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쯤은]
"2019.09.28. 비엔나"
할슈타트를 다녀오고 너무 피곤해서 누운 지 10초 만에 잠에 들었다.
그렇게 9시간을 기절한 듯이 자고 난 후, 간단하게 짐 정리를 하고 비엔나 여행을 시작했다.
비엔나를 둘러볼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아서 간단하게 몇 군데만 돌아보고 가기로 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쇤부른 궁전'으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지다.
쇤부른 궁전은 유럽을 한 때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50만 평에 이르는 궁전과 정원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쇤부른 궁전을 돌아보며,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비가 점점 더 많이 쏟아져서
아름다운 궁전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대충 1시간 정도 돌아보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오스트리아는 '슈니첼'이 유명하다. 독일이 원조긴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슈니첼도 일품.
송아지 고기, 양고기, 칠면조 고기 등 다양한 고기를 재료로 사용하여 만든다.
그냥 우리가 흔히 아는 돈가스가 얇아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아무튼, 우리는 이 슈니첼의 맛집을 찾기 위해 구글맵에서 열심히 검색했다.
그리하여 찾은 '슈니첼비르트 52', 한국사람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했다.
가격대도 그리 비싸지 않은데 맛도 좋다고 하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평소 돈가스 애호가인 나는 슈니첼에 굉장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소스 없는 맛없는 돈가스를 먹는 느낌..?
기름져서 배는 부르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었다.
역시 비엔나는 우리랑 안 맞아... 밥도 만족스럽지 못하네...라는 생각을 D와 나눴다.
밥을 먹고 우리는 '슈테판 대성당'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고딕식 성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빈 관광의 핵심인 대성당이다.
하지만, 공사 중이라 그렇게 멋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성당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큰데, 그 한가운데에 삼성 현수막이 걸려있어서 조금 웃겼다.
슈테판 대성당에서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삼성을 느꼈던 순간이다.
"비 오는 비엔나"
여행은 날씨가 9할이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비 오는 비엔나의 사진은 이쁘지만, 당시에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너무 거슬려서, 우리는 카페로 도망갔다,
오스트리아 3대 카페 중 '자허'에 가보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카페 센트럴'로 향했다.
나는 커피 귀신으로, 카페인에 중독되었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교환학생을 오기 전 가지고 있었던 버킷리스트는 [오스트리아에서 아인슈페너 마시기!]
카페 센트럴에서 이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물론 오스트리아라고 해서 커피 맛이 특출 나게 훌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다. 항상 꿈꾸던걸 진짜 해봤다는 그 느낌?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오스트라바에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로 향했다.
독특한 건축물이 매력적인 관광지라는 것을 당일날 처음 알게 돼서 궁금증을 가득 안고 향했다.
독특하고 유기적인 형태의 건축물이었고,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비엔나에서 갔던 어느 곳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곳이다.
이렇게 훈데르트바서 하우스까지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오스트라바로 돌아갔다.
기대했던 비엔나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여행은 항상 즐거운 거니까?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밀린 체코어 숙제부터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