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5. 양력이 아닌 음력을 챙기는 이유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1월 24일이 양력 생일인 나는 전날부터 거하게 생일을 기념하는 시간을 보냈다. 생일답게 음식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고, 긴 시간 동안 가족들과 대화도 즐겼다. 그 후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생일 당일이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자마자 속이 메슥거리더니 배가 갑자기 미친 듯이 아파왔다. 화장실에 이르렀을 때는 소리를 빽빽 질렀다. 주말 꼭두새벽부터 119까지 부를 뻔했다. 하지만 곧 나는 시원하게 위아래로 뱉어내고 나서(;;) 약을 먹었고 몸 상태는 점점 나아졌다. 어제 하루 브런치 업로드를 빼먹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생일 당일날 하루 종일 요양하는 신세였다. 그리고 나는 이를 계기로 양력 생일을 불신하게되었고 앞으로는 음력을 챙기기로 했다.
이렇게 앞뒤 맥락 없이 양력 생일을 불신하게 된 것이 다소 황당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엄마는 오래전에 나처럼 양력을 챙기다가 몸이 아픈 적이 있다고 했다. 항상 음력을 기준으로 기념일을 챙겼던 엄마는 내가 돌이 되었을 때 첫 해를 기념으로 양력 생일을 챙겨보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날에 엄마는 돌상을 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몸살이 났었다고 했다. 살면서 그다지 앓아누웠던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후 결국 기념일은 똑같이 음력으로 되돌아갔고 지금까지 우리 집은 음력 기준 기념일을 챙긴다.
여기서 잠시 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한 번 알아보자. 양력이란 지구에서 보이는 태양의 주기를 중심으로 1년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는 딱 365일이 나온다. 반면 음력 기준인 달을 중심으로 하면 1년에 354일이 나온다. 이렇게 음력은 양력과 11일 차이가 나므로, 음력에서는 윤달(똑같은 달을 평달과 윤달로 나누어 두 번 보내는 것)이 4년에 한 번꼴로 있다.
사실 우리 선조들은 양력보다 음력을 주로 따랐다. 태양은 눈이 부셔서 맨 눈으로 관측하기가 어렵지만, 달은 눈이 부시지도 않고 시기에 대한 관측도 쉬웠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쉽게 날짜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옛날 사람들은, 보름달이 떴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주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달의 모양 변화는 해수면 상승에도 연관이 있다. 그래서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매번 달의 모양을 확인해야 했다. 해수면이 최대로 상승하는 표시인 보름달이 뜨기 전에 미리 대비해둔다면, 밭이나 집까지 물이 차오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미신이라고 여기기 쉬운 달의 변화가 사실은 언제나 우리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달의 신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술도 보름달이 뜨는 날 하면 더 회복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한 병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름달에 수술한 환자가 보름달이 아닌 날에 수술한 환자보다 사망률이 21%가량 낮고, 수술 회복기도 4일이나 빨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름달이 지구의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우리 몸 안의 70%가량의 물에도 일정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반면 양력을 챙기면서 이따금씩 고난을 겪었던 이유는 하루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양력 생일에 누군가 그 날의 주인공이 된다면, 태양의 입장에서는 '네가 뭔데 주인공이야'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음력을 챙긴다면, 저녁에는 인간이 달과 함께 하나의 빛으로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포용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전적으로 나의 문학적 추측이고,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인간의 눈으로 관측하기 더 쉬운 달의 주기를 따르는 게 곧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니었을까. 새삼 달의 존재에 감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