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인태 : 취미로 하는 경제이야기
한국의 아침. 이제 막 해가 뜨는 시간 이미 지하철에는 벌써 지쳐있는 회사원, 눈을 부비는 대학생, 일찍 나오신 어르신들 등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를 가기 전 의식처럼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스타벅스, 이 별다방에 들러 사람들은 아침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한국에만 1,108개(2017년 10월 기준)의 스타벅스가 있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압도적인 업계 1위, 강남대로변 카페들 중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40%, 종로-중구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40%, 여의도 상권에선 56%로 한국 카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2017년도 매출은 1조 2634억원, 영업이익은 1144억원으로 2013년 이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26%를 넘는다. 오죽하면 임대업 시장에 스타벅스 불패라는 말조차 나왔을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스타벅스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76개의 국가에 28,000개의 스타벅스가 있고 중국에서는 매 15시간마다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이 오픈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커피브랜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대륙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호주다.
2000년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던 스타벅스는 호주 커피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고 결국 2008년, 60%가 넘는 점포들을 닫아야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 별다방이 호주에서만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7월, 스타벅스는 시드니에 호주에서 첫 번째 점포를 열었다. 스타벅스는 빠르게 호주 곳곳에 점포를 열었고 2008년, 호주에는 무려 87개의 스타벅스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스타벅스의 첫 번째 문제는 자신들의 비지니스 모델이 모든 곳에서, 어떤 환경에서라도 먹힐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호주의 스타벅스는 한국의 스타벅스와, 세계 어느 곳의 스타벅스와 아무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호주의 커피 시장은 다른 나라의 커피 시장과는 아주 달랐다.
접근성이 좋다는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론.
스타벅스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시드니에 1호점을 낸 후 빠르게 그 가게의 수를 늘려갔다. 스타벅스가 호주에 처음 들어온지 채 2년이 지나기도 전에 호주 사람들은 곳곳에서 스타벅스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쉽게 스타벅스라는 프렌차이즈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스타벅스에게 독이 되었다.
스타벅스의 접근성은 지나치게 빨리 좋아졌다. 너무 빨라서 호주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대한 취향을 만들 틈조차 주지 않았다. 호주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는 새롭고 가봐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냥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편하게 갈 수 있는, 전혀 신기하지 않은 프렌차이즈가 되어버렸다.
호주에서의 첫 7년동안 스타벅스는 1억500만달러(1,248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2007년에 이르러서 호주의 스타벅스는 미국으로부터 5400만 달러의 빚을 져가며 겨우 연명하고 있었고 결국 2008년 스타벅스는 호주에서 61개의 가게를 닫기로 결정한다.
스타벅스가 호주 시장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대부분의 스타벅스 점포들이 문을 닫았을 때, 호주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호주 시장에는 너무 많은 선택지의 커피와 확고한 카페 문화가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호주 커피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시장( 2018년 한 해에만 60억달러의 수익을 냈다)중 하나이며 호주의 카페 문화는 무려 1900년대, 그리스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올 때부터 이어져왔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호주의 카페라는 공간은 친구들을 만나고 바리스타와 친하게 지내는 공간이었다. 호주에서 카페란 서로서로 아는 지역주민들이 만나는 공간이었고 커피는 그 공간의 일부일 뿐이었다. 미드 프렌즈에서 친구들이 카페 센트럴 피크에 모이는 이유가 커피라는 식품 때문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 때문이었듯 호주인에게 카페는 그런 공간이었다.
모든 거리마다 '친구들이 모이는', '내가 아는 바리스타가 있는' 그런 카페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런 호주의 시장에 스타벅스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표준화 된 그 형태로 들어왔다. 커피 자체가 목적인 그 모습으로.
거기에 스타벅스의 메뉴는 대부분 호주의 기존 커피들보다 훨씬 달았다.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와 마찬가지로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를 선호했고 그런 호주인들에게 스타벅스의 커피는 너무나 단 것이었다. 심지어 가격조차도 대부분의 지역 카페보다 스타벅스가 비쌌다. 호주 사람들이 스타벅스가 아니라 익숙한 바리스타가 운영하고, 친구들이 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커피가 더 싸게 공급되는 동네 카페를 선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스타벅스의 실패는 시장의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알려준다.
스타벅스는 실패를 바탕으로 호주 시장에 다시 도전하려 하고 있다. 호주 스타벅스는 브리스번, 멜버른, 골드코스트, 시드니에 있는 39개의 점포를 기반으로 호주 주민이 아닌 호주에 오는 관광객들과 유학생들을 타겟으로 새롭게 도전한다고 한다. 매년 9백만명의 관광객이 300억 달러를 쓰는 호주 시장에서 글로벌 프렌차이즈라는 자신들의 입지를 이용한 이 새로운 도전은 꽤 흥미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