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질문, 계속되는 성장
요리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깐 머뭇거리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분명 좋아하지만, 요리라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이었던 적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요리를 '해야 했던' 사람이다. 스스로 밥을 차려야 했고, 냉장고 속 남은 재료를 어떻게든 살려야 했고,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건강하고 저렴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다. 요리는 나에게 언제나 해결의 수단이었다.
그런 요리와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 건, 어느 날부터 '왜 이게 이렇게 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쌓이기 시작하면 서다. 가지가 냉장고에서 쉽게 물러지는 이유, 감자를 찌면 왜 달라지는지, 같은 국간장을 써도 간이 들쭉날쭉한 이유.
그런 사소한 질문들이 나를 '요리하는 사람'에서 '요리를 관찰하는 사람'으로, 더 나아가 '요리라는 요소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바꿨다.
사실 내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진짜 계기는 따로 있다. 화려한 요리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요리로 마음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고, 그 방법이 요리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단순했다. 그냥 요리해서 나누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조금 배우다 보니 요리에는 정말 많은 게 필요했다. 돈이 대표적이었다. 좋은 재료, 제대로 된 도구, 넓은 주방...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군대에서 동기들 덕에 광고나 마케팅 책을 보게 됐다. 그때 그 책들에 매혹됐다. 줄곧 요리만 하던 나에게, '메시지로 울림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 계기였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보다, 올바른 정보와 방법을 글로 전달하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 직접 요리하는 행위보다는 콘텐츠에 조금 더 힘을 들이게 된 것 같다.
난 이런저런 원리를 파악하며 결과로 증명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연구도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나만의 방식을 발견했다. 기준을 명확히 하고, 변수를 하나씩 바꾸며, 결과를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나는 비로소 요리와 진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런 실험들이 쌓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원리가 작용하는지, 그리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까지 담아내고 싶었다.
지금 나는 식재료를 연구하고, 조리 과정을 기록하고, 그 과정 속에서 얻게 된 인사이트들을 다시 정리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요리는 여전히 즐거운 취미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나를 돌보는 도구이자, 사람과 연결되는 언어가 되었다.
내가 쓰는 콘텐츠는 '요리를 잘하는 법'보다 '요리를 잘 활용하는 법'에 초점을 맞춘다. 요리 초보자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레시피가 아니라, 냉장고 속 재료를 망치지 않고 끝까지 써내는 실용적인 지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글에는 항상 실용성 + 과학적 근거 + 사용자 관점이라는 3박자가 들어있다.
요즘 나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구 파트너처럼 여기고 있다. 실험 설계를 할 때 변수를 놓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글을 쓸 때 독자 관점에서 다듬는 과정에서 AI는 나의 사고를 확장시켜 준다. 마치 실험실에서 함께 고민하는 동료처럼, 나의 가설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과학적 사고와 콘텐츠 감각을 모두 갖춘 실용주의자형 창작자라고 정의하게 됐다. 창작자이지만 예술가는 아니고, 연구자이지만 학자는 아닌, 그런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요리의 세계에서 배울 것이 많다. 그래서 오늘도 냉장고 앞에 서서, 때때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질문을 하나씩 던진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이 방법이 정말 최선일까?" "그리고, 이걸 어떻게 설명해 주면 좋을까?"
내가 요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조금 더 잘하고 싶어서. 그리고 돕고 싶어서.
요리는 나에게 생존 도구이자 자기 돌봄의 수단이고, 실험 대상이자 콘텐츠 소재이며, 무엇보다 나를 성장시키는 끊임없는 질문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부엌에 서서, 작은 실험 하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