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3.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대하는 태도
나의 달리기 코스는 다소 다이내믹하다. 저녁마다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며 운동하는 나는 딱히 운동을 위해 닦아놓은 길이 아닌 곳을 빙빙 둘러 달린다. 평지, 계단, 오르막, 내리막을 충분히 감싸는 길에는 사람보다는 주차된 차가 많고, 길에 가끔 차량이 진입하면 비켜주는 식으로 아슬아슬한(?) 운동 루틴을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평평한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운동효과를 주는 느낌이다.
매일 운동을 하면서 길을 꿰뚫다 보면 코스 사이사이에도 숨을 돌릴 수 있는, 뛰는 와중에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다. 주로 내리막에서 평지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정신없이 뛰다가 그 구간만 지나면 마음이 탁 하고 풀리는 느낌이다. 사실 그 구간을 지나기 전부터 이미 들떠있다. 그간 오르막과 계단을 뛰어다니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 왕자의 한 구절처럼, 내리막길이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책 '월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연의 법칙을 모두 안다면 하나의 사실이나 실제적 자연현상에 관한 서술만 있어도 그와 관련된 모든 특정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다'라고. 여기서 달리기에 대한 나의 반응이 하나의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해 보자. 만일 내가 달릴 때 내리막길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내리막길도 환대할 수 있어야 이치에 맞다.
하지만 달리기에서 일상으로 주제가 넘어왔을 때 '내리막길'이라는 단어는 어감이 달라진다. 누구도 자신의 삶에 들이닥치는 내리막을 원하지 않는다. 내리막길을 지향하며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무언가 달라진다면 그게 내리막에서 비롯된 변화가 아닌 오르막에서 비롯된 변화이길 바란다. 가령 돈을 더 벌거나 몸이 더 건강해지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꼭 힘겨운 오르막길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할 때 평소보다 운동이 훨씬 잘 되는 날이 있다. 이는 바로 달리기를 하루 빼먹은 다음 날이 되었을 때다. 하루를 쉬고 나서 운동하는 몸은 훨씬 성장세를 탄다. 즉 현대 사회에서 종종 내리막길이라 여겨지는 '휴식'이 사실 오르막길을 위한 발돋움이 될 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이 명제가 참일 때, 대우(對偶)도 참이다. 그러니 내리막이 없으면 오르막도 없다는 말도 참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내리막길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오르막길을 맛 볼 기회조차 희망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가, 또는 미래의 내가 언젠가 인생의 내리막을 달려 나갈 때 꼭 이 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달리기 코스에서처럼 내리막길 또한 기쁘게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이후 오르막길을 타기 위해서는 내리막을 완전하게 지나와야만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