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보도, 가혹한 보복이 뒤따랐다."
11월16일 아침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5호입니다. 놀라운 뉴스가 많습니다.
1. 사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이미 2년 전 세계일보가 폭로한 정윤회 문건에 대부분 나와 있었던 겁니다. 세계일보는 어떻게 됐나요? 세무조사를 받고 사장과 국장이 잘리고 취재팀은 뿔뿔이 흩어지고 취재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하와이에 있는데 거기까지 전화를 걸어 사장을 자르라고 했다고 하죠. 기자들을 미행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상황이었다고 하죠. 최순실이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무시무시한 인터뷰. 김도연 기자가 조한규 당시 세계일보 사장을 만났습니다.
2. 세계일보도 고군분투했지만 언론의 책임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질문을 받지 않아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실체를 드러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사과 때는 녹화방송에 들러리로 나섰고 지난 4일에는 쭈뼛쭈뼛하며 말 한 마디 못 건네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탔죠. 오늘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질문하지 않는 청와대 출입기자? 그건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3. 미르재단 의혹을 가장 먼저 파헤친 건 TV조선도 한겨레도 아닌 바다 건너에 있는 선데이저널이었죠. 연훈 발행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원조 친박 최경환이 민정수석 최재경을 꽂았고 그 배후에 김기춘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상 면죄부 수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인데요. 최순실이 강남 조직폭력 집단과 연관돼 있으며 검찰이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는 주장도 흥미롭습니다. 선데이저널의 취재력은 충분히 입증된 바 있지만 바다 건너에서 이렇게까지 꿰고 있다는 건 정말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박지만과 육사 37기 동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주장은 약간 황당하게 들리는군요.
4. 100만명이 모였는데 충돌 사고가 없었다는 게 마치 훈장처럼 무용담처럼 이야기되고 있죠. 분명 자랑스러운 일입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잠이 보약이죠”라고 했다는 걸 들으면 선을 넘지 않았던 이런 ‘착한’ 집회가 구중궁궐의 공주님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자칫 유혈 충돌을 빚게 되면 저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광장에 갇힌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조선일보 등이 만든 좋은 집회 프레임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구속을 합리화하는 명분으로 작동하는 게 현실입니다. 장슬기 기자가 조목조목 짚어드립니다.
5. 레임덕이 본격화되자 순장조도 나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리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성명을 내서 “노무현 때라면 우리가 이랬을까?”라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야성을 잃고 자기검열에 빠진 상황”이라는 건데요. 10월25일 상황은 많은 언론사들이 비슷했겠습니다만 “TV조선과 JTBC뉴스를 동시에 틀어놓고 왼쪽과 오른쪽 고개를 돌려가며 내용을 받아쳤던 그날 심정은 정말 비참했다”는 대목은 정말 절절하군요.
6. YTN은 최근까지도 ‘국정농단’이나 ‘국기문란’이란 말을 쓰지 못하게 했다고 하죠. ‘국정개입’으로 통일하라는 지침이 있다가 최순실이 구속된 다음에 해금이 됐다는 건데요. 정작 최순실 구속 사유는 사기죄고 이제 와서 개입이 농단으로 바뀌는 건 아니죠. 그만큼 그동안 눈치를 봤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KBS 노조 간사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청와대는 성역이다. 청와대와 대통령 말씀에 토를 달면 안 되며 그 자체로 성경말씀만큼 신성하고 비판할 수 없다.” MBC는 그나마 아직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12일 촛불집회 보도가 KBS는 19건, SBS는 34건인데 MBC는 8건에 그쳤군요.
7.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언론도 반성을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여론조사가 잘못됐던 게 아니라 언론이 보고 싶은 것만 봤다는 지적이 옳을 겁니다. 지난주 메디아티에서 긴급 토론회가 있었죠. 박상현 이사의 분석이 흥미로웠는데요. “진실을 알려주면 유권자들이 바른 선택을 할 거라는 믿음이 실패했다”는 겁니다. 정작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생각이 없었던 거죠. 김영진님의 기고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두 극우 인종주의자들이라고 볼 수는 없고 차악이 아니라 나름의 최선을 선택한 거라는 거죠. “‘위대한 미국’을 꿈꾸는 유권자의 세 시간은 즐거웠겠지만, ‘현상 유지’를 위해 표를 던지러 간 유권자의 세 시간은 훨씬 고달팠을 것이다.” 4년 전 한국도 비슷했을 거 같습니다만 정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8. MCN 전략가들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금준경 기자가 첫 번째 순서로 이은영 SMC TV 부사장을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 ‘백만 공유 콘텐츠의 비밀’이라는 책을 냈고 ‘뉴스 읽어주는 여자’라는 인터넷 방송을 직접 운영하고 있죠. MCN이 한 때 유행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MCN이 처음에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라는 정의처럼 채널에 크리에이터가 녹아들어갔다면, 그 다음으로는 콘텐츠 중심의 ‘멀티 콘텐츠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이제는 수익성까지 갖춘 ‘멀티 커머스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는 거다.”
9. 정부광고법이 언론사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죠. 지난해 집행된 정부광고가 무려 7000억원, 이 가운데 5700억원만 언론재단을 거쳐 집행됐고 나머지 1300억원 이상이 용처가 없습니다. 정부광고법이 통과되면 간접광고나 협찬, 후원 등이 전면 금지됩니다. 기사형 광고도 당연히 안 되고요. 법 통과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정부와 언론이 어떤 식으로 뒷거래를 해왔는지 정보 공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Cheol Un Jung 기자의 기사입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JTBC 뉴스 시청률이 3주 평균 8.01%를 기록했습니다. 11월8일에는 9.09%까지 치솟기도 했고요. MBN도 4주 평균 3.48%로 거의 SBS에 육박하고 있고요. TV조선이 나름 단독 보도를 쏟아냈는데도 시청률이 1.9% 밖에 안 된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확실히 시청률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시청 패턴이 바뀌었고 영향력도 이동했습니다.
4면에 금준경 기자 기사만 6꼭지가 실렸군요. 별 재미는 없지만 다 주옥같은 중요한 기사들입니다. 빅데이터 활성화에 최순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비식별화가 중요한 쟁점인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책 제언을 하고 미래부 등이 그대로 받아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죠. 오늘 공청회는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무산됐습니다.
지상파 UHD를 결국 내년부터 시행할 모양입니다.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안 돼 있는 상태, 이대로라면 직접 수신 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책은 없고 책임은 지고 싶지 않고 일단 간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이거 터지면 크게 터질 것 같군요.
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수신료를 별도 항목으로 기재한다고 나서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발끈하고 있군요. 밥그릇 싸움이지만 요즘 같아서는 수신료 2500원이 아까워 보입니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더욱 그럴 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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