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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Jul 04. 2022

어느 몽상가의 그림_기린, 제주 아트 페어 2022

아트 제주 페어2022


어느 몽상가의 그림_기린 Oil on Canvas 162x112cm


[작가노트中]

2017년 미국에 머물던 시절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나도 모르게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후 슬럼프에 빠진 일이 있었답니다. 그들에게는 당연히 이국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졌을터, 이목을 집중받았고 높지 않은 가격 덕분인지 걸리기만 하면 팔려 나갔으니 갤러리도 저도 놀라운 일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 갤러리스트들에게는 결코 예술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고 장식품 정도의 대접에 더 이상은 갤러리와의 인연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후 의기소침하여 한참이나 그림을 손에도 대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요.


이후, 많은 마음속 갈등과 혼돈을 겪었으나 오히려 타지에서 홀로 고립된 생활속에서 기댈것은 그림뿐이라는 현실이 약이 되어 오래지 않아 마음을 다잡을수 있었답니다. 그리고는 다짐했습니다. 어디에서고 누구에게고 눈치 보지 않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겠다며 제주에 대한 향수를 담아 그려낸 작품이 바다로(Asea) 시리즈였습니다. 첫 해녀작이기도 했고요.


바다로는 제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갤러리에 따로 이미지를 보내지도 않았고 다만 포트폴리오에 올린 것이 초대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랍니다. 미국에서 치루어진 개인전에서의 대표작 바다로 시리즈는 이후 제주에서 '해녀의 의자' 그리고 지금의 '어느 몽상가의 그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바다로는 제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면 현재 '어느 몽상가의 그림'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유년시절, 티브이에서 보던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들을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한 아프리카로의 꿈.


그리고 어른이 된 후, 내 터전의 전부라 믿었던 서울을 떠나왔다. 고 말하고 싶지만 어쩌면 도태되었을지도 모를 어찌 되었든 탈도시를 선택한 후, 나는 이곳 제주에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철없던 몽상을 자주 떠올리고는 한답니다.


제주를 배경으로 몽상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린, 표범, 얼룩말은 어린시절의 부모님과 나를 표현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어머니를 표현한 기린, 언제까지나 강인한 존재일 것만 같았던 아버지를 표현한 표범, 너른 초원을 마음껏 달리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나를 표현한 얼룩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잊혀졌던 과거를 돌이켜보고 그렇게 마주하게된 추억들을 또다시 잊지않기 위해 기록하여 남기고 싶어 하는 어린 마음으로서의 원초적이고 순수한 행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몽상가의 그림_ 기린' 은 8월4일~7일 까지 제주 서귀포 롯데 호텔에서 개최될 아트 제주 페어 출품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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