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시렁태시렁
아주 추웠던 겨울날 밤, 서울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이 멈춘다.
이곳이 종착역이라고 한다.
2호선을 잘 타지 않던 이 초록색 노선이 이렇게 빨리 운행이 종료되는지도, 서울대입구에서 멈추는지도 이 날 처음 알았다.
밖은 무척이나 추웠고 모두가 버스를,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카카오택시가 잡혔다.
택시가 오자마자 다급히 들어가서 집 주소를 말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회색 코트에 무채색 머플러를 한 중년 남성분이 "합승 괜찮겠습니까?"라 점잖게 물어보신다.
합승은 한 번도 해본적 없지만
추운 날씨, 안 잡히는 택시를 생각하며 "네"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늦게 도착한 또 다른 아저씨가 자기도 부탁한다 하신다.
그렇게 인생 첫 합승을 했다.
앞에 앉으신 분은 호걸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내일 모래 70이시라는 분은 단숨에 자기소개를 하시더니 젊은 친구가 야박하지 않아 좋다며 껄껄 웃으셨다. 기사님과 함께 예전엔 합승을 참 많이 했다고, 모르는 사람끼리 우산도 나눠쓰고 그랬다며 정을 이야기 하셨다. 그러더니 내 손에 5만원을 쥐어주고 사당역에서 내리셨다.
뒤에 같이 타신 분은 나보다 멀리 가시는 분이었는데 내가 내릴 때가 되자 "어이구 나도 용돈을 줘야하나"하시더니 담배를 주셨다.
그렇게 내 첫 합승은 담배 한 통(?)과 5만원으로 끝났다.
택시요금은 12,000원이 나왔다.
p.s. 참고로 난 아직까지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