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할아버지들을 보면 여전히 나의 할아버지가 떠오르곤 하다. 많이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보고 싶다. 자주 찾아뵙거나 연락을 많이 드렸던 손자는 아니었기에, 이제 와서 그리움에 사무치게 된 건 일종의 벌일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나는 죽음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두려움에 대한 원인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사후사계가 있다. 내가 죽는다면 나의 기억, 육체, 영혼과 같은 모든 것들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요즘에는 또 다른 이유로도 죽음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나타내보자면 '다시 볼 수 없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내가 살아있는 이 삶에서, 이 생을 떠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신 만날 수 없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그리움으로 자리 잡게 됐지만,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 앞으로 이별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감이 안 올정도로 무척 무섭다.
반대로 여기서 또 하나 드는 생각이 있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확실하게 다시 볼 수 없는 이 생에 대한 기대는 접고, 사후 세계에 가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용기 있게 눈을 감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