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불변의 법칙

ep 90. 물건 소비의 철학

by 이진

*이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3. 평소 자주 입는 옷의 치수를 재 놓자

 요즘은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보다 인터넷 쇼핑이 대세인 시대다. 우리에게 택배 상자는 너무나 일상적인 소품이 되었다. 지금이야 물론 코로나 시국인 탓도 있지만, 사실 인터넷 쇼핑은 몇 년 전부터 이미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인터넷 쇼핑몰의 장점은 빠르게 여러 가지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옷을 사는 경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옷들은 직접 입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옷의 치수를 미리 재 놓고 메모장에 적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옷을 살 때마다 사이트에 올라온 실측과 비교해볼 수 있고, '이 옷은 허리가 약간 작지만 허벅지는 넉넉하네' 등의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다. 미리 적어둘 만한 치수(cm)는 허리 단면, 허벅지 단면, 기장, 밑위, 밑단 등이다. 재는 건 귀찮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꽤나 이득인 팁이다.


2019070114102900000075926.png 출처 : 무신사 스토어


 나는 여성복 사이트에서 바지를 사면 항상 사이즈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 바지의 경우, 특히 기성복이라면 사이즈가 훨씬 작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입는 바지 치수를 미리 재서 메모장에 기입을 해놓고, 원할 때마다 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놓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바지가 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바지와 실측을 비교하면서 쇼핑을 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쇼핑을 하다 보니 실패하는 경우가 적었고, 더 이상 반품 배송비 5000원을 날리는 일은 없었다.




 4. 구매 리스트에 없다면 사지 않는다

 충동구매는 열에 아홉의 확률로 실패한다. 하지만 우리가 쇼핑을 할 때만큼은 이 필패 법칙을 잊는 듯하다. 티셔츠를 하나만 사려고 했지만 색깔별로 두 개를 산다던지, 새로 나온 상품이 눈에 띄어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는다던지, 충동구매에는 방법도 재주도 다양하다. 하지만 소비를 잘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수많은 상품이 나의 시선을 빼앗더라도 구매 리스트에 없는 것은 사지 않는다.


 나의 경우 필요한 것이 생기면 메모장에 써두는 습관이 있다. 사소한 문구류나 음식재료라도 말이다. 그러면 사야 할 것을 기억하기도 쉽고, 충동구매를 하는 일도 훨씬 줄어든다. 쇼핑할 물건들을 리스트에 적어두는 순간, 그 물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진짜 이것이 내게 필요한 건지, 집에 있는 옷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건지 생각해 보다 보면 잠깐 충동적으로 갖고 싶었던 물건들은 메모장에서 지워진다. 언제나 기억하자. 안 사면 100% 환불이라는 진리를!




 5. No pain, No gain - 버리지 않은 자, 사지도 말라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시리즈 하나를 본 적이 있다.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일본에서 정리 전문가로 활동하는 곤도 마리에가 사람들의 집에 가서 그들의 수많은 물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을 돕고, 새롭고 산뜻하게 집을 꾸리도록 도와주는 내용이다.


 회차마다 다 다른 신청자들이었지만 그들을 한 데로 묶는 큰 특징이 하나 있었다. 버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거의 고통스러워하는 정도였다. 그것이 옷이든, 골동품이든, 인테리어 소품이든, 그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엄청났다. 버리는 기간 중에 몇몇은 눈물을 보이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곤도 마리에의 도움으로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시간이 지난 후 화면으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목욕탕에서 나온 사람처럼 환하고 밝았다.


 곤도 마리에가 신청자들을 위해 도와주었던 것은 단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돌아보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이 이미 얼마나 많은 옷과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을 딛고 올라서기 위해 버리는 행위는 무조건 필요했다.


 사람들은 종종 특정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오래된 물건 속에 묵은 감정을 가두는 것이다. 또는 자신의 주변을 많은 물건으로 빽빽이 채우면서 텅 빈 마음을 달랜다. 나의 경우, 물건에 집착하거나 소비가 늘어나는 때는 항상 나의 삶 한 구석 어딘가 공허함이 솟아나는 때였다. 생각해보면 물건을 사고 싶다는 그 마음 아래에 무언가 다른 결핍이 존재했다. 그것을 알아내려면 꾸준히 나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빼는 데는 끝이 있지만, 더하는 데는 끝이 없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마음을 조금 더 바라보는 건 어떨까? 시간을 두고 나에게 솟아나는 욕망을 관찰하면서 사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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