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거창한 내용을 다룰 역량과 소양이 부족한 관계로,
그동안 그냥 문득 뭔가 생각날 때마다 여기저기 낙서처럼 적어놓았던 내용들을 모아 적절히 문맥을 맞춰
짜깁기를 시도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
앞으로 당신이 읽게 될 글들은 너저분하고 왠지 까칠해 보이는 문체 이외에 모든 전체를 관통하는 특별한 문제의식이나 논리 구조, 사상 따위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문장도 문어체와 구어체가 뒤섞여 있고, 일관된 체계나 틀 같은 것은 갖추고 있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것들을 아예 염두에 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퍽퍽한 삶인데 글이라도 편하게 끄적거리고 싶었으며, 어릴 때부터 워낙에 반골 기질이 강해 '꺼꿀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나로서는 글을 씀에 있어서도 누군가 정해놓은 규칙이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영 체질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해체의 시대 아닌가?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것을 거부하는 개성이 극도로 존중받는 그런 시대 말이다.
저게 바로 나다!
뭐~ 어찌 되었든 간에, 내 글을 읽다 보면 다른 훌륭한 글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출발은 꽤나 뭔가 있어 보이다가 말미에 시들해지거나, '오호'하고 감탄사를 야기하는 그럴싸한 내용들이 담겨있는가 하면, 오롯이 자기주장에 불과해 보이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얘기들이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예전에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싶은 나름 알찬 내용도 있을 테지만 태어나서 처음 듣는 허무맹랑한 신경질이 내깔려져 있기도 할 것이다.
심지어 어느 한 대목을 보다가 모순되는 주장이 있었던 것 같다고 갸우뚱하면서 앞서 읽었던 다른 글들을 다시 찾아 확인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더라도 당혹해하지 말아라! 지극히 당연하다.
애초에 잡소리이기 때문이다.
뭔가 항상 꿈을 가지고 매진해야만 할 것 같은,
자아실현 같은 위대한 웅지를 품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언제나 겸손하고 좋은 말과 미덕이 가득한 삶을 영위해야 할 것 같은,
그래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취급하는 인간 사회의 흔한 세태에 대한 짜증 섞인 의문이 나를 비꼼과 투덜거림의 글을 쓰도록 이끌었다.
역사책이나 토픽에 소개될 만큼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우리들 대부분은 채 100년이 못 되는 시간을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다가 우리가 허무함을 탄식하는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이 사라진다.
위인급은 못 되지만 나름 거물이라고,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조차 대부분은 언제 있었나 싶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시나브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에도 못 미치는 먼지 쪼가리만치 미미한 존재가 꼭 그렇게 매사 진지하고 심각할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생각에서, 가볍게,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분노와 폭력을 야기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차갑게 절제된 감정을 기반으로 속칭 노가리를 한번 풀어보고 싶었다.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보통의 정서를 편하게 말해놓고, 누군가의 수용 여부를 고민하지 않은 채 기존의 진지함에 소심한 비웃음을 던져보고 싶었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고민에 빠져 있는데 가볍게 던져주는 친구의 조언이 시원한 해결책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특정 상황에 대해 상쾌한 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잡소리를 그냥 주절거려보고 싶었다.
어차피 답 없는 인간사 굳이 정답을 맞히려 애쓰지 않고 내 멋대로 진솔하게 진단해보고 싶었다.
왜 커피가 초록색인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마셔보자!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내가 쓴 글이 좋더라도 맹신하거나 추종할 필요 없으며, 싫더라도 심각하게 경멸하거나 무시할 필요 없다. 괜한 감정의 낭비이다!
감탄을 해도 고맙고, 비난을 해도 고맙다. 잡소리에 귀 기울여준 자체만으로 고마울 뿐이다!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다면 직관적으로 수용할 것을 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찮은 잡소리로 치부해 과감하게 버리기를 권한다. 심플하게 살자!
뭔가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왠지 심란하거나 짜증 날 때, 뭔가 결정을 하긴 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조언까지는 구하고 싶지는 않을 때, 개똥철학에 심취하고 싶을 때, 그냥 아무 얘기로 시간을 때우고 싶을 때!
나의 글을 보기를 바란다.
욕을 하거나, 생각을 하거나, 비웃거나, 시간을 보내거나, 기타 등등 뭔가 하나는 도움이 될 것이다.
서설이 너무 길었다.
진지함을 거부한다지만 내 글이 되려 당신에게 새로운 진지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는 화면을 끄거나 지면을 덮어라! 나는 그냥 내 입장에서 입을 터는 잡설쟁이일 뿐이다.
그러니 나의 글을 읽고 무언가 성취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당신이 잘난 덕이지 내 덕이 아니다.
반대로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재수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사정이지 내 알 바가 아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을 가족까지 챙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나는 어떠한 부담도 거부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혹여 나와 논쟁이나 토론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례해도 상관은 없지만 반드시 철저하게 자기 논리를 무장한 채 시도해 주기를 정중히 부탁한다.
나보다 우월한 논리에 박살나는 것은 배울 것이 있어 전혀 불쾌하지 않은데, 자기가 대단한 논리 깡패인 줄 아는 사람의 어거지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소는 농사를 짓는데, 말은 달리는데 쓰는 것이다. 우이독경과 마이동풍,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당연한 말을 왜 굳이 이렇게 길게 하냐면 참으로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소와 말 같은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며, 그들 자신은 자기들이 그런 마소인지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나는 설득되어 더 굳건히 무장될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서로의 평화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오케이?
내 글을 읽는 당신이 '불경 앞의 소'나 '바람 앞의 말'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V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