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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Mar 24. 2024

조회수 높은 나의 콘텐츠를 보고 죄책감이 생겼다.

100명의 손님이 1번 오는 것보다, 1명이 100번 오는 가게가 낫다.

나는 현재 술팁@sool_tip이라는 주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 형태로는 이미지 형태의 카드뉴스와 영상 형태의 릴스가 있다.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있어서 좋아요수나 조회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치가 높게 나오는 남의 게시물을 보다 보면 정신 잃고 부러움을 팔기도 한다.


특히 릴스에서 그렇다. 릴스의 알고리즘은 어딘가 특별한지, 나보다 팔로워가 낮은 계정에서도 몇 만회의 조회수를 갖춘 콘텐츠를 종종 발견한다.


'나의 릴스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쨌든 수치가 낮은 것보단 높은 게 기분이라도 좋을 테니 말이다. 콘텐츠를 올리는 데 있어서 지속가능성과 동기부여에 영향도 줄테고.


그래서 나는 가끔 더 나은 반응을 이끄는 릴스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개인 계정에 릴스를 올려보곤 한다. (나름 갖춰진 주류 계정의 톤 앤 매너를 해치지 않기 위해 개인 계정을 사용한다.) 솔직히 이렇게 해보는 게 맞는 방식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애초에 정답은 있는 세상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정말 가끔 올려보며 반응을 본다.



최근에는 성수에서 열린 가나 초콜릿 하우스 팝업 스토어에 가서 찍은 영상을 편집하여 올렸다. 영상에 담은 내용은 가나 초콜릿의 변천사였다. 팝업 스토어 2층에는 가나 초콜릿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그곳에는 가나 초콜릿의 실물도 함께 놓여있었다. 한 10 가지가 있었고, 보자마자 이것들을 1초가량 찍어 연결하여 편집하면 릴스의 조회수가 터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나의 생각으로는 (1) 영상의 전체 길이가 짧아서 다시 보기 수가 많이 발생할 것이고, (2) 친근한 제품이지만 현재에는 구할 수 없는 제품 비주얼들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매번 나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운이 좋게 릴스가 터졌다. 릴스를 10시쯤에 올렸고, 올리고 1~2시간 동안은 조회수 200~300회에서 머물더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급격하게 조회수가 올랐다. 잠깐이었지만 조회수가 초당 100회는 넘게 올랐던 것 같다. 터지는 콘텐츠의 수치 상승 속도는 정말 다르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 계기였다.


조회수가 느니 공유하기 수도 자연스럽게 늘었고, 공유하기가 이뤄질 때마다 조회수는 다시 한번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조회수 2.8만, 좋아요 200개, 공유하기 20개, 저장 4개를 기록했다. 총 7초의 영상길이 중 평균 시청 시간은 5초였고, 사람들이 사용한 시청 시간은 총 19시간 45분 12초였다.


내 인생에서, 내 콘텐츠에서 처음 보는 높은 수치이기에 수치로만 본다면 꽤 성공적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수치가 오르는 순간에는 기분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쌓인 시청 시간을 보고 기분 좋았던 감정은 죄책감으로 변했다.


죄책감의 발단은 '목적 없음'이었을 거라고 나름의 추측 끝에 결론을 내려봤다. 물론 개인적으론 높은 수치라는 목적은 있었다. 문제는 콘텐츠 속에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목적이 없으니 내용도 없었고, 내용이 없으니 내 콘텐츠를 시청한 소비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하지도 못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시청자가 나에게 시간을 쓴 것이 아닌, 내가 그들의 시간을 뺏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생각보다도 많이 안 좋아졌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콘텐츠를 대하는 나의 태도나 생각을 조금은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100명이 1오는 가게 보다, 1명이 100번 오는 가게가 되라는 말이 있다. 말은 비단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도, 브랜딩을 하는 사람도, 콘텐츠를 하는 사람도 가슴속 한편에 새겨말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앞으로 이 말을 새기며 단순하고 가벼운 입김으로 시간을 빼앗는 사람이 아닌, 나에게 지속적으로 시간을 쓰고 싶어 하게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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