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고위급 간부 수사, ‘보이지 않는 손’ 작동하나.
8월24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64호입니다.
1. 조선일보가 한겨레 보다 과격하게 우병우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요. 첫째, MBC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고 보도했죠. 그 언론사가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둘째, 대우조선해양 수사 과정에서 유력 언론인 A씨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드러났다고 몇몇 언론이 보도했죠. 그 A씨가 바로 조선일보의 고위급 간부입니다. 둘 다 미디어오늘 단독 보도였는데요. 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부패 기득권 세력” 어쩌고 했던 게 바로 조선일보였던 겁니다. 조선일보의 내부 정보가 청와대로 줄줄 새고 있고 또 한방에 날릴 수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1. 세 번째 포인트가 또 있죠. 검찰이 우병우 차량 조회를 한 경찰관과 한 언론사 기자를 불구속 입건했는데요. 그 기자가 바로 조선일보 기자입니다. 불법 차량 조회는 물론 불법이지만 기자까지 입건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분명한 건 조선일보가 끈질기게 우병우의 뒤를 캐고 있고 우병우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2.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조선일보 기자들을 인터뷰 해봤더니 “우리가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라며 격분하는 분위기입니다. 쟁점이 우병우인데 청와대가 물타기를 한다는 거죠. A씨의 의혹은 따로 규명+해소해야 하겠습니다만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 흘려서 간을 보는 건 곤란하죠.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전면전처럼 보이지만 청와대가 굉장히 위험한 무리수를 두고 있군요.
3. 우리도 선진국이 된 걸까요? 올림픽 시청률이 역대 최저 수준이군요. 새벽에 주요 경기가 몰리는 시차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올림픽에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32% 수준, 2012년 런던 올림픽은 23.1%였는데 이번에는 한 자리수에 그칠 거라고 합니다. 중계권료만 440억원인데 광고수입은 200억원 수준이라고 하니, ‘반타작’도 못했군요.
4. 기자들이 박수를 받는 건 폭탄주를 ‘원샷’할 때 뿐이라고 하죠. 욕 먹는 게 일인데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과연 기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겁니다. 권력자들에게 박수를 받고 훈장을 받는 언론인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도연 기자가 역대 훈장 서훈 목록에서 언론인들만 뽑아봤습니다. 이원홍과 허문도, 이진희, 최세경, 홍진모 등 독재 정권에 ‘부역’했던 언론인들이 훈장을 꿰어찼군요. 이들의 부끄러운 이름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이번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5. 정부광고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데요. 정철운 기자는 이 법이 김영란법보다 언론판을 더 크게 흔들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협찬이나 후원 명목으로 돈 받고 기사 쓰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김영란법은 이런 것까지 다루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광고는 물론이고 협찬까지 언론재단을 통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거래할 것을 규정하는 겁니다. 위반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벌금을 매기고요.
6. 차현아 기자는 알쏭달쏭한 소셜 네트워크 저작권을 살펴봤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공짜로 떠 있는 것 같지만 퍼가는 건 일단 불법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려 받아서 다시 업로드 하는 건 불법이고 공유하는 건 합법입니다. 공유도 공유 버튼을 눌러서 공유하거나 유튜브의 경우 태그를 긁어다 임베디드 형태로 공유하는 것만 합법입니다. 심지어 한겨레에서 운영하는 뉴스뱅의 경우도 불펌이 많군요. 썸네일의 경우도 링크 목적의 경우는 합법이지만 본문에 없는 이미지를 낚시 용도로 불펌해서 쓴다면 불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확인하시죠.
7. 이번 주는 손가영 기자가 아마 가장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극한 알바’로 꼽히는 밤샘 상하차 물류센터에서 르포 취재를 했는데요.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12시간 일하는데 휴식시간은 30분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일당은 9만∼10만원으로 당일 지급되고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만 그나마 부분 체불이 많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든지 처음 온 사람들은 일하다 도망가는 경우도 많고요. 중간에 그만두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적용할 정도라고 합니다. 냉방은커녕 땀을 줄줄 흘리느라 소변도 안 마렵다고 합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된 느낌이라고도 하고 오죽하면 노동 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싶습니다. 생수병 6개들이 수백 개를 나른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군요.
8. 장슬기 기자는 제약회사들의 약값 부풀리기 실태를 제보 취재했습니다. 복제약의 경우 원료 단계에서부터 만들면 약값의 90∼100%까지 약가를 인정받는데 원료의약품을 수입해서 만드는 경우는 53.6% 밖에 못받는 구조인데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경우 원료의약품을 밀수해서 원료 단계부터 만든다고 거짓으로 보고서를 냈고 드러난 것만 53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내부 고발자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가 밝혀진 건데 실제로 다른 약품과 다른 제약회사들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감안하면 수천억원 이상 건강보험 재정이 새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9. 표창원 의원이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아동학대 사건보도에서 계모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눈길을 끕니다. 범죄 사실을 지나치게 자세히 부각하거나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문제지만 ‘계모의 악마화’는 오래된 편견이고 실제로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런 인식을 조장해서는 곤란합니다. 금준경 기자의 기사입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공무원과 중고등학생들까지 동원해서 수천억원을 끌어모은 조선일보 통일나눔재단이 이번에는 550만원짜리 금메달을 판매하고 있군요. 조폐공사에서 찍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용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KBS 기자들이 13년 만에 총회를 열었는데요. “성주 사드배치 보도에서 ‘외부세력’ 프레임을 거부한 게 그나마 무너져가는 KBS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없는 외부세력을 있는 것처럼 쓸 수 없었다는 건데요. 그만큼 일상적으로 윗선의 보도 개입과 부당한 지시가 계속되고 있다는 거죠. / KBS만 그런 게 아니군요. 기업은행 출신의 YTN 사장이 “한일관계 악화 안 된다”며 위안부 보도에 부당한 지시를 내려서 논란이 됐습니다. / 정권 차원의 부당한 보도개입에 맞서 방통위의 직접개입을 강화하는 방송법 개정안도 준비 중인데 본질적인 해법이 될까요?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악용될 우려도 있을 것 같고요.
25일과 26일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컨퍼런스에 등록한 모든 분들에게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쓰고 인물과사상사가 출판하는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선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