에는 젊은 날이 좀 아쉬울 것 같았다고 인정을 하란 말이예요. 워킹홀리데이는 가고 싶은데...아...영어공부하러 나간다고 하면 너무 대단한 거 없어 보이는데...


남들을 납득시킬 명분이 없어서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사실은 알고 있잖아요 뭘 하고 싶은지, 지금 뭘 해보고 싶은지. 저 태평양 건너엔 뭐가 있는지.

많은 분들이 남들을 납득시킬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 하고싶은 것을 포기하곤 해요. 아니 그럴 수도 있죠. 헤로인을 하면 그렇게 중독이 심하게 된다던데 구지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요?(...)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면 지금 하세요. 아 그때 난 건강한 몸과, 나이만 되면 되는 자유로운 비자가 있었는데 선뜻 도전하질 못했어. 이렇게 후회하지 말아요. 인터스텔라에서 그랬잖아요 중력으로 시간을 왜곡시킬 수는 있어도 되돌리지는 못한다고. 경험해보고 오세요, 우리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었구나,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다는 걸 경험해보고 오세요.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가서 느끼는 경험이 다르다는 걸 경험하고 와요. 저는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이 웃을 수 있었고, 더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더 행복해질 수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언어능력은 어차피 전부가 아니예요. 왜 그렇게 경험 경험 하는지 느끼고 와요, 어차피 영어는 덤으로 걸려들어올 거예요, 완전 늘어서 오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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