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보는 변화의 메커니즘

ep 84. 김상욱 '떨림과 울림' 감상기

by 이진

 물리학자가 쓴 인문학스러운 책을 읽는 중이다. 김상욱 작가의 '떨림과 울림'이다. 그간 잘 읽지 않았던 이과 개념이 나오는 책을 읽다 보니 외국어로 된 글을 읽는 것만큼이나 집중도가 흐려진다. 하지만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인문학이나 철학은 답 없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토론하는 느낌이라면, 과학은 자명히 밝혀진 제3의 것에 대해 논하는 일이므로 탐구하는 대상에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볼 수 있다.


 과학이 흥미로운 이유는 과학도 결국 우리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일 중 하나라는 것에 있다. 그간 내가 생각해왔던 삶의 철학적 메커니즘들이 왠지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아주 간단한 개념이어도 생각할 거리가 꽤 다양하다. 작가는 초반부터 '원자'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한다. 물리학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물질의 최소 구조인 원자다.


---.gif 출처 : scienceorc.net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있고 더 구체적으로는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재미있는 점이라면 원자는 원자핵과 수많은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겉으로 봤을 때는 전자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설명하기를 원자가 고척돔이라면, 원자핵은 내 응원봉을 1/100 해놓은 수준으로 작고, 그 외에 모든 것이 전자로 채워져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니 멀리서 원자 전체, 즉 고척돔을 저 멀리서 드론으로 촬영해본다면 나의 1/100짜리 응원봉은 물론 보일 리가 없다.




 원자에 대한 이해도가 생겨나자 문득 뼛속까지 인문학스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원자가 한 명의 인간이라고 봤을 때, 원자핵은 보이지도 않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 내면 상태고, 전자는 외면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닐까 라는 시각의 융합이었다. 과학적으로도 원자의 상태가 변하는 데에는 원자핵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가 외부 세계에까지 이르는 데에는 내면이 되는 원자핵의 변화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외면적 변화를 꾀하며 내면의 변화를 꿈꾸지만, 사실 변화는 그 반대에서 이루어진다. 예시로 원자폭탄도 원자핵의 변형으로 이루어지는 폭발이다. 즉 삶에서 얻는 대단한 변화들은 원자핵이 두쪽으로 갈라지며 터지는 원자폭탄과 같이, 내면적인 두 측면의 대립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어쩌면 나는 책에 어려운 개념이 나올 때마다 모든 글자를 흐린 눈으로 읽어내며 이러한 철학적 생각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이전에는 관심 없었던 부분들에 대해 새롭고 재미있는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가령 피가 붉은 이유는 철(Fe)이 산소를 만나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피가 왜 붉은지는 살면서 전혀 궁금해하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을 접하는 것을 계기로 그간 당연했던 우리 주변의 '사실'들에 대해서 종종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 년 열두 달 중 특히 2월이 28일이 된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고, 구글링을 해보며 또 다른 개념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궁금증을 만들고 또 해소하는 과정 모든 것이 배움이다.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은 제목에서 보다시피 슬며시 인문학을 권유하며 독자의 과학적 호기심을 건드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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