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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구 Oct 19. 2018

졸업전시 일 년 뒤, 전시 브랜딩 회고

2017 홍익 조형대학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전공 졸업전시 브랜딩 작업


찬바람 부는 연말이 되면 미술 대학 졸업 전시가 시작됩니다. 보통 미술 대학 졸업 전시는 대학교 4학년 약 1년 동안 작품을 만들고 연말에 전시를 합니다. 졸업이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으나 많은 선물과 축하도 받습니다. 졸업전시는 전년도 말에 약 1년 임기의 졸업 전시 위원회(이하 졸준위)가 준비됩니다. 졸준위는 전공과 학교마다 다르지만 약 10명에서 100명까지 졸업 학생을 대표하고 대리합니다. 졸준위는 크게 전시 준비, 전시 참여 학생들과 교수 사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는데, 다향한 의견과 불만을 듣다 보면 이념과 사상 때문에 전쟁 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겠다 싶습니다.

저는 2017년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전공(이하 디미디 전공) 졸업전시 위원장을 했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한건 아니었습니다. 회사일을 병행하다 보니 졸업전시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았고, 졸업전시 위원장을 하면 일정을 내가 조정할 수 있겠다! 싶은 불건전한 마음으로 졸준위장을 맡았습니다. 졸업전시 준비 위원회, 줄여서 졸준위는 졸업전시 브랜딩(이하 졸전 브랜딩)역시 진행(해야)합니다. 졸전 브랜딩 중 특히 로고와 포스터는 졸업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전시 오픈 전에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졸업 전시 작품입니다. 이번 글은 졸업 전시 일 년 후, 졸업 전시를 돌아보고 졸전 브랜딩 과정에 대해 다시 정리하는 개인적인 글입니다.


MESSAGE전 도록과 뱃지


1. 졸업 전시 주제 정의 : 4학년, 총 8학기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졸업 전시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마무리하는 전시입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정의하고 정의를 활용해 졸전 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마샬 맥루한 / 미디어이론가


디미디 전공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디미디 전공은 첫 학기, 미디어 이론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미디어 이론 시작과 함께 마샬맥루한의 “미디어는 마사지다”정의가 등장합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이며, 좋은 메시지는 미디어를 통해서 인간 오감을 자극하는 마사지로 전달된다는 내용입니다. 마샬 멕루헌을 인용해서 전공을 정의하면, 디미디 전공은 자신의 메시지를 디지털 미디어에 담아 인간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마사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전공입니다. 따라서 2017년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졸업전시 주제는 "메시지는 마사지다"로 정의했습니다.


MESSAGE전 초대장과 봉투


2. 주제 개념 정리 : 메시지(MESSAGE)는 마사지(MASSAGE), E와 A의 차이?

MESSAGE와 MASSAGE에서 E와 A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 자리는 2017 홍익 디미디 졸전은 "디미디 전공 학생 작업 메시지가 담긴 전시"라는 속성을 표현합니다.


M[             ]SSAGE


메시지와 마사지는 영문 스펠링이 MESSAGE와 MASSAGE로 비슷합니다. M다음에 오는 E와 A는 한 끗 차이지만 그 차이에 따라 메시지가 되기도 하고 마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MESSAGE와 MASSAGE에서 E와 A를 결정하는 것은 작업에 담긴 내용입니다. 즉, 작업에 따라 학생 작업은 단순한 MESSAGE가 될 수도 있고, 관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MASSAGE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M다음에 오는 E와 A 자리는 "작업 메시지가 오는 자리"로 정의했습니다. 이 자리는 학생작업이 담겨야 하는 자리입니다. 학생들은 이 자리에 작품을 담아 자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물론 메시지와 마사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객입니다.


MESSAGE전 연습장과 뱃지



3. 오브젝트 정의 : M_SSAGE 자리에 들어가는 오브젝트는?

메시지와 엔터 아이콘을 결합해서 2017 홍익 조형대학 디미디 전공 졸업전시 심볼을 정의했습니다. 메시지와 엔터키 아이콘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메시지를 입력하고 표현하기 위한 모든 행동입니다.

MESSAGE전 심볼 오브젝트


E와 A 자리에 담긴 학생 작업은 전시장에 방문한 관객이 메시지 혹은 마사지로 받아들이기 전까지, 단순한 메시지 형태로 담겨있습니다. 즉, 비워진 E와 A 자리는 '메시지'를 상징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표현돼야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대표 상징은 메시지 아이콘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에서 메시지는 바로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메시지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입력하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이 행동은 보통 키보드에서 엔터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17년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전공 졸업전시 심볼은 메시지와 엔터키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결합해서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MESSAGE전 사진 포인트


MESSAGE전 도록 뒷면



4. 심볼 그래픽 룩 정리 : 타이포 선택, 타이포와 어울리는 그래픽 룩은?
디미디 전공 학생이 가장 많이 쓰고 보는 San Francisco 서체로 메시지 전 로고타입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서체에 담긴 형태를 활용해 빈자리에 들어올 그래픽 요소를 정의했습니다.

MESSAGE전 서체, 샌프란시스코


주제를 정하고 심볼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가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룩을 정리할 단계입니다. 2017 홍익 조형대학 디미디 전공 졸업전시 심볼은 M_SSAGE 글씨체와 그래픽이 잘 어울려야 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디미디 전공을 표현할 수 있는 글씨체를 선택하고 그래픽 요소는 타이포와 잘 어울리는 형태로 작업해야 합니다. 타이포는 디미디 학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Apple 시스템 폰트, San Francisco 서체를 활용했습니다. 깊이 있는 철학이 담긴 선택은 아닙니다. 디미디 학생들은 99% iPhone과 Mac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디미디 전공 학생은 San Francisco 서체를 가장 많이 보고, 사용합니다. San Francisco 서체 특징을 활용해 M_SSAGE 타입을 정리하고 메시지 박스 디자인을 마무리했습니다.


MESSAGE전 초대장



5. 메시지 전 패턴 제작 : 심볼과 함께 전시 그래픽을 받쳐줄 수 있는 패턴은?

심볼로 부족한 그래픽 요소를 메시지 전 패턴을 제작해서 해결했습니다. 패턴은 디지털 미디어 화면에 어떤 메시지든 담길 수 있는 직전 상태, 꺼진 것도 아닌 노이즈만 가득 찬 상태를 모티브로 잡았습니다.

MESSAGE전 패턴 오브젝트와 패턴


심볼만으로 다양한 졸업전시 룩앤필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8 메시지 전 그래픽 패턴을 제작했습니다. 메시지 전 패턴은 디지털 미디어 화면에 어떤 메시지든 담길 수 있는 직전의 상태, 아직 켜진 것 도 아니고 꺼진 것도 아닌 노이즈만 가득 찬 상태를 모티브로 잡았습니다. TV로 예를 들면, 노이즈만 가득 찬 화면을 기본으로 시작했습니다. 졸업전시 심볼과 어울리는 단순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메시지 전 심볼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픽 특징을 활용해 심볼과 그래픽 요소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했습니다. 이 패턴과 심볼은 100여명의 다양한 작품이 담긴 졸업전시를 하나의 작품과 전시로 보일 수 있도록 활용됐습니다.



MESSAGE전 인포메이션


MESSAGE전 포스터


MESSAGE전 에코백




모든 작업이 그렇지만 특히, 2017년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디지털 미디어 졸업전시 브랜딩은 애증이 담긴 작업입니다. 일 년 뒤 돌아보니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의미가 과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 작업 특징이라고 할 수 도 있는 '과잉 의미' 감성이 담겨 있어 맘에 들기도 합니다. 작업이 좋다고 했다가 아쉽다고 했다가 하는 것을 보니 제 마음속 졸업전시 프로젝트는 마무리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두 학기 동안 작업을 해서 그런지 지루한 면도 있었는데 그래도 꽤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2017년이 지나, 2018년 연말입니다. 올해 졸업 전시 시즌이 되면 또 다양한 졸업전시 브랜딩 작업이 나올 텐데 많이 기대가 됩니다. 올해 졸업전시로 학부생활을 마무리하는 분들에게 고생했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프로젝트 정리 : 브랜딩 정리 비헨스 / 공식 홈페이지 정리 비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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