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다시 '자유언론실천선언'.
10월12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0호입니다.
1. 왜 다시 자유언론실천선언인가. 강산이 네 번 바뀌고 청년들은 백발의 노인들이 됐지만 한국 언론의 현실이 여전히 암울하기 때문이죠. 오는 24일 2차 선언이 예정돼 있습니다. 선언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여전히 언론인들이 깨어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 한국수력원자력이 5년 동안 광고홍보예산을 무려 151억원이나 쏟아부었군요. 집행 내역을 뽑아봤더니 동아일보가 2억6601만원, 조선일보가 2억5322만원, 중앙일보가 2억2845만원 순입니다. 원전 마피아들과 보수 언론의 공생관계라고나 할까요. 한겨레가 1억4594만원, 경향신문도 1억1007만원을 받았군요. 이게 다 세금인데, 그 정도 광고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고 과연 이렇게 광고를 쏟아부으면서 알리려고 한 게 무엇이었는지도 의문입니다. 한국에서 신문사들이 망하지 않는 이유겠죠.
3. 방송사 정정보도를 집계해 봤더니 MBC가 단연 1위입니다. 손해배상도 많고요. 오보도 남발하고 있고 방송 사고도 속출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분명한 건 2012년 파업 이후 기자들이 한 차례 물갈이되면서 콘텐츠가 확 달라졌다는 겁니다. 자세한 내역을 뽑아봤더니 정말 황당무계한 오보가 많습니다. MBC가 3년 동안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로운데요. 신입을 뽑으면 노조에 물이 들까봐 그렇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4. 갤럭시 노트7이 결국 판매 중단에 이어 단종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리콜 충격에도 건재”하다고 썼던 언론 보도가 민망하게 됐죠. “아기가 자는 방에서 갤노트가 폭발했다”는 호소를 대부분 언론사들이 묵살했죠. 교환 제품이었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노골적으로 블랙 컨슈머로 매도하기도 했고요. 결국 미국에서는 갤노트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뜨는 사태가 발생했고 제품의 위기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한국 언론과 외신의 보도는 차이가 컸습니다. 국내 기업이라 심정적으로 감싸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이미 벌어진 사건을 없던 걸로 할 수는 없죠. 정민경 기자가 지난 10여일의 갤노트 기사를 분석해 봤습니다.
5. 조윤호 기자는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정수기도 치워서 마실 물도 없는 곳에서 월급도 못 받는 조사관들이 못다 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특조위의 진상 조사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죄송하다, 이것 밖에 말씀 못 드린다”고 몸을 사렸고요.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조사를 돕기는커녕 방해만 됐고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 등은 조사에 응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자료 요청을 해도 배째라고 나왔고요. 김성훈 조사관은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조사는 다시 시작될 것이고 수십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6. 이재진 기자는 계속 최순실 게이트를 파고 있는데요. 추가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최순실씨 소개로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납품했다는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가 미르재단 이사로 참여했군요. 한복진흥센터에 예산이 집중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의 취향을 국책사업화한 건데요. 정작 김영석씨가 한복 전문가인지는 그쪽 업계에서도 의문이라고들 합니다. 이 정부에서는 최순실과 인연이 닿으면 마구 잘 나가는군요.
7. 정민경 기자와 손가영 기자는 각각 쫓겨나는 자영업자들, 신촌 공씨책방과 서촌 두플라워를 다녀왔습니다. 1세대 헌책방이자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공씨책방은 월세를 두 배로 올려달라더니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요. 두플라워도 임대료를 올려서 계약연장을 했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플라워 신창희씨가 이런 말을 했군요. “(그렇게 싸우는 건)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어야 하는 거더라. 본인이나 가족이 갖는 상처 등을 모두 봤을 때 안에서 불 지르고 죽는 거나 똑같은 일이었다.”
8. 요즘 조선일보가 철도노조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모양입니다. “현대차노조와 철도노조만 끝까지 남아 버티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요. 15개 노조가 참여했죠.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 대상인데 이를 어긴 게 문제죠. 당연히 불법 파업도 아닙니다. 지하철 9호선이 지옥철이 된다는데 당연히 민자 노선인 9호선은 파업 구간이 아닙니다. 기사 이렇게 써도 되는 겁니까. 이하늬 기자가 조목조목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9. 일베의 우상, MBC 김세의 기자의 리포트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기자협회장이 갑자기 심의실로 발령이 났습니다. 심각한 취재 윤리 위반인데 진상조사는커녕 김 기자를 끝까지 감싸겠다는 걸까요.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추가 사례가 또 드러났습니다. 김 기자가 중고 휴대폰을 구입하겠다고 해서 만난 사람을 부품폰 판매상으로 둔갑시켜 버린 거죠. 일부러 골목을 불러 몰카를 찍고 엉뚱한 사람 음성을 입혀서 말이죠. 김 기자의 동료 기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떻게 싱크(sync)를 갖다 붙여도 전혀 반대되는 얘기한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지, 당사자가 뉴스를 보면 뭐라고 할지 너무 황당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강성원 기자가 취재하고 있습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조선일보 기자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군요. 정말 요지경입니다.
KBS 고대영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그야말로 깽판을 쳤군요. 유승희 의원이 김인영 보도본부장에게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 묻자 갑자기 “답변하지 마”라고 제지했고요. 국감이 정회되기도 했습니다. 고대영의 자신감, 그리고 무력한 국회. 임기 말이라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정권 연장이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는 걸까요? KBS가 낙하산 사장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걸까요?
천안함재단에서 황금열쇠를 받은 KBS 사장이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김인규 전 사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말 가지가지했군요.
이른바 이정현-김시곤 녹음파일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던 KBS 정연욱 기자는 인사명령 효력정치 가처분을 받아서 다시 서울 본사로 복귀했군요.
네이버와 다음은 추가 콘텐츠 제휴는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검색 제휴는 늘리고 있지만 돈 주고 콘텐츠를 사는 제휴는 이번에도 한 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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