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조선의 싸움, 7월부터 시작됐다.
9월21일 발행될 미디어오늘 1067호입니다.
1. 오늘 한겨레가 최순실이 전경련이 288억원을 출연한 K스포츠에 이사장을 꽂았다고 보도했죠. 그런데 K스포츠 관련 의혹은 이미 지난 7월부터 TV조선이 줄기차게 보도했던 사안입니다. 그때만 해도 다른 언론이 덤덤했는데 한겨레가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낸 것이죠.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갈등이 우병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이미 4월 총선 이후 조선일보가 박근혜를 버렸다는 관측도 나돌고요. 청와대가 송희영의 뒤를 캔 것도 조선일보가 감히 절대지존의 측근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박관천 전 행정관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죠.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이죠. 이하늬 기자의 기사입니다.
2. 홍석현 대망론이 종종 흘러나오는데요. 보수와 진보, 중앙일보와 JTBC의 양 날개를 달고 있기도 하고 통일에 대한 철학이나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갖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흘리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언론 바닥에서나 이름이 있을 뿐 대중적 인지도도 낮고 주미 대사 1년 말고는 행정이나 정치 경험도 없죠. 삼성 떡값 배달 사건도 발목을 잡을 거고요. 때가 어느 땐데 우리 국민들이 삼성가의 사위를 대통령으로 맞겠습니까. 다만 킹메이커로서 역할은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또는 그런 역할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정철운 기자의 분석입니다.
3. 세월호 특조위가 강제 해산 직전인데요. 특조위가 손만 대고 풀지 못한 과제 가운데 전원 구조 오보가 있었죠. 구조는 10시20분이 마지막이었고 배는 10시31분에 완전히 뒤집어 졌는데 방송사들은 계속해서 전원 이탈,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냅니다. 추적해 본 결과 연합뉴스가 최초 보도하고 KBS와 MBC, SBS 등이 그대로 받아쓰기 했을 가능성이 큰데요. 연합뉴스는 누구에게 거짓 정보를 들은 걸까요. 조아무개 기자는 취재원 보호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정황을 밝히지 않았고 강제력이 없는 특조위 조사는 중단됐습니다. 당시 현장 상황을 복기해 보면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4.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KBS는 드라마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국가안전처의 문자 발송이 늦은 것도 논란이 됐지만 명색이 수신료로 운영되는 재난주관 방송이 정작 재난 상황에 제때 대처를 못한 거죠. 1주일 뒤 4.5의 여진이 발생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원전 안전 이상 없다”는 반복되는 보도입니다. 어떻게 이상이 없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언제까지 더 보고 들어야 하는 겁니까.
5. 장슬기 기자의 스토리펀딩, 청산되지 못한 과거, 반민특위 시리즈 마지막회는 반복되는 비극을 다룹니다. 일제에 부역했던 검사와 경찰들이 해방 이후 친일파 정권과 결탁해 빨갱이를 때려잡는다며 반민특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시리즈에서 계속 보도했었죠. 좌익색출이라는 게 인민군들에게 끌려갔던 젊은이들이나 밥 한 끼 해줬던 촌로들까지 모두 빨갱이로 몰아 무자비하게 처형을 했습니다. 공산당 1명에 무고한 양민 10명이 희생되는 꼴이었다고 하죠. 노덕술이 박처원이 되고 다시 이근안이 되고 독재정권이 친일의 폐습을 끌어안고 정권을 겨우 지켜왔던 게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었습니다.
6. 손가영 기자는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다녀왔습니다. 원청일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하죠.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망치질 한 번에도 목숨이 오가는 무시무시한 작업 현장, 안전 수칙이나 장비는 있으나 마나 위험해서 못하겠다고 하면 다음날 바로 나오지 말란 소리를 듣는다고 하죠. “‘다치지 말라’고 말하는 건 외나무다리 뛰어가라며 떨어지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7. 지금 국회에는 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기업 대관 담당자들이 득실득실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 이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박용진 의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관팀 보내지 말고 직접 국민들게 해명하세요.” 새누리당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논의조차 피하고 있습니다.
8. 크레딧잡이란 사이트가 화제가 됐었죠. 국민연금 납입 보험료 데이터를 분석해서 주요 기업들 연봉을 분석하는 서비스인데요. 이게 국민연금 소득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봉 5500만원 이상은 같게 잡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신규 입사자 연봉은 비교적 정확한데요. 주요 언론사들을 죽 뽑아보니 SBS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SBS가 5198만원이고요. YTN 4375만원, KBS) 4223만원 순입니다. 신문 중에서는 내일신문 4140만원, 조선일보 4033만원, 중앙일보 3982만원, 동아일보 3896만원 순이네요. 신규 입사자가 가장 많은 곳은 중앙일보, 퇴사자가 가장 많은 곳은 뉴스1과 뉴시스로 나타났습니다.
9. 뉴욕타임스가 한국 언론이 국정원이 은밀하게 건네주는 정보를 받아쓰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정보로서 신뢰도 떨어진다고 말이죠. 정작 영화 자백 관련해서 질의를 했더니 답변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가 9명이죠.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이사들이 34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녀왔군요. 11억6000만원을 썼습니다. MBC가 정수장학회에 30억원씩 기부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정작 공영방송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아주경제라는 신문은 이번 추석 연휴에 부수 확장을 못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안 줘서 논란입니다. 쪼잔하다는 반응입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 KBS에서 갑자기 출연 정지를 당해 논란이었죠. 윗선의 누군가가 불편해 했다는 게 알려진 팩트고요. 공식 입장은 KBS와 견해가 달라서라고 합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TBS 라디오에 나옵니다. 레임덕의 신호일까요? 사실 TBS는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논조가 확 바뀝니다.
조중동이 상지대 사학비리 보도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있군요. 사주들이 사학들과 직간적접인 혈연 관계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9면에는 김영란법 해설 완결판이 있습니다. 기사를 써달라는 청탁 또는 내려달라는 청탁은 그 자체로 부정청탁은 아니라고 하고요. 언론사 내부 행사에 경품을 협찬 받는 것도 불법입니다. 해외 출장과 기자간담회, 송년회 선물 등도 특정 언론사만 찍어서 제공한다면 불법입니다. 찝찝하면 거절하고 N분의 1로 더치페이하는 게 답이죠. 1차와 2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도 합산 집계됩니다. 14면에 알기 쉽게 카드뉴스도 준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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