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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062호.

올림픽으로 뉴스 도배, 박근혜와 우병우가 웃는다.

by 이정환

미디어오늘이 입주한 건물은 오후 6시면 에어컨이 끊기는데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래도 충실하게 만들었습니다.


1. 마감 막판에 들어온 소식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새누리당 대표 당선 소식입니다. 이건 워낙 발가벗고 뒹구는 느낌이라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 민망할 지경입니다. 이정현 녹취록 파문이 두 달도 채 안 됐죠.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인데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 해임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요. 이정현 녹취록에 침묵했다고 비판한 KBS 기자가 제주총국으로 발령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게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 중에 일부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정현이 또 전화를 하겠죠. “아이고, 하필이면 KBS를 봤네.” 이런 사람이 집권당 대표라니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2. 아니나 다를까 뉴스는 올림픽으로 도배가 되다시피하고 있습니다. 정상근 기자가 꼽아 봤는데요. 우병우 수석 기사는 완전히 사라졌고요. 사드 배치도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도 이렇게 사라져서는 안 되는데 말이죠. 지상파 뉴스는 절반 이상을 스포츠 중계로 채우고 있군요.


3.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편과 밥그릇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돈 주고 사온 영상을 왜 종편에 무료 제공해야 하느냐는 거죠.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규정 때문인데요. 종편에서 공짜로 받아온 올림픽 영상을 틀지 않으면 무슨 국민들 권리가 훼손되는지 의문입니다. 무료 제공되는 건 4분 남짓이지만 쪼개 쓰면 되니 그걸로 충분한 모양이죠. 종편 입장에서는 굳이 돈 들일 필요가 없이 싸게 뉴스를 만드는 겁니다. 금준경 기자 기사입니다.


4.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의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짜 밥과 술은 일상이고 출입처에서 들고 오는 온갖 선물, “내 돈 주고 핸드폰 산 적 없다고 말하는 기자들도 많죠. 촌지와 성 접대도 횡행합니다. 이런 건 드러내놓고 주고 받는 거지만 좀 더 은밀한 거래도 많죠. 기사를 쓰거나 쓰지 않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거나 주식을 헐값에 넘겨 받거나 하는 부당한 거래는 김영란법 이전에도 명백한 범죄였습니다. 강성원 정철운 기자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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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JE&MKBS가 자회사로 제작사를 만든다는 소식에 독립제작사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건 외주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죠. 외주제작 비율 규정도 완화됐고요. 돈 되는 건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내 코가 석 자라는 지상파들 입장도 언뜻 이해는 되지만 독립제작사들은 던진 돌에 맞아 죽을 지경입니다. 금준경 차현아 기자의 기사입니다.


6. 장슬기 기자의 스토리펀딩 반민특위 시리즈 2회는 보수 진영에서 국부라고 높여 부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패악질을 살펴봤습니다. “현직에 있는 사람(친일파)을 처단하면 혼란이 온다고도 했군요. 반민특위법이 시행되던 날 체육관에서 반공국민대회를 열기도 했고요. “검찰과 경찰이 동요하고 있으니 정돈이 된 다음에 처단하자고도 했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아직까지 처단을 못했죠. 그러니 이런 사람이 국부 대접을 받고 있는 거고요.


7. 정의당은 요즘 탈당 러시군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넥슨 성우 교체 파문에 대한 반발이 컸습니다. 오죽하면 더불어정의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까요. 스타급 정치인 일부에게 매달리는 정작 진보 콘텐츠가 없는 진보 정당의 한계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특히 이번 사태에서 보면 젠더 감수성이 진보 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란 비판도 거셉니다. 정민경 기자가 탈당한 당원을 인터뷰했는데요. “차라리 남성 노동자들의 당이라고 천명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메갈리아 싫다고 떠나는 당원들이 아쉽다는 정의당을 떠난다는 게 이 분의 탈당 이유입니다. 계속 아쉬워만 하겠죠.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말이죠.


8. 13면 전면을 털어 게재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의 인터뷰도 재미있습니다. 선형 미디어 시대가 끝나고 분산 플랫폼의 시대가 됐습니다. 독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도 천차만별입니다. 기존의 문법과 기존의 유통 채널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죠. 그런데도 대부분 언론사들이 하던대로 완제품 패키지 형태의 뉴스 서비스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떠나고 있고 돈도 떠나고 있는데 말이죠. 강 대표의 해법은 권력을 버리고 조직을 재편하라는 겁니다. 당신들은 곧 떠나겠지만 이제 새로운 독자들을 붙잡을 새로운 콘텐츠와 새로운 포맷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왜 젊은 기자들을 낡은 DNA에 강제로 옭아매느냐는 겁니다. 윗 분들에게 읽으라고 권하면 좋을 인터뷰입니다.


8-1. 유느님보다 더 인기가 좋다는 도티님의 인터뷰도 같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왜 젊은 것들은 뉴스를 읽지 않느냐고 한탄하지 말고요. 원래 안 읽었죠.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에 모바일 네이티브인 이 친구들이 30대가 될 때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겁니다. 도티님처럼 모르면 공부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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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가영 기자는 이 땡볕에 삼성 본관 앞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 봤습니다. 온갖 억울한 분들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몇 년씩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맞은 편에서 집시법 개정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은 수상합니다. 삼성에서 동원한 알바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요. 경비들에게 물어보면 삼성물산 직원이라고 하고요. 직원이라고 해도 문제고 직원이 아니라고 하면 더 문제군요. 이재용 부회장 차가 들어온다고 개 끌 듯이 질질 끌려갔다는 분들도 있는데 정작 이 직원인지 알바인지 하는 분들은 내버려 두는 것도 신기합니다. , 직원이라고요. 삼성 연봉에 이런 거 시키기는 좀 아깝지 않을까요.


10. 그밖의 기사들. KBS는 자기들이 30억원을 투자한 인천상륙작전을 노골적으로 띄우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무려 35건의 기사를 쏟아냈군요. / 조선일보가 만든 통일나눔펀드에 2232억원이나 모였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정작 이 돈을 어디에 쓴다는 것인지 정말 미스터리하군요. 탈북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거나 대학생들과 함께 휴전선 걷기 행사를 한다거나 중국 조선족 학교에 도서관을 짓는다거나 다 의미 있는 일 같긴 한데 이걸 굳이 국민 모금으로 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통일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고요. /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래저래 울상입니다. 4년만의 올림픽인데 광고도 시청률도 형편 없군요. 새벽 중계 탓도 있지만 지상파 영향력이 줄기도 했고 국가주의가 쇠퇴한 때문이기도 하겠죠. / 아이들의 꿈의 산소탱크라고 불렸던 소년한국일보가 문 닫을 상황이라고 합니다. 직원이 45명에서 11명으로 줄었고요. 직원들 월급도 안 나올 판인데 장재국 대표는 가지급금에 운전기사 월급까지 빼갔군요. 한때 초등학교에서 우유급식하듯이 신문을 반강제적으로 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금지되면서 판매가 급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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