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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065호.

송희영으로 우병우를 덮을 순 없다.

by 이정환

831일 아침 발행될 미디어오늘 1065호입니다.


1. 이번호는 스토리텔링의 진화특별판이 됐군요. 5개면에 걸쳐서 컨퍼런스 특집 기사로 채웠습니다. 현장에서 나왔던 빛나는 인사이트를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맛보기로 읽거나 복습 차원에서 읽기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참석자분들에게는 별도로 전자책(E-book)을 만들어서 공개할 계획입니다.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는 오는 10월 심화+앵콜 컨퍼런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 이번주 최대 이슈는 역시 우병우와 송희영입니다. 대우조선해양에 럭셔리 향응을 받은 유력 언론인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란 걸 김진태 의원이 폭로했습니다. 조선일보에 맞장 뜨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거의 처음인 데다 어디에서 자료를 확보했는지도 의문이긴 합니다만, 김진태 의원이 우병우 살리기에 앞장서는 모양새군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병우를 건들면 너희가 먼저 날아간다. 조선일보도 쉽게 물러설 것 같지는 않은데요.


3. 이건 고질적인 프레임 전환 수법입니다. 국정원이 이슈가 되면 채동욱 혼외자식을 터뜨리고 우병우가 이슈가 되니 이석수를 터뜨렸다 안 되니 이제 송희영을 터뜨린 거죠. 송희영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울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언론도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군요. 송희영이 아무리 유력 언론인이라고는 하나 애초에 우병우와는 급이 다르기도 하고. 송희영은 사표를 썼는데 우병우가 버티는 건 뭔가 모양 빠지는 일이기도 하고요. 우병우가 사실상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설, 그리고 박 대통령의 민감한 정보들을 쥐고 있어서 내치지 못하고 있다는 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이 당장 내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재진 기자의 기사입니다.


3-1. 조중동도 미묘하게 엇갈립니다. 동아일보는 “‘음모정치의 그림자 어른거린다고 했고요. 중앙일보는 청와대 권력 장막 뒤에서 벌어진 해괴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비판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아직은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박근혜 정부는 1년 남짓 남았다는 거죠. 실제로는 올해 말이 지나면 급격히 무너질 텐데요. 조중동은 그걸 잘 알고 있고요.


4. 언론노조 운동 30년을 반성하는 토론회가 열렸군요. 완전 적나라한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이슈 파이팅, 정작 비정규직 이슈는 관심도 없었고 대부분 언론사에서 노조가 유명무실하거나 없는 데도 많고 뉴미디어 관련해서는 손도 못댔죠. 언론노조는 여전히 조중동 폐간을 외치고 있고요. 언론운동이 아니라 자사 이기주의만 넘쳐납니다. 정철운 기자가 썼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군요. “슬프지만 인정하자. 2012년 촛불을 들고 MBC 앞에 모였던 시민들은 이제 없다.”


5. 스토리펀딩 시리즈, 청산되지 못한 과거, 반민특위의 재구성 4회는 반민특위 기록에 등장하는 친일파들의 해괴한 논리를 조목조목 분석해 봤습니다. “대한민국에 있어 친일파를 처벌하는 것과, 국가를 파괴 전복하려는 공산도배들의 숙정 중 어느 것이 더 급한가”, 이딴 주장이 먹혀들었다는 게 놀랍군요. 친일파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독립운동가가 빨갱이 또는 국가전복세력으로 매도되면서 반민특위가 해산됐죠. 서울시경 사찰 분실장을 역임했던 김호익이란 자는 민족과 나라의 앞날을 생각할 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어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군요.


6. 올해가 보도지침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김주언 기자의 말이 사무칩니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도지침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어 참담하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는지 과감하게 선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7.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페이스북에 연봉 이상을 까먹었다고 썼던데요. 메갈리아 기사를 쓴 이후로 구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건 사실입니다. 잘 쓴 기사지만 보기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있고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렇지만 시사인이 이럴 줄 몰랐다는 반응이 이렇게 세력 과시로 나타나는 건 정말 놀랍습니다. 우려스럽기도 하고요. 독자는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는 기사를 써야 할 때도 있죠. 고재규 편집국장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당장의 위기는 허리띠를 졸라매 극복할 수 있지만 당장 후배들이 기획안을 낼 때 자기검열을 할까봐, 그것이 가장 걱정이다.”


8.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보도는 333건이었습니다. 이정현 녹취록 보도는 635건이고요. 그런데 박유천 성폭행 보도는 3034건이나 됩니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이 공적인물의 범죄 혐의 보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연예인 이슈가 그만큼 팔리기 때문이겠지만 권력자에 대한 위축효과가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공적 인물(이건희)’공개된 인물(박유천)’을 구별하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오히려 공개된 인물의 프라이버시를 더 보호해야 하고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은 좀 더 자유로워야 한다는 거죠. 정민경 기자의 기사입니다.


9. KBS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별점을 너무 낮게 준다며 평론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라고 지시했다가 기자가 이를 거부하자 징계를 때렸습니다. 관련해서 참고할 건 MBC가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리포트를 쓴 기자에게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고 통보했다가 항의하자 인사 평점에서 불이익을 줬는데 이게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징계든 인사든 할 수는 있지만 맘대로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겠죠.


10. 그밖의 기사들. 조윤선 기사가 바뀌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직 장관 취임 전인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마사지를 하고 있군요. / 내일부터 세월호 3차 청문회가 열립니다. 언론 보도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거라고 합니다. / 노종면 앵커가 국민TV에 다시 합류합니다. 국민TV 방송정책TF 단장으로 비상근 보도데스크를 겸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OBS는 또 정리해고를 하는군요. 재허가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방통위가 과징금을 때렸는데 재정위기를 감안해서 많이 깎아줬다고도 합니다. / AP통신이 삼성전자의 집단 직업병 이슈를 무려 8개월 동안 취재해서 내보냈습니다. 해외에서 인용도 많이 하고 전재 보도한 곳도 많은데요. 국내 언론은 죄다 삼성 해명만 받아 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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