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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Sep 15. 2022

작업실 이전 중이에요. ^^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작업실 이전으로 더욱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완전히 자리를 잡는 데에는 시일이 조금 더 걸릴 듯합니다.


새로이 준비하고 있는 작업실은 현재 남편과 제 공방이 있는 곳 100미터 바로 앞 건물이에요. 남편의 수제 기타 전시실로도 이용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남편은 오래전부터 이곳이 층고도 높고 볕도 잘 들어 제 작업실로 적합하다고 적극적으로 권유했었지만 아무리 시골이라 해도 2차선 도로에 붙어 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마당 안쪽 깊숙이에 자리 잡은 이전의 작업실을 벗어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었지요. 그런데 살아보니 집도 그렇고 어느 공간이라는 것 또한 사람과의 인연처럼 어느 정도 운명이라는 것이 닿아있는 것 같아요. 이해되지 않은 많은 일들이 겹쳐지며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을 저를 움직이게 해 주었고 또 결심하게 해 주었거든요.


마지막 이젤을 옮기며 또 주책없이 글썽거리는 이 눈물은 도무지.. 매번 갱년기 때문이라고 핑계되어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정말 이곳에서 내 남은 생의 모든 꿈들을 마저 풀어놓을 수 있겠구나 라는 작은 기대감과 안도감 때문인 지도 모르겠어요.


두 번째 소식은 뒤늦게 전해드리는 키아프 소식이에요. 키아프 서울은 잘 마치었고 전 작품 전국 각지로 너무도 감사한 분들께 소장되었습니다. 이번 키아프에서는 달빛 시리즈와 함께 피에로 시리즈 또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는 출발점이 되어 준 듯하여 더욱 뜻깊은 전시회였답니다.


한걸음 뒤 제주에서 바라본 키아프는 느낀 것도 배운 것도 참 많은 전시회였습니다. 화가라는 직업은 작품만이 사랑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일이 지날수록 작품뿐만이 아닌 문득 작가인 저에게까지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 주시며 더불어 많은 분들께서 작가로서의 제 앞날을 함께 걱정해주시고 길을 닦아주시려고 깊이 마음 써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림만 그리고 산다는 핑계로 온라인을 제외한 현실에서는 정작 소통의 문을 닫아버리고 살겠다는 답답한 고집을 부리는 작가의 등을 인내심 있게 토닥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제는 조금씩 앞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조금 더 용기 내어 직접 참관하며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작가로서의 소신을 이제는 글이 아닌 서로의 눈을 보며 마음으로 전달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느끼게 되었어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움직임을 늘려 보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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