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소통은 말의 이면을 읽는 것입니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이 한 마디는 단순한 푸념일까요, 아니면 여러 감정이 뒤엉킨 도움 요청일까요? 많은 리더들이 팀원으로부터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왜 그래, 그러지 마", "요즘 다 힘들잖아", "조금만 버텨보자"며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반응합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대화를 멈추게 합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회사를 떠나겠다는 소음이 아닙니다. 지금의 일과 관계, 환경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신호입니다. 리더가 이 말을 '소음'으로 듣느냐, '신호'로 듣느냐에 따라 조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리더는 매일 수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요", "프로세스가 비효율적이에요", "소통이 잘 안 돼요" 이런 말들이 쏟아질 때, 경험 많은 리더일수록 '그건 늘 있는 불만이지'라며 걸러내는 것에 익숙합니다. 어쩔 수 없는, 늘 있는 소음이라고 넘기면 쉽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소음처럼 들리는 말속에 중요한 신호가 숨어있을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한 구성원이 "일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했을 때, 정말 단순히 업무량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선순위의 혼란', '역할의 불분명함',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 등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리더가 "우리 팀 다들 바빠요"라고 말해버리면, 리더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신호를 놓치고 조직 내 균열은 조금씩 커집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이 아니라, '잡음 속에서 신호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모든 불만과 하소연을 다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불만이 무의미하다고 치부하면 리더는 조직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소음이 신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해주어야 합니다. "회의가 너무 많아요"는 "의사결정 구조가 비효율적이에요"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음이라고 치부하면 구성원들은 입을 닫아버립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자유롭게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러한 분위기와 환경이 있어야 변화도, 혁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소음'이 많다는 것은 조직이 말을 억누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침묵은 때로 평화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신호가 끊긴 상태입니다. 반면 불평이 들린다는 건 아직 회복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징표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기업들이 바로 이러한 '소음'을 측정하고자 노력합니다. 소음이 그 조직의 건강도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펄스 서베이(Pulse Survey)'는 조직의 맥박을 측정하듯이 짧고 주기적으로 간단한 질문을 통해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는 기법입니다. "오늘 컨디션이 어떤지?", "업무를 통해 성장한다고 느끼고 있는지?" 등 짧은 시간 안에 솔직한 응답이 가능하도록 질문하고 그 추이를 모니터링하면 소음 속에서 신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만두고 싶습니다."는 말에는 여러 감정이 얽혀있습니다. '업무 과중', '인정받지 못함', '리더와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한데 엉켜 표현됩니다. 리더가 "그러지 마"라고 반응하는 순간, 구성원은 "이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느낍니다. 입을 다문 채 마음속에서 이미 회사를 떠나버리게 됩니다.
진짜 소통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말속에 숨은 의도를 읽는 일입니다. 리더가 숨은 의도를 찾아낼 때, 구성원은 '내 말을 들어주는 리더'를 넘어서 '내 마음을 이해하는 리더'를 경험합니다. 이는 곧 신뢰의 회복으로, 팀의 회복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구성원에 말에 "왜 너만 그래"가 아니라, "어떤 점이 가장 힘드니?"라고 물어보는 것. 그 한 문장의 차이가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진짜 소통은 신호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아내는 귀를 갖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이 리더가 조직의 온도를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직은 리더의 감각만큼 살아있습니다. 신호와 소음을 완벽히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소음일지도 모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가진다면, 조직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율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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