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시렁태시렁_경제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휴가철 단톡방에서는 제주도 맛집 리스트가 공유되곤 했다. 예쁜 에어비앤비, 카페의 사진을 서로 공유해주며 추천을 했고 제주도 핫딜 등이 위메프(ㅜㅜ)에서 배너에 걸려있곤 했다. 하지만 요즘 단톡방 민심은 제주도를 완전히 떠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7월 제주 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29%로 2016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9%p(41%→32%) 감소한 후 두 달 만에 다시 4%p(33%→29%) 하락해 20%대로 내려왔다. 여행계획 점유율에서도 역대 최저치다. 올해(7월까지) 평균 12%에 머물고 있고 월별로는 5월에 이어 7월 다시 한 자릿수(9%)로 떨어졌다. 이는 여행 인프라가 취약한 충청권보다 낮은 전국 최하위다.
이런 행태는 왜 일어난 것일까? 비계 삼겹살, 비싼 숙소 등의 바가지 논란, 엔저로 기인한 저렴한 해외여행 등 “그 돈이면 일본/동남아를 간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이런 현상을 보고 있자면 국내 주식 시장의 미래가 저렇지 않을까 싶다.
주식투자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만 지키면 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1. 국장을 하지 않는다.
2. 제1원칙을 잊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되려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코스피에서 PBR 1 미만의 상장사 수는 516개, 전체 상장사 중 60%가 넘는 수치였다. 이런 ‘한국 증시 저평가’를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야심차게 ‘밸류업’을 외친지 4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되었을까?
PBR 1 미만 상장사 수는 516개(2023/01/02)에서 560개(2024/09/23)로 벨류업 프로그램 시작 전보다 되려 늘어났다. 기가 찰 일이다.
12개.
이제까지 한국 벨류업에 참여한 기업의 개수다. 공시 대상 상장사인 2,595개 중 0.5%쯤 되는 숫자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밸류업 공시를 했다. 그 후 4개월간 프라임마켓(대형기업)에서 242개(20%), 스탠더드마켓(중견)에서 32개(4%) 기업이 밸류업 방안을 내놨다. 전체 대상 기업(2,122개) 중 공시 완료 기업은 12.9%, 참여 예고 기업을 포함하면 23.5%다. 1년 5개월이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프라임마켓의 79%, 스탠더드마켓의 31%가 공시를 완료했다. 대상 상장사의 55.5%에 달한다.
내년에 한국 기업 중 몇 개나 벨류업에 참여할까? 이대로라면 30개나 넘으면 다행이라 할 것이다.
한국 주식회사들의 “이래도 투자해?”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행태는 제주도의 비계 삼겹살집과 닮아 보인다. 과연 국내 투자자들이 언제까지 제주도를 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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