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 Nov 05. 2019

첫걸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결심하게 된 작은 계기

‘모든 요일의 기록(김민철 작가)’의 한 페이지


나는 해보고 싶은 것이 참 많다. 오랫동안 원했던 것도 있고 갑자기 즉흥적으로 떠오를 때도 많다. 꾸준히 유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시작해보는 것들이 많았는데 나에게 가장 많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사람이 바로 언니다.


나는 언니가 장난 삼아 던지는 권유를 쏙쏙 잘 받아먹는 편이다. 가장 잘 받은 권유는 단언컨대 교환학생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 순례길 계획의 시작도 언니였다.


언니와 나는 방학마다 국내, 국외 따지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여기서 각자의 역할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재미있다. 꼼꼼한 언니는 돈 관리와 그날의 사진, 일화를 정리해서 가족톡에 보고하는 역할을, 나는 길을 찾고 언니를 울리거나 웃게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언뜻 보면 돈 관리가 가장 좋아 보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길을 찾는 역할이 최고다. 내가 가고 싶은 길로 안내할 수 있으니까 :-)


나는 여행을 다니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을 선호한다. 초 단위로 빠르게 바뀌는 풍경보다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돌이켜 볼 때 더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가끔은 대중교통을 고려해야 하는 거리도 걷는 길로 찾아가곤 했다. 그러다 한 번은 핸드폰에 29km가 기록된 날이 있었고 언니의 발에 물집이 생겼으며 이 날 이후로 언니는 내 안내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무엇을 할까 계획하는 날 보며 언니는 한마디 툭 던졌다.

“걷는 거 좋아하니까 간 김에 순례길도 가봐! 원 없이 걷고 와~”

29km를 걸었던 날을 떠올리며 장난으로 던진 말이 분명했다. 하지만 듣자마자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지?’ 싶었다. 나는 곧바로 가져갈 가방을 주문했다.




나의 프랑스 생장-스페인 산티아고까지 800km의 긴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