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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종 Mar 04. 2020

재택근무를 포기하고 코로나 뉴스를 보지 않기로 했다.

나의 일상의 충실함 그리고

[재택근무를 포기하고 코로나 뉴스를 보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 감염자 수가 며칠 전 백 명 단위로 늘기 시작하더니 이틀 사이 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SNS는 물론 각종 포털과 뉴스에는 연일 몇 명의 확진자가 늘었다는 이야기, 신천지에 관한 이야기,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강하다는 이야기, 상황과 관련한 정치적 견해와 이야기 들을 쏟아냈다.

나 역시 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 어제 저녁 유명 드라마를 이야기하듯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리고 집에 오며 '그럴 때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우리 회사 역시 선택적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나 역시 화, 수를 재택을 했다. 교회는 주일 저녁 예배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으며, 철야는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출입을 제한하고 인터넷 예배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택을 포기하고 뉴스를 보지 않겠다는 것은 마치 멍청한 선택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나 역시 혹여나 내가 걸려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러한 선택을 결정하는 이유는 '나의 일상의 충실함'이 '다른 누군가의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는 공간이용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음향팀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들을 서포트하는 역할들을 하는 나는 그들이 없으면 나의 의미도, 역할도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명의 확진자가 더 늘었고, 누구 때문에 코로나가 더 퍼지고 있고, 치료제 개발이 얼마나 되어가고 있는지를 고민하기보다. 열심히 소독제를 구매하고, 수시로 기물들을 닦는 일뿐이다.


코로나가 급진적으로 확산되면서 내가 요즘 자주 부탁하는 말이 있다. '사진 좀 찍어줘', '동영상 좀 찍어줘'이다.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일을 유난스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엘리베이터를 닦고, 마이크를 닦고, 손잡이를 닦는 일을 찍고 찍어서 올리는 이유는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 '나의 일상의 충실함'으로 '마음의 안심'을 얻을 수 있다면

뉴스를 주의 깊게 보기보다 나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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