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가면 도움이 될까요? >.*)b?
#바리스타_자격증?
아무래도 워킹홀리데이와 해외에서의 워홀을 상상할 때에는 브런치 카페에서 일하는 나, 라던가... 원두 가는 소리가 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 같은 것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도 한 골목 꺾으면 카페가 있는 곳들이 많고, 카페가 많으니 가볍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널려 있습니다.
사서 고생하고 남들보다 먼저 걱정하는 저, 그리고 질문해주시는 분들이 가지고 있을 가슴저민 고민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카페에서도 하는 생각은 똑같습니다(...) 커피 마시는 사람도 많고, 커피만드는 것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새로 트레이닝 시키기엔 카페 명성이 너무 높고(?) 경력직만 뽑겠다 이거예요. 카페가 많은데 바리스타가 널린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그리고 나라마다 커피를 취급하는 게 다른데 어디서 어떻게 배워왔을 지, 이론만 배우고 자격증을 받았을지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은 그냥 뭐, 이력서에 여백을 없애주는 한 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도 카페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내는 데 아예 서비스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마는 카페 입장에서는 사실 그 이력서가 그 이력서여. /어차피 안 뽑는다는 말임/
너무 결론을 빨리 말슴드려서 커피스쿨에 등록하려던 분들 기운이 쪽 빠졌을 수도 있어요. 머야 그래서 닌 잘났고 한국에서 난 워홀 가는데 준비할 게 없단 말임? 아닙니다 그게 아녀.. 제가 좀 요약정리를 못하긴 하는데 구구절절 풀어볼게요
예에에전에(오클랜드에 살고 있음) 워터프론트 브리토마트 Britomart 에 있던 퀴스트릿카페 라는 유명한 브런치 카페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그 카페에 노티스를 주면서 한 동안 이력서를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 중에 한국에서 카페경력이 있다고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트라이얼 해보고...그냥 트라이얼을 해보고 돌아가셨어요... 그 카페에서는 커피머신은 무슨 신과 같은 존재라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바리스타도 웨잇스태프로 일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사실 그러면 한국에서의 카페 경력이 좀 어케어케 빛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매니저한테 왜 그분 어땠는데? 물어보니 아니 뭐-한국에서 카페경험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치 뭐- 한국에 있는 카페하고 여기는 많이 다를 거 아니야- 주문 받으라고 테이블에 보냈더니 다시 돌아와서 '테이블에서 주문하고 싶다는데 가서 주문 받으라'고 하더라구-한국에서 막 뉴질랜드로 와서 잘 모르는 것 같았어 <- 뭐 요런 정도의 피드백을 들었답니다.
아무래도 확실히 한국에서는 카운터로 가서 주문하고, 결제하고, 메뉴도 보통 메뉴판에 있는 그대로 주문하는 반면(아메리카노에 찬 우유 좀 넣어달라고 하면 일단 이상하게 바라보고 난 뒤, 500원 추가요~),
뉴질랜드에서는(혹은 호주에서는, 혹은 캐나다에서는) 테이블에 앉으면 담당 서버가 오거나, 담당 서버가 테이블로 안내해 주거나, 메뉴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도 상세히 알고 싶어하고(알러지 등의 이유도 있음), 커피도 이거 넣고 저거 빼고 이거 얹고 이거 옆에 놔줘. 뭐 말이 많단 말임. 과연 스스로 선택을 하고 자란 서방의 사람들다움(....) 그래서 무슨 라떼한잔도 라떼한잔이 아니고,
라떼 보통사이즈가 몇 온스예요? 샷 몇 개 들어가요? 샷 하나 추가해서 두유로 주세요, 설탕 1개 넣고요, 위에 코코파우더 얹어 주시고 뚜껑 위에 마시멜로 하나만 올려줄 수 있어요 ? ㄱㅅㄱㅅ 얼마?
물론 오바가 좀 심했지만, 뭐 저렇게 주문해도 그냥 일반 손님일 뿐...
그런데 또 저렇게 주문이 까다로운 사람은 주문받는사람이 바로바로 응답을 안 해주면 표정이 안 좋음. 혹은 그냥 표정이 안 좋은 채로 와서 주문하고 땡큐도 안할 수도 있음. 그 사람들이 웃어줄 때는 딱 두 가지 상황인데.... 주문한 커피가 나왔거나(ㅋㅋㅋ), 혹은 내가 웃거나.
그래서 그렇게 잘 웃는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맨날 구인글 보면 일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 팀워크가 좋은 사람 이러는데 웃음과 긍정은 전달이 잘 되기 때문에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필수적인 요건 중 하나예요. 왜냐면 보통, 커피가 필요한 사람들은, 커피가 아직 안 들어간 사람들이라는 의미이고.... 그렇다는 건, 짜증도 쉽게 내고 기다리지도 못하고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는 말임니. 그런 분들에겐 웃으면서 다가가서, 친절하게 주문받아 주고, 맛있는 커피 잘 만들어서 주고, 그게 그사람들의 아침의 행복이고 시작이여. 그리고 잘 웃고 잘 받아주고 잘 기억해주면, 그게 고마워서 또 가고 또 가고. 커피도 맛있으니까 더더욱 안 갈 이유가 없어. 그럼 그사람이 그렇게 단골이 되는것이예요. 단골이 늘어나면 자연히 매출도 늘어나죠. 그럼 당신은 바로 사랑받는 스태프가 되는것이여
그래서 말인데 이력서를 카페에 들어가서 전달할 때 말이죠, 긴장한 건 알겠는데 너무 긴장한 티는 내지 말아요ㅋㅋㅋㅋㅋ뻣뻣하게 경직된 모습으로 들어가서 종이 휘릭 던져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지 말란 말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 한껏 웃으면서 다가가요. 거기에서 일을 구하게 되면 당신 이력서를 받아 준 바로 그 사람하고 일을 하게 되는거란 말이예요. 매니저가 와서 누가 이력서 놓고 갔어? 그러면, 어 뭐 이력서 받긴 했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어. 이러면 벌써 매니저가 이력서를 보기도 전에 전달된 인상부터가 영 신통치 않단 말이죠. 당신이 경력이 있건 없건 완전 초짜건, 예쁘건 못 생겼던 덩치가 크던 어쨌던 웃는 모습에 침 못 뱉는다고... 이력서를 받는 사람이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친절하게 웃으며 다가가서 이력서를 받아줘서 고마워 라던가 고마워 고마워 같이 일하게 됐음 좋겠다와 같은 좋은 말을 퐁퐁 던져주면 그 사람이 매니저에게 이력서를 전달하면서 미사여구를 첨언해 줄 지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이 강하게 추천하면 매니저도 그래? 그럼 한번 트라이얼이라도 보라고 할까? 이러지 않겠어요? 친절하게 굴란 말이예요 친절하게. 다정하게. 일하는데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고도 하고요. 딱 봐도 카페가 엄청 엄청 바빠 보이면 그 사이에 줄서서 이력서 내밀고 있지 말고 한가한 타임에 다시 가던지 주문 다 받은 이후에 옆에서 기다렸다가 다 비었을 때 이력서 딱 주려고 왔는데 바빠 보여서 좀 기다렸어- 라고 하면 벌써부터 마일리지 쌓은 거나 다름없는 것이여.
이력서 직접 가게까지 찾아가서 들이미는 거 쉬운 게 아니라는 건 알아요/나도 해봤어...그리고 계속 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보고 얼굴대면 안하고 그냥 메일로 숑 보내거나 문자 보내거나 하면 전화가 오던지 문자로 통보가 와서 딱 각잡고 면접을 보러갈 수 있었는데 왜 여긴 구지 내가, 구지 제 발로 찾아가서 내 귀중한 시간을 소모해야 하지? 사람을 안 뽑고 있으면 완전 쪽팔린데, 내가 그 정도로 절실한 건 아닌데...
뉴질랜드에는 아직 이메일 주소도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 아세요? 뭐 하나 메일로 딸랑 가입축하메일 보내면 될 걸, 메일주소 없다고 구지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는 사람들 많음. 뉴질랜드 와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인터넷이 그다지 들어온 지 오래되질 않았어서, 뭘 해도 전화하고, 면대 면으로 보고 이야기하고 그런 걸 선호하는 편이예요. 그리고 제가 일하면서 이력서 마이 받아봤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 발품을 팔아서 이력서를 돌리고 있어요... 메일주소를 보내주면 이력서를 보내겠다 그러면 미안한데 우리는 면대면으로만 이력서 받는다고 그냥 그렇게 이야기해요 / 가게 메일은 네 이력서가 아니어도 늘 복잡하고 바쁘다/
뭐 그런데 막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아닌 정도라면 뭐... 인터넷에서 찾아서 메일 보내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캐나다나 호주같은 곳은 그래도 인터넷이 활성화가 좀 되어있어서 괜찮기도.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 이력서를 들고 갔는데 마침 매니저가 눈 앞에 있어요. 세상에! 심지어 그 카페에서는 구인을 한다고 공고까지 한 상태예요. 그럼 그냥 이력서 놓고 돌아가지 말고요 좀 서 있어 봐바요. 매니저가 이력서를 읽지 않고도 물어볼 질문들이 있을 거예요. 또 이력서에 깜박하고 쓰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을 수도 있고요- 이력서를 받은 사람이 매니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카페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당신이 그 최소한의 조건에 충족되는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해요. 아니면 정말 서로 시간낭비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판도로에서 구인할 때, 이력서를 들고 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비자 타입 (학생비자? 워홀비자?), 유효기간(얼마나 남았는지. 1년? 2년?)(제가 일을 구할 때에는 그래도 4개월은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었고, 지금은 최소 10개월 이상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요- 비자가 10개월 이상 남은 사람만 채용)
-바리스타 경력이 있는지 (없어도 상관 없어요, 바리스타는 어차피 따로 있어서 말이죠. 경력이 있으면 좋긴 한데 없다고 마이너스는 아니었음)
-문을 오전 6시부터 여는데 그보다 일찍 올 수 있는지(6:30-5시까지 열어서, 그 시간대가 전부 가능한 사람이 필요했어요. 혹은 유동적으로라도)
-시티에 사는지(오전 6시 이전에는 교통편이 좀 드문드문 있어서 출근이 불가능할 수 있었어요)
카페마다 구인상황은 다르고 다른 게 당연하니 그냥 예시로만 봐주셍. 그런데 물론 이 질문들을 들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건, 나 그거 이력서에 다 써놨는데 왜 제대로 읽지도 않고 그냥 물어보는거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바로, 바로바로, 질문들을 가장한 의사소통 능력을 보기 위함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기본적인 정보들이고 뭐 대단히 힘든 질문을 던진 것도 아니니, 동문서답을 하거나 못알아듣고 쏘리?쏘리? 하면, 아 나하고도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데 같이 일을 하게 되면 더 안되겠구나, 나하고도 이런데 손님들하고는 어떻겠어. 그냥 그러고 만단 말이죠. 그래도 잘 웃고 기본적인 대화가 된다 싶으면 트라이얼을 하게 해드릴까? 그러는거임 ㅇㅇ
그리고 또 한가지의 불편한 진실이 있다면, 어차피 당신 이력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지 않아요.... 그냥 눈 가는대로 읽어보고, 중요한 정보들이 눈에 팍팍 안 들어온다 싶으면 질문을 던지는 정도라. 대충 찾아보고 뭐 별다른거 없네 하면 그냥 제외가 되는 것이여.
#한국에서 막 도착했어요
뭐 친절한 한국인 사장님을 만나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신다고 하면 몰라도, 혹은 당신이 현지인이라면 모를까(타고난 평생 워킹비자 + 원어구사능력의 콤보) 그렇지 않다면, 일을 구하기 전에 놀러라도 그 나라에서, 동네에서 유명한 카페를 가보세요. 커피종류가 뭐가 있고 서빙을 어떻게 하고, 손님들은 뭘 주문해서 마시고 질문하면 대답을 어떻게 하는지. 대화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그냥 그 카페가 돌아가는 구석을 가만 보고 있으면 아 이 나라에서는 우리나라하고 이런 게 다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한국의 카페와 한국 밖의 카페와는 또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어? 뭐야 왜 안팔아? 이상해! 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이 나라는 그런가보다 하세요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아아의 맛을 모르나보지 뭐.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시라규여 아니면 왜 없는지 검색을 해 보시덩가. 한국과 다르다고 달라 이상해! 라고 치부하지 마시고, 다름을 경험하러 나가신 것 아니예여... 다름은 멀리있는 게 아니여. 그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부터가 다 다를 거예요. 카페에 갔는데 와이파이가 없고, 콘센트가 없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고. 그냥 그게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거죠 뭐. 그냥 뭐 그렇게 사나보다 하고, 익숙해지면 또 편해요 :) 그리고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아무리 그래도 카페에 트라이얼하러 갔을 때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전 아직 한국에 있는데, 뭘 준비하면 좋을까요?
영어를 준비하시면 됩니다........./눈물/
읽기나 쓰기는 괜찮으니 말하기와 듣기에 총 초점을 맞추셔서....
왜냐면 어차피 카페에서 일한다는 게 그냥 손님들하고 대화하고 원하는거 주고 돈받는 거기 때문에...
별로 대단한거 없다...
듣기가 좀 안되도 입을 나불거리면서 함박 웃으면서 쏘리하고 땡큐 적절하게 잘 섞어 가면 쫓겨나지는 않습니다....
#리님은 어떻게 바리스타가 되었나
전 벤쿠버에 있는, 로컬 프랜차이즈 블렌즈Blenz 라는 곳에서 신입으로 들어가 커피를 배웠습니다. 트레이닝 시프트 한 4개 정도 받고 나서 정식으로 투입되었음. 거기에서 한 일년 일하고 나니 다른데에서도 어 그래 커피 좀 만들었나? 그러더라고요....
그 경력이 없었다면 뉴질랜드에서 어떻게 바리스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네여.
#그럼 난 어떻게 바리스타가 되나
아무래도 프랜차이즈가 신입을 뽑아서 가르치는 걸 잘 하고, 체계도 잘 잡혀 있고, 메뉴얼도 있고 그래서 좋죠. 아무래도 로컬이나 작은 곳처럼 사람을 가려서 뽑지도 않고요. 보통 스타벅스나 뭐 그런곳... 온라인 지원이 가능한 곳. 좀 오래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래도 연락은 오는듯 하여이다. 하여간 그런 곳에 지원하면 커피경력이 없어도 서비스_마인드_가 된 사람, 잘 웃고 긍정적인 사람(=즉, 발전의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은 뽑아서 트레이닝을 시킨답니다. 그러니 프랜차이즈에서 열심히 커피를 뽑아 나르는 법을 익히시고, 이력서에도 다섯 줄 한번에 확 추가할 수 있는 경력을 만드시고, 그러고 나서 그 이후에, 아 이제 좀 일하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 바쁜것도 소화 다 하고 익숙하다 싶으면 그때부터 커피빈이나 막 그런거 보면서 로컬카페에도 이력서 찔러넣고 하면 되요. 그때즈음 되면 가게로 들어가서 이력서를 건네주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왜 글을 쓰다보니 허리가 막 아프고 어깨가 결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안녕 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