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
<헤어질 결심>에서 말러 교향곡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무려 3번이나 나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국에는 말러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끝판왕’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만큼의 ‘내공’이 필요해서인지, 그만큼 난해해서인지, 더 많은 클래식 듣기 경험이 필요해서인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고 지금도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합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토록 칭송하는 감흥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좋은 곡이 되겠지'라고만 생각했었지요. 클래식 듣기에서 내공 내지는 축적된 경험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불현듯 특별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말러는 이 4악장을 만들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연애편지처럼 보냈었지만, 이후 그 여인과 비극적으로 헤어졌으니 후대 사람들은 이 곡을 들을 때 사랑과 이별 사이, 기쁨과 슬픔 사이 어디쯤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말러의 교향곡이 이쪽인지 저쪽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미묘한 감정을 오고 가듯이, <헤어질 결심>도 만남과 헤어짐을 오고 가고, 산과 바다를 오고 가며, 청색과 녹색을 오고 갑니다.
이 영화로 인해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이 불현듯 특별해졌습니다. 이제는 이 곡을 들으면 안개, 산, 바위, 바다, 파도, 청록색 등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만큼 <헤어질 결심>은 영화로 인해 느껴지는 ‘공감각적 심상’으로도 매우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 이재상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