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얼마나 좋은 지는 모르겠는데 (주니어 디자이너는 디자인 디렉터가, 일반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인터뷰를 보고 인턴은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인터뷰를 보더라) 실력이 좋으니 인턴으로 뽑혀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포폴은 포폴이고 실제로 그 포폴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 지 알 길이 없으니(...)
회사에 현재 디자인 인턴이 4명이 있다. 2명은 투디(그래픽,브랜딩 등), 2명은 쓰리디(인테리어) 이고 다들 영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이곳의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한 친구들이다.
신기하게도 그 중 2명이 아시안-혹은 혼혈- 인데, 어찌 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두 명과 다른 두명(백인이라고 하겠다) 은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대조적이더라. 다른 두 명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사도 돕고, 뭐 치우는 것도 돕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웃고. 막 케이크를 구워오기도 하고(...) 대단히 적극적. 뭐 그들이 일을 실제로 잘 하는지 나야 같이 일하질 않아서 모르지만 그냥 눈에 자주 띄고 먼저 다가와서 인사도 반갑게 하고 해서 참 살갑네. 그렇게 생각하는 정도.
그리고 혼혈-혹은 영국에서 태어난 아시아권- 분들의 경우는 우선 기본이 말을 조심하는 느낌. 우선 입을 다물고 누군가 먼저 말을 걸면 반갑게 이야기도 하고 하긴 하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뭐랄까,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이 들더라. 회사에서 이어폰을 끼고 자신의 음악을 듣던지 뭘 듣던지 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한데 아무래도 이어폰을 꼽고 있으면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느낌이라 쉽게 말 한마디 던지고 하기가 쉽지 않다(그냥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인사해도 방해할 것 같곸) 딱히 오며가며 먼저 인사하지 않는 이상 말도 안 하고 뭐 그런 느낌.
내가 인턴십을 했을 때의 나는 어땠을까. 회사가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이기도 했고 디자인 인턴은 당시 나 혼자뿐이었고 팀도 지금처럼 막 규모가 크진 않았어서 한명이 새로 오면 눈에 띄고 그랬었다. 우선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었고 (최선을 다했다-.,-)그랬었지만 글쎄. 나도 그다지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한 명은 모르겠지만 그, 이어폰을 꼽고 일을 하는 친구는 이 인턴십이 네번째고 대학은 졸업했고 일을 찾는 중이라고 하더라. 다른 인턴들도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플레이스먼트로 온 건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리고 회사 분위기라는 게 아무래도 있어서 이 분위기에 잘 맞는 사람일까 아닐까와 같은 것 따위로 이 사람을 뽑을까 말까가 많이 좌지우지 되는 것 같더라. 결국은 나도 맞는 회사를 찾고 또 회사에서도 그들이 바라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정규직을 찾으며 인턴십을 하고 있는 친구.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내성적인 그 친구. 과연 이 회사에는 정규직을 채용할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리는 있을까, 회사는 그 친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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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썼던 게 참 오래 전이네. 현재 그 친구들은 정규직으로 채용이 되었고 특히나 말수가 많이 적던 그 친구-인턴이 네번째라던- 는 알고보니 정말 실력이 남다른 친구였다. 내가 1년 3개월 후에 승진+이직을 했는데 같은 시기에 그 친구가 승진을 했고, 그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실력이 너무나 뛰어나고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말수가 적었던 건 그냥 마음을 터놓을 사람들이 없어서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니지먼트 팀이 정말 사람보는 눈이 있다고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