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아침을 먹고 샹산(Xiangshan)에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고 싶기도 했고, 도심에 있는 산에 오르면 어떤 풍경을 볼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숙소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샹산. 샹산 象山은 산 모양이 코끼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군데군데 코끼리 마스코트가 있었다.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굉장히 가팔랐다. 덕분에 조금만 올라가도 금방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을 볼 수 있었다.
날이 흐려 쾌청한 하늘과 함께 101 타워를 보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그리 덥지 않게 전망대에 올라올 수 있었다. 대부분 이 정도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 듯했는데 이왕 온 거 좀 더 높이 올라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더 높은 곳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목적지로 향하는 데, 통과해야 할 길이 막혀있다. 대충 폭우로 길이 어떻게 됐다는 뜻 같다. 아쉽지만 마무리하고 내려와야 했다.
대신 내려올 때는 오를 때와 다른 루트로 내려왔다. 옆으로 빙 돌아 내려왔는데, 절도 있고 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가 있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산책로로 들어서 하산했다.
여기서 보는 전경도 멋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타이베이 101까지 걸었다. 도착하니 벌써 2시가 넘은 시각.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지만 그래도 움직였더니 배가 고팠다. 101 빌딩 뒤쪽에 쇼핑센터가 있어 가보니 지하에 딘타이펑이 있다. 그런데 대기 시간이 1시간이라고 모니터에 적혀있다. 오늘은 포기. 내부를 돌다가 푸드코트 같은 곳이 있어 거기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시킨 것은 4번 메뉴. 고기가 갈비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얇은 돼지고기를 전분옷을 입혀 튀겨낸 것 같다. 굉장히 얇은 튀김옷을 입고 있고 데리야끼 소스를 발라 달짝지근하다. 맛있다. 전체적으로 다 맛있었다. 고기완자와 피쉬볼을 넣은 탕도 무난하니 맛있었고 야채볶음도, 밥도 맛있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제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근처에 악작극지문 2를 촬영했던 대만 의과대학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장스슈와 샹친이 나왔던 가로수길이 보인다! (부끄러워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잠시 그 길을 걷다가 생각보다 작고 학생들로 가득한 곳이라 빠르게 걸어 나왔다.
다음은 동먼. 동먼이 융캉제인 걸 몰랐다. 걷다가 웬 망고빙수 집에 사람이 저렇게 많지 했는데 조금 걸으니 융캉공원이 나왔다. 전에 타이베이에 왔을 때 왔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파파고를 쓸 줄도 모를 때라 그 근처 식당에서 중국어밖에 없는 메뉴를 정말 (랜덤으로) 찍어가며 시켰다.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이 몰려있다. 쇼핑하고 구경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인 곳인 듯싶다. 나는 아니어서 쓱 한 바퀴 걷고 패스. 그런데 이 정도 걸으니 목이나 축이고 좀 앉아있고 싶어 진다. 융캉제에 음료 파는 곳이 있었지만 이미 지나왔다. 주택가로 들어서니 음료 파는 곳이 보이 지를 않는다. 결국 다안 공원까지 걸었다. 음료 파는 곳은 10분 더 걸어야 나온단다.
잠시 공원에 앉았다. 순간 어제 시먼딩에서 마셨던 Le Phare의 망고 우유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 망고 우유 사서 마시고 숙소에 일찍 가서 모아놓은 빨래를 하자. 숙소 내부에 코인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서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구글맵을 검색해 보니 시먼딩에 가는 버스가 바로 도착한다 했다. 조금 뛰어서 정류장에 서니 바로 버스가 왔다.
그렇게 시먼딩에서 음료를 사고 바로 또 버스를 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골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가봤더니 소시지를 팔 고 있어서 하나 사 왔다. 35위안. 오늘 저녁은 음료와 소시지다. 음료는 망고우유 대신 망고 자몽 요구르트와 녹차 젤리(이름 한번 길다)를 시켰다. 에이. 망고 우유 시킬걸. 이것도 맛있기는 한데 반 마시니 물린다.
대만 음료점 중에는 개인적으로 Le Phare를 가장 좋아한다. 전에 타이베이에서 여기서 파는 사과 우유를 마시고 너무 맛있어서 여행 내내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어제 시먼딩 구경을 오자마자 '아직 똑같은 자리에 있을까?' 하며 가봤더니 그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밀려왔다. 사과우유를 마시려 했는데 오후라 망고우유를 시켰더니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사과 우유, 망고 우유는 통과. 사과 우유도 마셔야 하는데. 바쁘다 바빠. 점포가 좀 여러 군데 있었으면 좋겠다.
먹은 것을 치우고 샤워 후 지금은 빨래를 돌려놓고 글을 쓰는 중이다. 등산하며 땀을 빼서 그런지 볼에 오돌토돌하게 뭔가가 올라왔다. 심기가 불편하다. 머리도 좀 띵한 것 같고.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