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심사, 이대로는 안 된다.
8월17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63호입니다.
1.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가 시작됐는데요. 익히 예상하다시피 하거나 말거나 이런 분위기입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떨어뜨릴 거냐는 거죠. 모호한 기준에 고무줄 잣대, 심지어 종편 퇴출을 외치던 최민희 전 의원 같은 사람들도 종편에 출연하는 마당이니 할 말 다했죠. 방통위도 미방위도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막무가내겠죠. 종합편성은 말 뿐이고 종일편파라 종편이란 이야기도 나오고요. 집권 연장을 노리는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종편의 눈치를 보는 상황입니다. 금준경 차현아 기자의 기사입니다.
2. ‘사드 배치 지지 국민연대’라는 단체에 공영방송 이사들이 대거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군요. KBS 강규형·조우석·차기환 이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권혁철 이사, EBS 조형곤 이사 등인데요.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게 그런 사람들인 줄 알고 앉혀놨기 때문이죠. 김도연 기자가 전화를 돌려 봤더니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놓고 이사회 들어가면 편파 보도 어쩌고 하면서 소신을 관철시키려 하겠죠.
3. 올림픽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데 올해는 특히 성차별 보도가 논란입니다. 미녀스타 어쩌고저쩌고 육감적 몸매라느니, 흑인 여성은 흑진주, 결혼 안 하면 처녀 출전, 결혼하면 엄마의 투혼… 이런 표현,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합니다. 여성이 잘 하면 굳이 ‘여자 펠프스’ ‘여자 우사인 볼트’라고 붙이는 것도 어색하죠. 김선희 대학생 명예기자가 썼습니다.
4. 이기범 민언련 정책위원의 기고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갑을오토텍, 용인정신병원, 김포공항, 언론의 관심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올림픽이 끝나면 뉴스가 관심을 가져줄까요?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이란 노래에 이런 대목이 있죠. “밤에 보는 텔레비전도 남의 나라 세상 /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 나와.”
5. 손가영 기자와 정민경 기자는 이 폭염 속에 목숨을 걸고 노숙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양동이로 물을 뒤집어 쓰면서 이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고창규씨는 “산으로 온 4대강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설악산이 뚫리면 백두대간이 모두 뚫린다”고 보기 때문에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는 거죠.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은 천막은커녕 파라솔도 없이 땡볕을 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2년째 여름을 길에서 나고 있고요.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닭장차들이 내뿜는 공회전 배기가스를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사과를 끌어냈다는 거죠. 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발언과 관련, 공식 사과를 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6. 이번호부터 탈시설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상에 도사린 감금과 배제의 이데올로기, 처음에는 한센병 환자를 격리했고(소록도) 가난한 사람들이나 부랑자들을 격리할 때도(형제복지원과 삼청교육대) 있었고요. 이영남 한신대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격리하는 수용시설의 희생자가 다음은 당신 차례일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발바닥행동의 최재민 활동가는 한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추적하면서 이게 단순히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자유가 거세된 은폐된 공간에서 필연적으로 인권 유린이 만연할 수밖에 없죠. 같은 돈이면 사회로 나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훨씬 더 세금을 의미있게 쓰는 길입니다.
7. 청산하지 못한 과거, 반민특위의 재구성 시리즈 3회는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의 아들 김정육씨 인터뷰입니다. 살살하라는 지시를 듣지 않자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총든 군인들을 대동하고 한밤중에 찾아와 감투를 제안했다고 하죠. 결국 반민특위는 해체됐고 김 위원장은 납북돼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김정육씨 등 가족들은 연좌제에 걸려 변변한 직업도 찾지 못하고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고요. 독립운동가의 후손 10명 중 6명은 무직에 고졸 이하 저소득층이라는 통계를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기사입니다.
8. 조선일보가 잡앤, 매일경제가 여행+라는 네이버 모바일 섹션을 하청 받아 운영하고 있죠. 한겨레도 뛰어들었습니다. 이름은 씨네플레이. 문화부 기자였던 서정민 기자가 대표를 맡게 됐군요. 포털에 하청 들어간 것 아니냐 물으니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모바일 교두보라고 설명합니다. 포털에서 독립은 하나마나한 이야기고 상생을 할 수 있으면 해야겠죠. 네이버에게도 자체 역량 이상의 퀄리티를 끌어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거고요.
9. 김영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여전히 해외 출장의 기준을 두고 말이 많군요. 강성원 기자가 정리했는데요. 통상적인 범위와 일률적인 경우만 합법입니다. 일부 기자들만 뽑아 항공권 등 수백만원 상당의 경비를 지원하는 건 법 위반이라는 거죠. 모호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가능했던 게 이제 안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출입기자가 500명인데 다 데리고 가야 되느냐는 말도 나오는데요. 그게 아니라면 불법입니다. 자비로 가고 일부 편의만 제공하는 수준에서는 가능하겠지만요.
10. 그밖의 기사들. 이번주는 미디어 관련 기사가 많지 않군요. 방통심의위가 사드 반대 관련 글을 무더기로 삭제했는데 노조에서 반대 성명을 냈군요. “‘목적’과 ‘진실성’ 여부마저 묻지 않는 현행 심의규정은 ‘위축효과’를 넘어 마치 전체주의 사회에 사는 것과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입니다.
조선일보의 조페지기, 저질 드립이 문제가 아니라 혐오와 차별 발언이 정도가 거의 범죄 수준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조선일보 브랜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좋아요가 늘어나니 내부에서는 독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말 위험해 보이는군요.
보수논객이란 표현조차 애매하지만 변희재씨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소송이라기 보다는 합의금 장사라는 비판도 많은데요. 담당 변호사가 강용석씨군요. 실제로 소송까지 가지도 않고 100만원씩 합의금을 뜯어낸다고 하는데요. “공인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불법행위가 되는 법 제도 자체가 문제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는 인천상륙작전에 평점을 낮게 주는 평론가들을 비판하라는 취재 지시에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위를 열 거라고 하죠. 익명으로 한 기자가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지시거부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차마 그런 리포트를 만들 수가 없었다”는 거죠.
“그런 염치없는 보도를 하면 그 사람은 바보 취급당하겠죠. 여기저기서 가리키며 수근댈 거예요. 그 수모, 대신 당해줄 거 아니잖아요.…자기 이름 달고 그런 기사 나가면 당장 친구들이 전화와서 놀리는 걸 더 싫어해요. 너 그런 사람 아닌 줄 알았는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생각이 달라요. 잘 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 부끄럽기 싫어서 그래요. 이해 못하시겠죠? 그걸 이해해주세요.” 한국 언론이 이 정도 수준까지 왔습니다. 징계위는 22일에 열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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