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 소믈리에 _ 나의 반쪽짜리 일기 2-2-2
회사 내 동료들끼리는 톱니바퀴처럼 무수히 연결되어 있다.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의 동료들도 움직이게 된다. 혼자만의 힘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일을 하기 위해 사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간혹 이 연결고리를 새까맣게 잊어버릴 때가 있다. 처음 해보는 일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유난히 더 그렇다.
최근에 콜라보/협찬 제안이 왔었다. 내용을 봤더니 평소 관심이 가던 일이었고 타임라인 상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진행하기로 했다. 곧바로 나는 제안을 준 업체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사이 인스타그램 홍보 건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게 됐다.
제안 업체 : 혹시 술담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행사를 홍보할 수 있을까요?
나 : 술담화가 함께하는 일이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제 담당이 아니니, 담당자에게 공유한 후 다시 이야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그때 당시 나눈 대화다. 인스타그램 관련 건은 사전에 제안받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내 나름의 선에서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뭐라고 가능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서 답변을 했는지... 참 거만했다고 생각이 든다.
대화가 끝난 후 호기롭게 인스타그램 콘텐츠 담당자에게 내용을 공유했다.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브랜딩 측면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가 고민스러웠지만, 일차원적인 문제로는 이미 콘텐츠 일정이 다 짜여 있다는 것과 관련된 사람들의 일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오래 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좁았던 시야가 좁다 못해 날카로워져 나를 향해 날아오는 걸 곧장 느낄 수 있었다. 술담화 인스타그램은 진짜 가볍게만 생각해도 적어도 2명의 노동력이 들어간다. 아무런 힘도 없이 다짜고짜 2개의 톱니바퀴를 움직이려 했으니 이게 얼마나 동료들에게 무례한 행동이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안 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앞 뒤 가리지 않은 채 업무를 진행한 결과였다.
그저 인스타그램 하나 올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콘텐츠 하나를 올리기 위해선 누군가의 생각과 글, 디자인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한 동료들의 손짓 하나에 날개를 달아주기는 커녕, 무거운 짐을 달아준 것은 아닌가 싶어 반성하게 됐고 업무 시야를 좀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즐거운 일을 좀 더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2월 회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