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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걸음마 탈출기

ep 46. 흥미를 찾는 여정

by 이진

 나는 영어를 좋아한다. 영어가 주는 수평성, 자유로움이 있다. 한국어에는 없는 영어의 리듬감은 말할 때마다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해서 재미있다. 사실 영어를 제대로 즐기며 공부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90년대 한국인이라면 모두 그렇듯이 나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왔다. 하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How are you"에 대답도 어버버 하는 수준이었다. LA에 잠시 놀러 가 있을 때였는데, 우버 기사의 간단한 인사를 받았지만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오랜 정적 후에서야 "I’m fine"이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매우 실망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서 영어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동시에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확실하게 생겨났고, 본격적으로 회화를 중심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첫 영어공부를 위해 등록했던 것은 화상영어수업이었다. 기어이 첫날부터 눈물을 터뜨렸다. How are you에는 어떻게든 대답이라도 했지, 테스트 시험을 치르는 첫 수업에서 나는 도저히 표현하고자 하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었고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만난 지 몇 분도 채 안 된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것이 고작 2년 전이라니 새삼 놀랍다. 지금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대화는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내가 사용한 여러 가지 영어 공부법이 있지만, 화상영어는 그중에서 단기간에 빠르게 회화 실력을 올리는 데에 도움되었던 매체다. 자고로 회화는 8할이 자신감이다(2할은 듣기). 그러니 선생님과 한 두 달만 꾸준히 영어를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 조금 편해진 본인을 확인하게 된다.


 이외 내가 건드려본 공부법은 그 유명한 미드 쉐도잉이다. 유명한 공부법에는 그 의미가 있다. 일단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이라 흥미를 끌었다. 서 너달 해본 결과로 쉐도잉은 영어의 표현과 단어, 억양 등을 전반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통해서 쉐도잉 공부를 했다. 일상을 소재로 해서 유용한 표현도 많았고, 미국 억양이라 듣고 따라 말하기도 쉬웠다. 내가 했던 공부 순서는 이러하다. 1) 자막 없이 들리는 대로 인물들의 대사를 쓰고, 2) 실제 영어 자막을 보면서 나의 답을 고치고, 3) 질릴 때까지 들으면서 캐릭터의 모든 말투와 높낮이를 따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야 흥미를 붙이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듣다 보면 입에 붙는 표현들도 있는데, 그것을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혹여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분이 있다면 쉐도잉을 적극 추천드린다.




 영어를 신나게 공부하던 지난 2년 동안 나는 영어 실력을 늘렸다기보다는 흥미를 붙였다. 흥미에 기반한 모든 활동은 잘 되게 되어있다. 반짝하고 그만두는 영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교육 영어와는 달랐다. 역시 자기 주도적 학습이 답이었다. 스스로 목적성을 가지고 하는 공부는 10년 치 할 일을 1년으로 줄여주기도 한다. 운이 좋게도 영어의 흥미를 아직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2년이 더 기대가 된다. 꾸준히 영어를 하면서 기회가 닿아 2년 후에는 아마 내가 외국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나의 취미 활동으로써 영어는 정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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