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꽃으로 보는 일

ep 87. 존재를 존재로 보는 일

by 이진

 인간은 종종 그 스스로의 생각에 똘똘 뭉쳐서 일정 부분밖에 보지 못하는 일이 많다. 뭐든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얹어서 생각하다 보면 진실도 아주 그럴듯하게 왜곡되어 뇌리에 박히는 일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진실 그 자체와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진실에 대한 생각과 나 자신의 충돌이다. 즉 두 가지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 과오다.


 예를 들어 우리가 꽃을 볼 때, '꽃은 꽃이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꽃이 예쁘다'라고 더 많이 생각한다. 사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문장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없다. 꽃이 꽃이라는 걸 안다면 그대로 바라볼 뿐이니까. 하지만 후자의 경우 그곳에는 관찰자로의 나와 대상으로의 꽃이 확실하게 분리되어있다. 객체인 꽃을 관찰하는 나는 꽃의 존재라는 공공연한 사실을 가치판단의 도마 위에 올려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 멋대로 만든 틀 속에 꽃이라는 객체를 집어넣어 '예쁘다'는 색안경을 끼고서 보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도 제한적이고, 꽃에게도 제한적이다.




 꽃을 꽃이라고 생각하는, 구체적으로는 그 자체의 아무런 가치판단이 없는 것은 굉장한 자유이자 기쁨이다. 왜냐하면 꽃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눈 앞에서 꽃이 시든다면 그것은 실망으로 다가오지만, 사실로써 꽃의 존재를 바라보는 사람은 꽃의 자연스러움과 생태를 최대한으로 느끼고 볼 수 있다. 이는 관찰자와 객체의 관계가 아닌, 자유로운 주체(나)와 변이체(꽃)로 남겨진다. 주체와 변이체의 관계에는 제한적이거나 인공적인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꽃에게도 우리에게도, 존재를 넘어서는 진실은 없다. 만일 나에게 그 이상의 진실이 있다면 단지 내면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다. 결국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진실이 된다. 이것만큼 협소한 관점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에 있는 즐거움도 협소하게나마 즐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누군가를 판단하며 바라보지 말고,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누구에게나 필요할 것이다. 존재와 공존의 세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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