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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066호.

‘1등 신문’의 굴욕

by 이정환

97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66호입니다.


1.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혈투, 결국 조선일보가 물러섰습니다. 보통 레임덕 국면이면 언론의 눈치를 볼 것도 같은데 박 대통령은 워낙 독특한 멘탈의 소유자죠.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다릅니다. 공주님 마인드라 권력을 나눌 생각이 없는 걸까요? 보수 언론도 심기를 건드리면 철저하게 응징합니다. 니 편 내 편도 없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서는 단체 삭발하고 삼보일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하죠. 방상훈 사장이 결국 사과를 했습니다. 아무리 레임덕이라고 해도 맘만 먹으면 세무조사도 할 수 있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언론사가 없을 테니까요. 내년에는 종편 재승인도 있고요. 암튼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죠. 정철운 기자와 이하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 정상근 기자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습니다. 이 싸움 구경의 해설자가 필요했던 모양인데요. 청와대는(아마도 우병우는)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를 내세워서 그것도 연합뉴스를 통해 조선일보를 집요하게 공격했습니다. 결국 우병우는 공세의 필봉을 견뎌냈고 조선일보는 일단 물러섰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하고 있겠죠?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하루만 남아도 보복을 할 사람이라는 말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더 쥐고 있다는 말도 있고요. 미디어오늘 칼럼니스트인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조선일보는 반드시 반격을 한다고 전망했지만 아직은 아닌 모양입니다.


3. 이재진 기자가 뉴데일리 순정우 기자의 상상초월 갑질을 보도했죠. 취재 명목으로 군 부대를 방문해서 훈련 중인 지휘관을 술자리에 불러내는 등 온갖 추태를 부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국방부 기자단이 투표를 통해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온갖 기자 갑질을 취재하고 있지만 이건 정말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대단한 갑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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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월호 3차 청문회가 열렸죠.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해 4월부터 12월까지 유병언 관련 보도가 86000건이나 쏟아졌습니다. 실제로 53일 이후 세월호 보도는 50건 미만으로 줄고 구원파 보도가 400건 이상으로 급증했죠. 유병언은 한국 사회가 좇던 허상이었고 한국 언론이 빠진 함정이었습니다. 구조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심지어 7시간 동안 사라졌다 나타났으면서 유병언을 잡아들이라고 호통을 쳤죠. ‘돼지머리 수사를 해야 한다던 검찰이 27차례나 백브리핑을 했고 언론은 받아쓰기 바빴고요. 김도연 기자의 기사입니다.


5. 그 뿐만이 아닙니다. “구조인력 500명 투입했다는 기사는 사실무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조류 때문에 겨우 2명 밖에 못 들어갔죠.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했다 하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숫자를 부풀린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식당칸 공기주입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거짓말로 확인됐습니다. 해경은 청와대에 전송할 영상 촬영에 더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유가족의 말이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합니다. “조명탄 한 방 터트리는 데 언론에 크게 났다. 대대적으로 정부에서 애써서 구조하는 모습처럼 나왔다. 가족들이 애가 타서 더 터트려달라고 하자 해경은 조명탄이 없다고 구해와야 한다고 했다.” 조윤호 기자의 기사입니다.


6. 이번 세월호 청문회에 MBCKBS 카메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송은 내보내지 않았죠. 대신 교통방송 TBS가 현장에서 생중계를 했습니다. 오죽하면 교통방송이 나섰을까 싶은데 말이죠. 며칠 전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도 생중계는 없었습니다. 그 시간에 뭐 엄청나게 대단한 다른 걸 내보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올해 2월 필리버스터 때도 방송을 보이콧했었죠. 하품나는 청와대 규제개혁 회의나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같은 건 생중계 하면서 말이죠. 국민들이 세월호 청문회를 유튜브에서 찾아봐야 하는 답답한 현실, 이하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7. 금준경 기자는 방송통신 분야 국정감사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일단 창조경제의 중추 역할을 할 거라던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체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창조경제가 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죠. 박 대통령이 충성스런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중간광고를 선물로 던졌는데요. 이게 국회 통과가 관건이기도 합니다. 종편 특혜를 철회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는 의원들도 많죠. 단통법도 최대 쟁점입니다. 미방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지금 여나 야나 보도자료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보도자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획국감이 아니라 통계 가공을 통해 질의하는 통계국감이 될 것이다.”


8. 장슬기 기자의 스토리펀딩 연재, 반민특위의 재구성. 이번 회는 정말 울컥하게 됩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김주열 열사. 주먹을 꼭 쥔 시신이 바다에서 떠올랐는데 시신을 바다에 갖다 버린 경찰이 박종표란 놈입니다. 일본 헌병대에 근무하면서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고문했다고 시인하기도 했죠. 반민특위에 체포됐으나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해체하면서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이런 반민족행위자들이 해방 이후에도 경찰이라고 행세하고 다니고 아무런 처벌도 못했던 게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9.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공개사과를 했죠. 김 전 대표는 사실 문화일보 등의 보도를 보고 말했던 건데요. 문화일보 보도가 정말 묘합니다. “전날 모 언론 기사에 자세히 보도된 내용을 보고 이를 기초로 한 것인데라는 김 전 대표의 말을 전하면서 오히려 훈계를 합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는 거죠. 심지어 언어는 마음의 거울이기에, 말실수는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평소에 사람 관계나 제도, 관습 등에 의해 억압된 생각이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해석도 곁들였군요.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의 카드뉴스로 만나보세요.


10. 그밖의 기사들.


중앙일보는 논설위원들이 먼저 나서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자협회가 주최한 저널리즘 컨퍼런스의 결론은 꼰대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국장은 믿고 맡기는 선배들과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디지털팀을 따로 둔 게 아니라 조직 전체를 디지털 퍼스트 조직으로 개편한 시도가 돋보입니다. 독자 분석도 시작했고요.


부산일보가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남항대교를 통과하는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사전에 부산시나 경찰과 협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일단 참가자부터 모아놓고 통보만 할 생각이었던 걸까요? 끔찍한 교통대란이 벌어질 텐데, 무슨 배짱일까요?


우리가 궁금한 건 클릭이 아니라 코인이다.” MCN이 뜬다고 하지만 아직 돈은 안 되는 모양입니다. 옥수수와 카카오가 만든 통메모리즈는 웹툰 모델을 차용해 초반부를 무료로 풀고 더 보려면 유료 결제를 하도록 했습니다. 벌써 500만 조회수라고 하는데요. 그래도 아직 손익분기점에는 이르지 못한 모양입니다.


MBC가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또 졌습니다. 무려 5000만원을 걸었는데요. 법원이 미디어오늘의 비판이 정당하고 MBC의 당시 보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의 다음 대목은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 보장은 타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


다음주는 추석 연휴로 지면 발행을 한 주 쉽니다. 물론 온라인은 계속 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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