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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환 Nov 22. 2016

미디어오늘 1076호.

“MBC 로고 떼고 집회 중계, 쪽팔려서 눈물이 났다”

11월23일 아침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6호입니다.

1. 100만명이 촛불을 들었는데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죠. “내가 뭘 잘못했나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5000만이 나와도 내려오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검찰이 어쨌거나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했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탈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쉽게 탄핵을 이야기한다”고 나무랐는데 은근슬쩍 돌아섰습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이죠. 천하의 조선일보도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죠.

2. 버티는 건 이제 이정현‧김진태 같은 친박 순장조와 언론 중에서는 MBC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윗대가리들이나 그렇지 기자들 고충은 말도 못합니다. 현장에서 쫓겨나고 MBC 로고를 가리고 그나마 취재를 해도 제대로 보도도 안 되고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청와데스크라는 비난도 오래 됐죠. 노조가 이런 성명을 냈습니다. “MBC 기자가 MBC 기자임을 밝힐 수 없는 상황, 수십억 원 고가 중계차를 보유하고도 막상 현장엔 투입할 수 없는 현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이런데도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한 카메라 기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말 일할 맛 안 나겠군요.

“인터뷰를 시도하면 ‘배터리 아깝게 왜 찍으려 그러느냐’, ‘JTBC 데려오면 같이 해주겠다’, ‘청와데스크 말고 뉴스데스크에 나가는 거 맞느냐’ 등등 조소와 비아냥만 날아들기가 다반사다. 행여 온전한 내용으로 인터뷰가 시작되더라도 어느새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MBC랑 왜 하냐’는 외침에 애먼 인터뷰이가 민망해지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운 나쁘면 집회 내내 취재진을 쫓아다니며 ‘여기는 MBC 기자들이니 인터뷰하지 말라’고 안내하는 시민들도 만나게 된다.”

이건 다른 사진 기자의 말입니다.

“현장에서 자기만 쫓겨날 때 뒤통수에 꽂히는 동정 어린 시선은 아무리 동종업계 식구들끼리라도 견디기 힘든 수치심이자 모욕이다.”



3. 정민경 기자는 요즘 ‘뉴스룸’ 만큼이나 핫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을 만났습니다. JTBC 내부에서도 손석희 사장과 경쟁 체제라고 하죠. 이번 최순실 게이트 이후 MBC ‘PD수첩’과 KBS ‘추적60분’을 따라잡았습니다. 인터뷰를 읽어보면 확실히 급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달리 ‘스포트라이트’가 아니군요.

“사실 미용시술을 받았던 이력들, 국회의원이었을 때의 이력 아니냐. 그거랑 세월호 7시간이랑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아직 취재되지 않았는데 마치 관련 있는 것처럼 연결하는 것은 ‘시청률 장사’다. 정공법으로 취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탐사보도를 ‘폭로 저널리즘’으로 생각한다. 물론 폭로도 있어야하지만 심층성과 공공성이 더해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심층성이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지금 보여지는 비리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 비리의 뿌리, 원인, 시공간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

4. 의문의 7시간. 결국 ‘그것이 알고 싶다’는 ‘스모킹 건’을 찾지 못했습니다. 프로포폴 남용 의혹도 있지만 정확히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통령이 7시간 동안 14차례나 보고를 받았다는데 그것도 그대로 믿기 어렵죠. 서면 보고라는 게 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고요. 이와 별개로 왜 굳이 대통령 혈액 검사를 외부에서 해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청와대에 상주하고 있는 의료진에게도 알리지 못할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건 당연하죠. 그렇지만 그 7시간과 연결할 마지막 퍼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명한 건 있습니다. 마취 상태였을 수도 있고 그냥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거나 잠을 자고 있었을 수도 있고 서면 보고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에 뭘 했든 분명한 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탄핵 사유라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고요.



5. 지난 8월 숨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됐죠. 최순실 관련 단서들도 있지만 청와대가 집요하게 언론을 관리하고 통제한 정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면종복배라는 표현이 있었는데요. 앞에서는 따르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배신을 때린다는 말이죠. KBS 이사들을 겨냥해서 한 말인데요. 완벽하게 복종할 것을 요구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싶으면 날린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이길영 KBS 이사장 사퇴도 석연치 않았고요. “전사들이 싸우듯이”, 이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이라고 하는데, 방통심의위에도 전사들이 싸우듯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김도연 기자의 기사입니다.

2년 전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세계일보가 소송과 세무조사 압박에 무릎을 꿇었죠. 그게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였다는 것도 이 비망록에 담겨 있습니다.

6. 금준경 기자는 말 많았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의 지난 1년을 돌아봤습니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진입과 퇴출을 외부 전문가 그룹에 맡기겠다고 해서 만든 위원회죠. 그런데 그 위원회가 여기저기 이해 관계자 단체 파견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저마다 밥그릇을 지키려는 사명을 안고 왔으니 규제가 제대로 될 리 없죠. 진입 장벽은 높이고 퇴출은 없는 기득권 카르텔을 강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어뷰징은 좀 줄었다고 하지만 꼼수가 만연합니다. 청와대 외압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7. 또 금준경 기자 기사인데요. MCN 탐방, 두 번째로 SBS 모비딕팀을 만났습니다. 지상파 브랜드 답게 장비가 빵빵합니다. 박재용 팀장은 “짧은 호흡과 후킹, 모바일 문법이 TV에서도 먹힌다”고 말합니다. 너무 각잡고 지상파스럽다는 지적도 있죠. “같은 칼로 요리하는 거고 그릇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모바일 베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TV도 결국 모바일 취향으로 가게 될 거라는 거죠. 숏터뷰 시리즈가 꽤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200만뷰 이상 나온 편도 있었고요. 다만 제작비는 상당할 것 같습니다. 수익 생각하지 않고 지를 수 있는 지상파라 가능한 모험일 텐데, 이렇게 쌓은 노하우가 진입장벽이 되겠죠.



8. 19년 동안 139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한 죽음의 공장이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 운영하는 한국타이어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악성 종양과 순환기 질환 등으로 숨졌는데 업무 관련성을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진상 조차 밝혀지지 않는 걸까요. 손가영‧차현아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일상적으로 헛구역질을 하고 면 장갑은 늘 젖고 마스크는 쓰나마나고 집진기는 작동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죠. 이런 환경에서 병이 걸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2007년 집단 돌연사 사건 이후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했고 유해 기준을 만족시켰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이 죽어나갑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이 죽음의 공장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9. 조선일보에 미묘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노조가 13년 만에 공정보도위원회를 구성해서 내부 비판을 시작했고요. 노조 위원장 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난립한 끝에 23년차 기자가 단독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원래 기수별로 떠넘기 듯 노조 집행부를 맡아왔죠. 회사에 찍히고 싶지 않은 생각도 컸을 거고요. 이번에 출마한 박준동 기자는 차장 또는 부장급이죠. 조선일보 논조는 여전합니다만 아래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하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동아일보 노조가 기자들 상대로 설문을 했더니 93.3%가 “최근 동아일보의 지면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비판의식 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았군요.

MBN 오보 덕분에 직장을 잃게 된 경찰관이 7000만원의 손해 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이번에는 장대환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군요. 이 오보 피해자가 20명이라는데 이 분들이 모두 소송을 낼 거라고 합니다. 판결문을 보면 ‘빼박캔트’인데요. 기사 몇 줄에 한 사람의 인생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을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합뉴스는 사회부장이 “최순실 공소장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청와대 반론과 해명을 반영하라”고 지시해서 논란입니다.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자는 지시라고 보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군요. 기자들이 발끈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수입을 금지했다는 기사가 또 떴죠확인해 보니 이번에도 뜬 소문이었습니다사드 배치 논란으로 한류 관련 사업에 차질을 빚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통제하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사업자들이 정부 눈치를 보거나 자발적인 판단으로 교류를 중단하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나는꼼수다’ 김어준 총수가 TBS에 합류했죠. 하루 다운로드만 최대 338만회, 앱 유입량은 3507%나 폭증했군요. 김어준 총수의 팬덤이야 새로울 게 없지만 흥미로운 건 지상파 라디오와 팟캐스트의 모호한 경계입니다. 팟캐스트 같은 유연한 기획과 진행이 브로드캐스트에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뉴시스에 신동립 대기자란 분이 여성들 사진 기사에 신체 치수를 기록해 논란이 됐습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미스티 코플런드를 소개하는 포토뉴스 마지막 줄에 “157cm 51kg 36-25-36인치”라고 쓰는 식이죠. 대기자라 데스킹을 안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이런 걸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징계위원회가 열릴 거라고 하는데요. 후속도 챙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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