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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상 Aug 04. 2022

"도대체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영화 <한산 : 용의 출현> 리뷰

“도대체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


이 전쟁의 의미와 본질을 묻는, 가장 충격적인 이 대사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니라 항왜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도대체 이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 가장 혼란스러웠을 사람은 아마도 항왜였을 것입니다. 그도 무사이니 죽음을 각오하고 고문을 받아내지만 이순신은 ‘다른 뜻이 있는 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거두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마땅한, 옳은 그 무언가’는 사실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이순신도 와키자카도 각자의 의를 가지고 한산도 앞바다로 왔을 것입니다. ‘의와 불의의 싸움’인 이 전쟁에서 이순신은 자신의 의가 불의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한 반면에, 와키자카의 의가 불의였음을 증명한 사람은 와키자카 자신이 아니라 항왜 준사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와키자카가 스스로 증명하려면 영화는 그를 더 나쁜 놈으로, 더 잔인한 놈으로 그려내야만 했을 텐데 그 지점까지 가지 않고 적절하게 멈춰줬습니다. 이 점이 ‘명량보다 더 좋은 한산’의 이유입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이 영화의 본질과 의미를 한 몸으로 받아내서 연기하고 이야기하는 자가 이순신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는 점, 그런 항왜 준사를 연기한 김성규 배우를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 이재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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