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변화에 대한 3가지 미신 vs. 냉정한 진실
조직 변화를 위해 야심차게 시작된 변화 프로젝트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합니다. 수평적 소통, 피드백 문화 조성, 워라밸 확산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기획되지만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도는 도입보다 유지가 더 어렵고, 선언과 구호는 쉽지만 행동과 변화는 어렵기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변화 프로젝트들은 몇 가지 전제 또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주니어 보드를 선발해 운영한다면, 이는 조직 내에서 '젊고 영향력 있는 직원들이 조직의 변화를 자극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전제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과 전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실패할 때마다 우리는 묻습니다.
"도대체 왜 조직의 변화는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데이먼 센톨라(Damon Centola)의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원제 Change : How to Make Big Things Happen)는 이와 같은 고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가 조직 변화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었던 믿음들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인 우리의 '믿음'이 어쩌면 '미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진짜 변화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확산됩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변화에 대한 3가지 미신과 진실을 살펴보고, 조직의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미신은 '소수의 영향력 있는 리더가 변화를 주도할 거라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대개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하며 다수의 연결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 조직 전체로 변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CEO가 직접 나서서 타운홀 미팅을 열고 협업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직원들의 협업 방식이 바뀔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다릅니다. 정보가 확산되는 메커니즘과 행동/믿음이 확산되는 메커니즘은 서로 다릅니다. CEO의 메시지 그 자체는 중요한 정보로 인식되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지만 실제 직원들의 믿음과 행동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행동과 믿음은 네트워크상 가까운 주변 동료나 선후배 간의 연쇄적인 사회적 강화를 통해 확산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부서의 A직원이 새로운 협업 툴을 사용해 팀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한다면, A직원이 옆자리 동료 B직원에게 적극적으로 성공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영향을 받은 B직원도 새로운 협업 툴 사용에 동참하면서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영향력 있는 한 명의 목소리보다, 내 옆에 있는 평범한 동료들이 새로운 행동을 지지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행동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두 번째 미신은 '변화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일순간에 퍼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확산되거나 뉴스 속보가 빠르게 퍼지는 것처럼, 우리는 SNS나 사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잘 활용하면 변화를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다릅니다. 행동과 믿음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유대관계를 가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퍼져나갑니다. 감염병이나 뉴스는 불특정 다수의 약한 연결 (Weak Ties)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되고 널리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새로운 행동양식이나 가치관 등 행동이나 믿음은 가족, 친구, 이웃, 주변 동료 등 강한 유대관계(Strong Ties)를 통해 확산됩니다. 서로 생각과 경험이 일치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행동과 믿음이 확산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직 내에 특정 부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이나 성공담을 친분이 있는 타 부서 동료들과 나누면서 "우리도 한 번 해볼까?"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때 실제 참여가 늘어납니다. 변화는 광범위하게, 무작위로 퍼지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는 특정 경험과 필요를 공유하는 긴밀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점진적으로 확대됩니다.
마지막 미신은 '혁신의 성공은 아이디어 자체의 우수성에 달려있다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보통 혁신이 충분히 실용적이고, 트렌디하며,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면 사람들이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변화가 또는 이 혁신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얼마나 효과적'인지 설득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다릅니다. 혁신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규범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증명'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좋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입니다. 구글 글라스(Google Glass)가 혁신적이고 참신하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 전문가 집단만을 위한 기술로 여겨지면서 사회적 수용에 실패했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 속에 자리 잡을 때 성공합니다.
예를 들어, AI 고객분석 도구가 아무리 뛰어나도 영업담당자들은 이런 의구심을 가집니다. "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 팀의 표준인가?", "다른 동료들은 이 도구로 실제 성과를 내고 있나?", "사용법이 너무 복잡해서 업무에 방해되지는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몇몇 동료들의 활용 사례가 확산되고 의구심이 해소될 때 비로소 전체 영업담당자들에게 확산됩니다. "이걸 써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기술의 효용성을 압도한 것입니다.
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숨어있는 변화 동력 발굴하기
먼저, 공식적인 리더나 핵심 인재에게만 의존하기보다, 현장의 다양한 구성원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도에 긍정적인 소규모 그룹이나 개인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좌석제 도입 초기, 가장 먼저 새로운 자리를 시도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직원”이나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동료들에게 알려주는 실무자”가 바로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초기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주역들입니다.
② 부서 간 연결을 강화하는 넓은 다리(Wide Bridge) 구축하기
특정 부서나 팀에서 시작된 긍정적인 변화가 조직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넓은 다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의 성공적인 고객 데이터 분석 방법을 배우기 위해 영업팀과 정기적인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거나, “서로 다른 직무의 직원들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내 해커톤을 개최”하는 것은 좋은 ‘넓은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의미 있는 성공을 가시화하고 사회적으로 강화하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성공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직 전체에 공유함으로써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이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A팀이 새로운 프로젝트 관리 방식을 도입하여 납기를 10% 단축했다"는 소식을 사내 뉴스레터나 게시판에 공유하고, 해당 팀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세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때,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제 경험담, 노하우 공유, 동료 간 지지와 격려 등 사회적 강화 요소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① 팀 단위로 작은 변화를 실험하고 학습 문화를 장려하기
전사적인 빅뱅 방식의 변화보다는 특정 팀이나 부서 단위로 새로운 방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의 학습과 성공 경험을 긴밀하게 공유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전사 도입하기 전에, 파일럿 팀을 선정하여 몇 주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을 개선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 다른 팀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팀 내 강한 유대감은 변화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② 소규모 그룹 중심으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변화의 필요성, 목표, 과정에 대해 구성원들이 소규모 그룹(팀, 직급별 모임 등) 내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평가 제도 도입 전에 팀별로 워크숍을 열어 제도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우려 사항을 논의하여 개선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일방적인 설명회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③ 스토리텔링과 동료 간 긍정적 영향력을 적극 활용하기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한 동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공유하여 감성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은 워킹맘 직원의 인터뷰”나 “새로운 기술을 배워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인 동료의 성공담”을 사내 채널을 통해 공유하는 것입니다. 신뢰하는 동료의 성공담은 그 어떤 공식적인 메시지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지닐 것입니다.
① 변화에 대한 가시적 증거와 데이터를 제시하기
새로운 시스템 사용률, 변화 활동 참여율, 개선된 성과 지표 등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내 메신저 도입 한 달 후, 활성 사용자 80% 달성! 주요 공지 확인 시간 평균 50% 단축!"과 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② 변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변화의 진행 상황, 당면 과제, 향후 계획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변화 과정에 반영함으로써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분기별로 변화 관리 위원회에서 진행 상황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익명 게시판을 통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독려하며 주요 피드백은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는 변화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③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시스템 구축하기
성공적으로 도입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조직 문화로 깊숙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평가, 보상, 업무 프로세스, IT 시스템 등의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협업과 지식 공유를 장려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개인 성과뿐 아니라 팀 기여도나 지식 공유 활동을 인사고과에 반영”해야 합니다. 새로운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행동을 할 수 있게 지지해 주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변화에 대한 3가지 미신과 진실을 통해 우리는 진짜 변화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확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변화는 주변부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변화는 강한 유대감에 기반을 둔 일상의 관계망을 통해서, 사회적 증거가 뒷받침될 때 확산됩니다.
조직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전략을 선포하거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인간의 행동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해 깊이 이해할 때 변화를 성공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과거의 미신에서 벗어나,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확산되고 정착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진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인플루언서'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네트워크의 '숨겨진 힘'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이럴리티'라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강한 유대감'을 통한 사회적 학습을 촉진하며, 혁신 아이디어 자체의 우수성을 넘어 '사회적 증거'와 '규범적 수용'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변화는 전략이기에 앞서 조직의 관계망과 감정선 위에서 움직이는 정서적인 경험의
결과이며 조직 내 연결의 재구성입니다."
변화는 도구나 규칙만으로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아주 꼼꼼한 기획서를 만들고, 촘촘한 제도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변화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변화는 전략이기에 앞서 조직의 관계망과 감정선 위에서 움직이는 정서적인 경험의 결과이며 조직 내 연결의 재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정교하게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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