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쯤은]
"어디서든 개강은 싫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내가 신청한 모든 과목이 개강했다.
5가지의 강의를 신청해 듣는데, 강의 배분을 잘했기 때문에 주 3회만 학교에 갔다.
오스트라바 대학은 오스트라바 시내에 대학 건물들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위 사진인 미사릭 광장을 지나가야 한다.
아름다운 곳이지만, 개강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당시에는 그렇게 좋게 안보이더라는 :)
개강을 하고 바쁘게 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 여행 이후, 점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져갔다.
중국에 유학을 두 번이나 다녀온 지인이 말했던 '한국인이 가장 스트레스'라는 말이 너무 공감 갔다.
한 명이면 다행이지만, 여럿과 문제가 조금 있기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있는 상태였다.
그럴 때 종종 오스트라비체에 가서 혼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이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강의가 끝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트램을 타고 기숙사에 돌아갔지만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오스트라비체를 거쳐 두 다리를 통해 기숙사로 돌아갔다.
체코에서 유학을 하다 보면 코젤과 필스너는 물보다 많이 마실수밖에 없다.
나랑 룸메이트 D는 거의 매일 밤 맥주를 마셨다.
이날은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판단했던 것을 둘이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던 걸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같이 나눌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General English Course 수업이 끝난 후, J와 함께 카페로 향했다.
J는 오스트라바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같이 한 친구다.
내가 듣는 강의를 전부 다 듣고 있었고, 성격이 비슷한 편이어서 수월하게 친해졌다.
당시에 블로그를 엄청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블로그를 쓰기 위한 카페 방문이었다.
우리가 수업 듣던 Education 건물과 매우 가까이에 있던 '카페 다니엘'
가격이 무엇보다 저렴했고, 맛도 괜찮은 편이라 이후도 종종 방문했다.
우리는 이날 블로그를 쓴다기보다는 만담을 떨었다.
새삼 나만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기숙사는 참 특이한 게, 기숙사 방을 뺄 때 방충망을 다 뜯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B139에 들어갈 때도 방충망이 없었던 상태였다.
모기가 너무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알버트에서 방충망을 사서 셀프시공을 했다.
처음에 제대로 못 붙여서 2번이나 수정 작업을 했지만 이후 모기가 안 들어와서 만족했다.
이렇게 개고생 해서 방충망을 붙였지만 나랑 D는 추후 B152로 이사를 가게 된다.
나의 노력은 날렸지만 덕분에 우리는 스트레스도 덜고 쓰레기장 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체코로 떠날 때 47kg의 짐을 가지고 왔지만, 옷은 많이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래서 편안하게 기숙사에서 입을 후리스를 사기 위해 포럼으로 향했다.
원래 아비용으로 가려고 했는데 기숙사에서 1시간 거리라 그냥 포럼으로 천천히 걸어서 갔다.
프라하 파타고니아 아울렛에서 후리스를 사고자 다짐했지만, 당장 너무 입고 싶어서 H&M을 질렀다.
나중에 오스트라바 남자들이 다 똑같은 검정 후리스를 구매해, 모두의 단체티 1탄이 되었다.
오스트라바의 나는 이렇게 혼자 산책 다니는 걸 좋아했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과 더불어 오스트라바라는 낯선 도시를
최대한 많이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