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영어 엮어보기

ep 88. '친밀함'과 '협박'이 같은 어원이라고?

by 이진

 영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그 의미를 새롭게 보게 되는 단어가 있다. 가령 intimate의 뜻은 '친밀한'이지만, 이와 비슷하게 생긴 단어인 intimidate는 '협박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알파벳이 닮은 단어들은 주로 같은 라틴어원을 둔 경우가 많으므로 그렇다면 이 두 단어가 일정 부분 연관되어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이토록 뜻이 양면적인 두 단어의 교집합을 풀어본다면, 누군가에게 친밀함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한국어와 영어라는 두 개의 다른 언어를 엮어보는 과정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대체로 영어단어에 in이 붙으면 원래 단어와 반대되는 뜻이 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정(否定)의 뜻으로 바뀐다. 아래의 단어들은 모두 접두사 'in'으로 인해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visible(눈에 보이는) ↔ invisible(보이지 않는)

secure(안전한) ↔ insecure(안전하지 않은)

formal(공식적인) ↔ informal(비공식적인)

tangible(만질 수 있는) ↔ intangible(만질 수 없는)


 그러나 항상 이렇게 정확히 반대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로 valuable(귀중한)의 경우 앞에 in이 붙게 되면 오히려 해당 단어의 뜻이 더 강조된다. invaluable은 매우 귀중한이라는 뜻으로, 강한 부정이 오히려 긍정의 뜻을 가지게 되는 마법의 단어다. 또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귀중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재미있는 예시를 보자. 걱정, 근심이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concern은 '관계'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인간관계'라고 할 때의 그 관계다. 인간관계가 항상 근심으로 가득 차는 이유가 이 의미들의 연관성 때문이었다니! concern을 동사로 써보면 확실하게 문장 전체에 흐르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속을 태우다', '불안해지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예로 "I concern my new staff"이라고 말하는 채용담당 매니저가 있다면,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그의 말속에 담긴 크나큰 우려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영단어를 외우면서 보는 한글은 종종 새롭게 느껴진다.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해석되는 하나의 단어를 보며 단어의 이중성을 배워본다. 다양한 언어를 배우다 보면 나의 언어인 한국어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나만의 방식으로 단어를 해석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단어를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하나의 공부가 또 다른 공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영단어 공부가 즐거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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