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마지막 장

D-0

by 이지현


처음엔 브런치를 일기장 처럼 이용하려 했다. 여행을 앞두고 매일매일 변하는 내 생각과 느낌을 어디엔가 기록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나니, 이왕 쓴거 보여주고 싶었다. 역시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작가 승인을 받았다.


첫 글을 발행하고 울리던 라이킷 알림을 잊지 못한다.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실제로 누군가 내 글을 읽을 줄은, 거기에 더해 좋다고 반응해 줄지 몰랐기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 설레기도 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좋아한다.' 그 감정은 참으로 벅찬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빠짐없이 글을 써왔다.


어느새 쌓인 글들을 보니 뿌듯하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모든 글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기에. 그러나 매일 빠짐없이 뭔가를 해냈다는 사실은 나를 벅참으로 물들인다.


처음엔 나와의 약속이기에 글을 썼다. 그리고 이제는 낯익은 닉네임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 '이런 글을 좋아하실까?'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을 못내 억누른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결국 한 자도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 짓는 사람은 밥 짓는 사람과 같다. 내 손맛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진 것만을 내보일 뿐이다. '안 좋아하시면 마음은 아프겠지만 할 수 없지 뭐.' 그렇게 애써 자신을 토닥인다. 그럼에도 글을 발행할 때마다 라이킷 알림이 뜨지 않을지 괜히 핸드폰을 힐끔 거리는 건 비밀.


내가 과정을 사랑했던 적이 있던가. 대부분 내가 사랑한 것들은 결과였다.


서른이 넘어 이제서야 과정을 조금은 즐기게 됐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더 즐거운 이야기가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외치는 '과정을 즐기라'는 말은 저들이 성공했기 때문에 하는 구태의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말이 조금은 진실로 들린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성공한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고통받으며 성공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즐기는 일을 해도 어떤 과정 안에서 있다면 고통은 저절로 생길 수 밖에 없다. 생즉고(生卽苦)라 하지 않았나. 그러나 즐거움이 크다면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부럽지 않다. 그들의 성공은 고통뿐인 과정의 댓가였을테니.


첫 글부터 함께 해주신 분들의 닉네임을 기억한다. 매일 올라오는 보잘것 없는 글이 지루할 법도 한데 매일 라이킷을 눌러주심으로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 혼자가 아니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매일 함께 달리는 기분이라 외롭지 않았다. 매일 매일 라이킷을 눌러주신 독자분들께도, 매일 글을 쓴 나에게도 격려의 박수. 짝짝짝.


D+ 시리즈로 또 매일 글을 쓸테지만 D-의 끝, 마지막 장은 제대로 마무리 하고 싶어 감사의 말을 전해본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임을 잊지 마시길.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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