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사는 방법

ep 89. 패션디자인 학도가 알려주는 쇼핑 팁

by 이진

 패션디자인 공부 5년, 옷집 알바 6개월, 그리고 패션 브랜드 론칭을 한 적도 있는 나는 옷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용돈을 모아서 가족들 몰래 중고 브랜드 옷을 사 입고, 스무 살이 되어서는 한 달에 30만 원가량의 옷을 사들이며 소비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그토록 옷을 좋아해서 대학교에 가서도 패션디자인을 배웠고, 옷집 알바도 해보았고,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의 CEO가 돼보는 영광도 맛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름의 '옷 철학'을 만들어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옷을 잘 사는지에 대해 가치관을 정립해나갔다. 짧고 굵은 쇼핑 집착 광공 시절의 기억을 빌어, 오늘은 옷 소비 불변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한 글은 정말 많지만 잘 사는(buy) 방법에 대한 글은 잘 없는 것 같다. 사실 소비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옷을 좋아하고 많이 사는 사람들이더라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항상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옷을 좋아하면서도 구매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여기서 잠깐, 소비 팁을 풀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옷을 사지 않는 옵션도 있다는 것이다. 항상 사는 게 꼭 답은 아니다. 말하자면 이미 집에 있는 옷들을 잘 요리해서 입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해당 0번 팁을 잊지 않고 기억해내면서 그래도 옷을 꼭 사야겠다면 어떻게 사야 할지 알아보자.




 1. 세일에 속지 말자.

 백화점과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구경하다 보면 왠지 항상 세일 기간인 것만 같다. 그렇다. 자본주의로 점철된 세상은 항상 우리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세일을 한다. 그게 거품가가 빠진 원가든, 거품가든, 세일만 붙이면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세일' 또는 'SALE'이라는 단어에 속지 않아야 한다. 특히나 할인을 빙자한 1+1 상품이나 떨이 상품은 가장 기피해야 하는 마케팅 술수다.


 몇 년 전, 돈은 없고 멋은 부리고 싶던 시절, 싸구려 옷만을 전전하던 때 자주 가던 옷집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갈 때마다 '떨이 처분'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붙여두고 홍보를 했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옷도 몇 개 없었다. 혹여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왠지 빨리 팔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많이 고심하지도 않고 바로바로 지갑을 열곤 했다. 그런데 다음 주에 그 옷집을 다시 가니 놀랍게도 똑같은 옷이 그대로 있었다. 당시에는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떨이 처분' 문구는 아마도 마케팅 속셈은 아니었을까 싶다.


 백화점에 가도 비슷하다. 50% 세일 딱지가 붙은 옷, 마지막으로 남은 상품이라는 직원의 말은 왜 그렇게나 달콤하게 들리는 걸까? 내가 고르는 옷마다 모두 마지막 상품인 것만 같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이렇게 50% 세일 상품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와중에도 이미 새로운 시즌의 옷이 벌써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몇 주만 지나도 백화점은 새로고침이나 한 듯 바뀌어있을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 꼭 잡은 이 옷을 두고 며칠 더 생각을 해보아야 할까? 똑똑한 소비자는 후자를 선택한다.



2. 내일 바로 입고 싶은 옷을 사자.

 옷집 알바를 할 때의 경험이다. 가끔 정말 두 손 가득 바구니를 들고 옷을 사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항상 이 많은 옷을 사 가서 도대체 뭘 할까, 이번 겨울에 이 옷을 다 입을 순 있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나도 수능이 끝나고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그들처럼 한 번에 여러 개의 옷을 샀던 적이 있었지만 그다지 성공적인 쇼핑을 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때 한 번에 옷을 여러 개 샀던 이유는 단지 배송비 3000원이 아깝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옷을 하나만 빼도 배송비보다 적게 든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런 과오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경험 상 한 번에 옷을 여러 개 사도 그중에서 자주 입게 되는 옷은 많아도 두 세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옷은 언젠가 입겠지'하면서 사면, 절대 안 입는다! 하지만 내일 바로 입고 싶어 지는 옷을 산다면, 바로 다음날 옷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다. 옷은 가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입기 위해 사는 것이다. 입기 위해 사는 옷은 딱히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 편에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국어와 영어 엮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