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환 Oct 18. 2016

미디어오늘 1071호.

#그래서 최순실은? 질문을 잃은 KBS와 MBC.

10월19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1호입니다.

1. 지난 한 달 동안 MBC는 최순실 관련 보도가 5건 밖에 안 됩니다. 그나마도 MBC 기사만 보면 최순실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JTBC가 하루에 10건 이상의 기사를 쏟아내는 것과 비교해 보면 공영방송이 얼마나 정권의 눈치를 보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KBS나 SBS도 다를 게 없습니다. 각각 6건, 8건씩인데 KBS는 그나마 제목에 최순실이란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한 건도 없군요.

1-1. 그럼 뭐하나 봤더니 종편은 아직까지 줄창 김제동을 울궈먹고 있습니다. 김제동이 군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건데요. 정작 국감에 출석하겠다는데도 부르지 않고 있죠. 지난 6일부터 4일 동안 종편 시사프로그램 67편 가운데 37편이 김제동이 소재였습니다. 황태순이란 평론가는 김제동을 “친노 그룹에 좀 앞에 나서는 최고 프로파간다”라고 했군요.

2. 광고 영업하는 기자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인데요. 심지어 광고 금액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주는 곳도 있고요. 이게 김영란법 위반이란 권익위 유권해석이 있었는데 신문협회가 반발하자 입장을 바꾼 모양입니다. 조윤호 기자가 신문협회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이런 내용이 있군요. “(권익위는) 협찬후원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노출되기만 하면 권원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것. 상당 폭 양보한 셈. 짧은 기간 동안에 권익위의 태도가 크게 유연해진 것.” 권익위에 물어보니 입장은 바뀐 게 없고 ‘정당한 권원’이 있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정당한 권원’이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사형 광고도 정당한 권원이 될 수 있을까요? 광고 받고 기사 빼주는 것도 정당한 권원일까요?

2-1. 카카오 스토리펀딩도 쟁점입니다. 크라우드펀딩도 1회 100만원, 년간 300만원으로 제한된다고 하는데요. 언론인도 ‘공직자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여러 가지로 모호한 게 사실입니다. 카카오는 한도액을 넘을 경우 초과액을 환불하도록 하고 향후 아예 초과 펀딩이 안 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강성원 기자의 기사입니다.


3. 지상파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이번 국감의 최대 수확은 중간광고 쟁취일 겁니다. 여야 모두 의원들이 중간광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는데요. 아마 조건부 도입 또는 제한적 도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중간광고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간접광고가 너무 많아서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었죠. 지상파 3사의 협찬 매출이 이미 7748억 원으로 전체 광고매출 3조4736억 원의 4분의 1에 이릅니다.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협찬을 줄이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신문협회는 “박근혜 정부의 지상파 편애가 도를 넘었다”는 성명을 냈군요.




4. 정상근 기자는 요즘 핫한 메디아티의 하루를 취재했습니다. 그야말로 뉴미디어 공장, 넉 달 동안 4000만원을 투자하고 그 안에 성장 곡선을 만들어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 스타일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입니다. 닷페이스가 첫 투자를 받았고 ALT와 디에디트, 코리아익스포제, 히철리즘 등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이럴과 저널리즘의 모호한 경계, 아무도 다루지 않는 주제를 깊이 다룬다는 접근 방식도 새롭습니다. 다만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여전한 고민이고요.

5. 조선일보가 반격할 시점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송희영 주필 퇴출 이후 몸을 사리고 있었는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다시 우병우 특검을 요구하고 있고요. 최순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미르재단 특종도 이미 지난 7월부터 TV조선이 계속 취재하던 사안이었죠. 새누리당 비박계의 지원이 있었을 거라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사실 정권 연장을 해야 하는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박근혜 주변을 챙길 여유가 없겠죠. 우병우가 버티고 있지만 조선일보가 다시 칼을 빼들 거라는 게 정철운 기자의 분석입니다.

6. 사실 최태민에 대한 기록은 많습니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 탈탈 털었었죠. 그때 발언들을 돌아보면 지금 상황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나라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던 분”이라고 했고요. 하지만 “6번 결혼한 줄은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정말 몰랐을까요?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조사했는데 별 일 없었다”고, 이거 많이 들어본 화법이군요.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받았다”, 늘 이런 식으로 넘어가곤 했죠. 김유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7. 요즘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으로 지하철이 늦는 때가 많죠. 2005년 4월25일. 일본에서는 열차 탈선으로 10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열차 시간이 정시에서 2분 늦은 상황이라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안전 보다는 성과를 강요하는 문화가 만든 비극이었다는 게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한국 사회가 겪게 될 일일지도 모르죠. 단순히 귀족 노조의 밥그릇 투쟁으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하늬 기자의 기사입니다.




8. 최승호 PD의 영화 ‘자백’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17일 오후 기준으로 6만3164명. 예매율은 2위인데 상영관을 121개 밖에 못 받았습니다. 어카운턴트라는 영화는 375개 상영관에 관객이 5만5000명 밖에 안 되고요. 이러니 멀티플렉스가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겁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금준경 기자가 최승호 감독을 인터뷰했는데, “MBC 2580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었겠냐”고 합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날뛰지 못했을 거고 최승호 감독이 MBC를 나와 이런 영화를 만들 이유도 없었겠죠. 그래도 이런 영화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9. 흥미로운 기고가 두 편 있습니다.


이정훈님은 최근 MBC에서 방송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이어트 혁명’이란 책을 썼던 로버트 앳킨스는 고혈압을 앓았고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다이어트와 심장병’이란 책을 썼던 스티브 번스는 42세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죽었고요. 케토제닉 수준의 당질제한을 하고 있었고 무제한 지방섭취를 추천했던 사람입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뇌에 갈 포도당이 부족하게 됩니다. 근 손실도 상당하고요. 인슐린이 낮아져서 당뇨에 노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 변비와 치질도 우려되고요. 30년 전에 비해 쌀 소비량은 반으로 줄었는데 당뇨와 심장병 등 성인병은 늘어났죠. 탄수화물이 문제가 아니란 이야깁니다.


김영진 님은 미국 대선에서 왜 TV의 존재감이 사라졌는지 묻습니다. 여전히 TV 토론은 핫하지만 트럼프와 클린턴에게 한 방을 먹인 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였습니다. ‘코드 커터’들이 이미 TV를 보지 않은지 오래 됐고 오디언스의 정치 성향 차이도 벌어지고 있죠. NBC 내부 자료를 워싱턴포스트에 제보하는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조선일보 계열사들이 6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군요. 때가 때인지라 심상치 않습니다.


지역MBC에서 노조가 붙인 백남기 현수막을 철거하라 했다는 소식이 계속 들립니다. 본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걸까요? 정작 본사는 현수막도 내걸지 못할 분위기인데요.


MBC는 김세의 기자의 리포트 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희웅 기자협회장을 심의국으로 발령냈군요. 보복 인사라는 뒷말이 많습니다.


TBS에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이 방송이 방송법 위반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보도 전문 채널이 아니니 교통 정보나 내보내라는 말일까요?


네이버가 광고를 독식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출신 강효상 의원의 자료는 숫자가 다 틀렸군요. 계산 방식도 너무 어설프고요. 네이버가 공짜 뉴스로 2357억원을 벌고 있다는 건데, 정작 전재료 지출은 빠져 있고, 실제로 광고 매출이 있긴 하지만 뉴스 사업으로는 똔똔이거나 마이너스라는 게 업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미디어오늘 후원회원이 되면 따끈따끈한 종이신문을 수요일마다 배달해 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오늘1070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